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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B2C+라면' 2년 연속 가격 인상 부메랑 [라면 빅4 경영분석]'광고' 등 고정비 지출 누적, 매출 3조 클럽 수익성 회복 전망

이우찬 기자공개 2022-09-08 08:04:22

[편집자주]

인구 절벽으로 국내 식품시장이 정체기에 빠진 가운데 라면시장도 양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성장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라면사업 외길을 걸어온 주요기업들은 저마다 살길을 모색 중이다. 사업을 다변화하고 해외에서 판로를 개척하는 등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국내 주요 라면 제조사들의 사업 현황과 재무 상황 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6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면시장 형님으로 통하는 농심은 최근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에 이어 2년 연속 인상 카드를 사용한 셈이다. 동생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현재까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B2C 사업구조와 내수 중심의 높은 라면 매출 의존도는 농심의 2년 연속 가격 인상이라는 부메랑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농심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6630억원, 1061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4.0%다. 최근 5년(2017~2021) 평균 영업이익률은 4.4%다. 오뚜기, 삼양식품의 같은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각각 6.7%, 11.9%다.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농심의 해당 수치는 2.6%까지 떨어졌다.

농심은 올해 2분기 기준 24년 만에 국내사업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재료 가격 급등이 발목을 잡았다. 올 2분기 이후 국내 협력업체의 납품가를 인상하면서 농심의 제조원가 부담이 가중됐고 결국 농심은 라면 가격을 평균 11.3% 올렸다.

경쟁사인 오뚜기, 삼양식품 등은 제품 가격 인상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의 경우 라면 매출 비중이 25.5%로 의존도가 낮다. 건조식품, 양념소스, 유지, 농수산가공품 등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이 고른 편이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비중이 70%에 달해 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출처=농심
◇'B2C+내수 라면' 사업구조, 제품 가격 인상 불가피

이런 가운데 농심의 높은 판관비 규모는 수익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농심은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마트 판촉, 광고 등을 하는 100%에 가까운 B2C 사업 구조로 전통적으로 높은 판관비를 집행한다.

지난해 기준 농심 매출(2조6630억원)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판관비율은 26.7%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오뚜기(2조7390억원)의 경우 작년 기준 판관비율은 10.0%다. 삼양식품의 이 비중은 16.4%다.

농심이 오뚜기와 비슷한 매출 규모를 보이면서도 수익성이 낮은 것은 것은 판관비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농심, 오뚜기의 판관비는 작년 기준 각각 7120억원, 2750억원이다.

판관비 중 광고선전비를 보면 농심은 작년 1271억원을 썼다. 오뚜기는 425억원을 사용했다. 농심은 최근 손흥민을 '신라면' 광고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광고 1편당 10억원 이상의 광고료를 받는 특급 모델로 알려졌다. 농심 관계자는 "B2C 사업구조로 마트 영업, 판촉 등을 위해서 광고비를 일정 규모 이상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뚜기의 경우 식용유, 참기름 등 유지류와 소스류 대용량 제품을 공급하는 B2B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로 광고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분석된다.

광고비의 경우 매출을 올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적극적인 광고와 판촉으로 매출을 늘리면 이익 감소 폭이 줄어든다. 광고비를 급격하게 줄이기 어려운 이유다.

판관비 중 운송보관료의 경우 제품 특성, 지배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농심과 오뚜기는 작년 운송보관료로 각각 1277억원, 93억원을 썼다. 라면의 경우 부피가 상대적으로 커 트럭 1대당 물류 효율이 낮은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오뚜기 케찹의 경우 라면과 같은 부피라고 가정하면 훨씬 많은 수량의 제품을 트럭에 실을 수 있다.

또 농심의 운송보관료에는 크게 미국과 중국 법인의 비용도 포함돼 있어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농심은 농심그룹 내 반도통운, 전일운수, 대주실업의 운송계열사에 운송료를 지급한다. 반면 오뚜기는 연결 회계 물류 계열사로 오뚜기물류서비스가 종속기업으로 포함돼 있어 운송보관료가 판관비에 잡히지 않는다. 즉 농심의 운송료는 판관비로 계상되지만, 오뚜기의 운송료는 자회사 오뚜기물류서비스의 매출로 처리된다.

◇가격 인상 효과, 내년 매출 3조클럽 유력

농심은 고정비 성격의 판관비 규모를 급격하게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제품 가격 인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띠고 있는 셈이다.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이 고른 오뚜기, 해외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보다 제품 가격 인상이 상대적으로 더 급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제품 가격 인상에 관해 "올해 2분기 납품업체 단가를 인상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제조사인 농심에게로 전이됐다"며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매출을 끌어올려야 영업이익이 더 줄어드는 걸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2년 연속 제품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4%대 영업이익률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 처음으로 매출 3조원 클럽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농심의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각각 9.5%, 46.2% 증가한 3조3293억원, 137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의 향후 관건은 결국 라면사업 의존도 줄이기에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농심의 경우 건강기능식품, 대체육 등 새로운 사업구조의 매출 비중을 늘리는 게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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