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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를 움직이는 사람들]'공격 DNA' 심은 김남선 CFO, 자본시장 행보 '주목'③투명한 정보공개로 시장 소통 확대, 본사·계열사 잇는 가교 역할 '집중'

김슬기 기자공개 2022-08-16 10:27:43

[편집자주]

1999년 만들어진 네이버는 사업 초기만 해도 인터넷 검색으로 성장했으나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검색 뿐 아니라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1위 ICT(정보통신기술)기업에서 만족하지 않고 구글, 메타, 알파벳 등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약속했다. 글로벌 ICT기업 도약 기로에 선 네이버의 핵심 경영진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2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는 최근 2년간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창립 후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인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 인수가 이뤄졌고 CJ·신세계그룹과의 대규모 지분교환, 하이브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 지분투자 등이 단시간 내에 빠르게 이뤄졌다.

변화의 중심에는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있었다. 그는 법률·M&A 전문가인 본인의 장점을 십분 살려 네이버의 글로벌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합류 1년여만에 네이버의 재무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가 전면에 나서면서 시장과의 소통이 더욱 활발해졌다는 평을 받는다.

◇ 김남선, 합류 1년여만에 CFO 오른 저력은

네이버는 그간 사업을 전개하면서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1999년 창립 후 20여년간 사업확장 과정에서 검색 알고리즘 조작이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경쟁사인 카카오가 신사업을 분사시키고 외부 지분투자를 받아 사업을 빠르게 확장시킨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남선 네이버 CFO
하지만 김 CFO가 오면서 네이버의 DNA가 바뀌었다고 할 정도로 사업에 있어서 공격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2020년 8월 네이버에 합류했고 글로벌 M&A 전담조직인 'Growth&Truenorth'을 꾸렸다. 만들어진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네이버 역사상 가장 큰 딜인 왓패드 인수를 발표했다. 인수 규모만 6억달러(6982억원)이었다.

IB업계에서는 그의 합류로 이제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대형 딜을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고, 이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왓패드의 경우 국내 법률자문사 대신 미국의 커크랜드앤앨리스(Kirkland & Ellis LLP)와 캐나다의 스티크맨엘리오트(Stikeman Elliott LLP) 등 외국계 로펌을 자문사로 선임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런 공격적인 행보는 그가 걸어온 길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1978년생으로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마친 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로펌 크라벳 스웨인&무어(Cravath, Swaine & Moore LLP)에서 2년여간 재직하며 변호사로 활동했고 라자드(Lazard) IB부문 부장, 모건스탠리 IB부문 상무로 재직했다.

그는 2017년 맥쿼리 한국PE의 총괄 전무로 선임되면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9년 SK텔레콤과 손잡고 ADT캡스(현 SK쉴더스)를 인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LG CNS의 소수지분 인수 등에도 관여했다. 2020년 네이버로 이동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그가 뉴욕과 홍콩, 서울을 넘나들면서 쌓아온 자본시장에서의 경력이 네이버의 공격성을 키웠다.

그는 왓패드 인수 외에도 네이버의 대규모 지분 교환 등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CJ그룹(CJ ENM, CJ대한통운, 스튜디오드래곤) 지분교환, 이마트·신세계 지분 교환 등에도 관여했다. 하이브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에 V라이브 사업을 넘긴 뒤 추가로 2000억원을 투입,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가 합류 1년여간 보여준 행보는 미래 성장동력인 커머스와 콘텐츠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향이었다. 그 덕에 재무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취임 이후에도 M&A는 꾸준히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주로 커머스·기업용(B2B) 솔루션의 M&A를 탐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시장소통 확대에도 주가는 하락…'성장 조달' 무게추 맞출 방안은

그는 M&A 책임리더로 여러 분야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면 올해 3월 CFO 취임 이후에는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신규 경영진이 임기를 시작한 올해부터 저희는 투자자 여러분께 네이버의 사업과 성과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분기에는 커머스 사업 내 △커머스광고 △중개 및 판매 △멤버십 발생 매출과 거래액(GMV)을 별도로 공개했다. 핀테크에서는 결제액(TPV)도 외부에 발표했다. 지난 2분기에는 사업부문별 손익을 공개했다. 그간 부문별 매출액만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손익을 발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다. 또 웹툰 사업의 각 나라별 시비스 지표와 손익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사실상 정보공개는 '양날의 검'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자본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투명한 정보 공개가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 쪽에서만 평생 참여하다가 밖에서는 좀 신비롭게 생각했던 회사 안에 들어와보니까 이 자산들을 밖에서 덜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고 놀랐다"고 밝힌만큼 기업가치 전달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 들어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성장 기대가 큰 기술주에 대한 눈높이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어려움으로 꼽힌다. 시장 소통과는 상관없이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하락하면서 네이버 역시 고전하고 있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네이버 주가는 26만7500원으로 연초대비 29% 하락했다.

그간 보여준 투자나 인수 등을 통한 인오가닉(Inorganic) 성장 전략은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필수적이다. 올해 상반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연결 기준으로 3조4633억원, 별도 기준으로 8484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차입금은 3조6315억원이다. 시장환경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과거와 같은 적극적인 투자가 일어나기 쉽지 않다.

결국 성장과 조달의 균형을 맞추는 게 관건이다. 그는 보유 현금 소요를 최소화하면서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왓패드 인수대금 중 1769억원은 보유 자사주로 지급하기도 했다. 자사주는 2005~2015년까지 매입했던 물량으로 주당 단가가 7만원대다. 그는 자사주 관련 주주환원정책도 변경, 향후 자사주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 네이버클라우드·파이낸셜 등 핵심계열사에 커지는 영향력

그의 과제는 이제 외부에서 회사의 성장동력을 찾는데 그치지 않고 내부 사업을 조율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도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고 있다. 현재 그는 네이버클라우드의 사내이사, 네이버파이낸셜·스노우·웍스모바일·네이버아이앤에스·위버스컴퍼니 기타비상무이사도 맡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웍스모바일 등이 하고 있는 클라우드 사업은 핀테크와 콘텐츠 분야를 이을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현재는 분기 매출이 1000억원 정도지만 향후 2023년까지 일본과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3위권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콘텐츠 사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성과를 내야 하는 중요 과제가 있는 것이다.

그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는 네이버파이낸셜은 본사 다음으로 규모가 큰 계열사다. 커머스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하는 것과 동시에 계열사에 자금 대여를 하는 주체로 떠올랐다. 올 들어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클라우드, 스노우에 각각 500억원, 250억원의 운영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그는 스노우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스노우는 네이버 내 글로벌 서비스 '컴퍼니빌더'로 스노우, B612, 푸디 등의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고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와 중고거래(리셀) 플랫폼인 크림 등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내 경영지원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네이버I&S의 기타비상무이사에도 들어갔다.

하이브와의 합작사라고 볼 수 있는 위버스컴퍼니도 사업적으로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위버스컴퍼니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의 운영사로 네이버 V라이브 사업부와 통합됐다. K팝 인기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만큼 글로벌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는 서비스다. 결국 그는 네이버 내 주요 핵심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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