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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투플레이의 공포 [thebell note]

이윤정 기자공개 2022-08-09 08:54:40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8일 07:50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벤처캐피탈시장은 주주간 계약도 철저히 합리주의, 힘의 논리로 이뤄진다. '페이투플레이'(Pay-to-Play) 조항은 그런 특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투자 조치다.

페이투플레이는 단어 그대로 플레이 즉 현재의 주주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면 페이 즉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경우 기존 주주들은 추가 투자를 꺼린다. 신규 투자로 이미 지분이 크게 희석되는데다 첫 투자 때보다 크게 하락한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추가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투자 손실을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페이투플레이는 이전 투자 때의 가치보다 낮게 평가받는 다운라운드(Down Round)에서 주로 사용된다. 이번 투자가 죽어 가는 기업을 살린 것인 만큼 신규 투자자는 우월적 지위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페이투플레이 조건을 주장한다.

기존 주주들의 부정적인 후속 투자로 존폐 기로에 놓인 기업으로서는 페이투플레이를 내건 대규모 투자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작년 국내 벤처캐피탈들은 말로만 듣던 페이투플레이를 경험했다. 클럽딜로 진행한 해외 투자 기업에서 다운라운드가 발생했고 신규투자자가 페이투플레이를 내걸었다. 우선주 권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규 투자자와 동일한 비율로 투자를 진행하라는 요구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벤처캐피탈들은 추가 투자를 진행할 수 없어 지분을 정리했다.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당했다는 표현으로 그 때 기분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최근 벤처캐피탈들은 펀딩 난항으로 드라이파우더가 고갈되면서 적극적인 팔로우온 투자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투자 유치에 나선 기업들은 경색된 투자 심리에 아우성치며 누적 투자금이 많은 기업들 사이에서 다운그라운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연, 지연, 온정주의가 짙은 국내 벤처투자업계 특성상 피도 눈물도 없는 페이투플레이가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더 이상 국내 벤처캐피탈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 벤처캐피탈들의 높아진 관심에 글로벌 자금은 이미 상당규모 유입됐고 계속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작년 페이투플레이를 경험했던 국내 벤처캐피탈들에게 페이투플레이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제는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일까. 달라진 벤처투자업계 분위기에 페이투플레이의 공포가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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