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은 지금]김이배 대표, 흔들림없는 중단거리 집중 전략②운항거리 증가로 중단거리 신규노선 발굴 집중…신기종 도입 불구 비용부담 적어
강용규 기자공개 2022-09-14 07:36:34
[편집자주]
제주항공이 곧 차세대 항공기의 도입을 시작한다. 다수의 LCC들이 눈앞의 재무위기와 싸우는 가운데 미래 대비에 나서는 제주항공을 향해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코로나19 이후 3번째 유상증자의 부담을 안는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더벨이 신기종 도입에 따른 제주항공의 기대 효과와 향후 전략, 유상증자 흥행 가능성 등을 포괄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7일 13: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에어를 제외하면 그동안 단거리 노선에만 집중해 왔던 LCC(저비용항공사)업계에서 최근 장거리 노선을 향한 도전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일부 경쟁제한노선의 슬롯과 운수권을 포기하라는 조건을 설정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반면 제주항공은 중단거리의 제한을 넘지 않겠다는 방침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있다. 도전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그동안 중단거리 노선에서 다져 온 기반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차세대 항공기 B737-8 MAX의 도입 역시 제주항공의 중단거리 집중전략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신기종 도입에 따른 중단거리 신규 노선 발굴전략
제주항공에 따르면 내년 4대를 시작으로 순차 도입될 신기종 B737-8 MAX는 기존에 제주항공이 운용하던 B737NG(B737-800) 대비 운항거리가 1000km가량 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도전할 만큼 운항거리가 길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동안 제주항공이 시도하지 못했던 중단거리 내에서의 신규 노선 발굴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아시아권의 여객 수요가 적지 않았으나 운항거리의 한계로 LCC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인도네시아 발리 및 일부 중앙아시아 지역들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특히 발리의 경우 공항 슬롯뿐만 아니라 운수권 역시 확보가 필요한 곳으로 신규 취항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나 취항이 가능하다면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노선이라는 설명이다.
제주항공의 이런 전략적 방향성은 일부 LCC들이 공격적으로 장거리 노선에 도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태생부터 ‘장거리 LCC’를 표방한 에어프레미아와 대형기 A330-300의 도입을 시작한 티웨이항공이 대표적이다. 플라이강원도 이르면 10월 대형기 A330-200의 도입이 예정된 만큼 장거리 도전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으로 중복 노선의 조정 발생 시 장거리 노선 취항의 의사를 묻는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문의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반면 제주항공은 당장은 장거리 노선에 도전할 뜻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6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장거리 노선 도전은 대형기의 도입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관련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며 “우리가 지닌 중단거리에서의 핵심 경쟁력을 십분 활용해 LCC의 맹주 자리를 확고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 대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양사가 보유한 일부 노선의 슬롯과 운수권 재분배가 이뤄지더라도 장거리가 아닌 중단거리 노선을 받아내는 데 힘쓰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 비용절감 통한 수익성 극대화, 중단거리 집중의 이유
김 대표가 중단거리 노선의 집중전략을 고집하는 이면에는 비용 절감과 관련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거리 노선에 도전하게 되면 일단 대형기의 도입과 관련 인프라를 갖추는 데 투입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대형기 도입으로 그동안 유지해 왔던 단일기종 체제가 깨지는 데 따른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대형기 도입 및 인프라 구축 투입비용의 경우 일시적 투자인 만큼 장기적으로 회수가 가능하나 다기종 체제로 전환하는 데 따른 추가 비용은 상시적 부담이다.
제주항공 측은 인건비를 추가 비용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기종을 다변화할 경우 각 기종마다 정비사와 조종사를 별도로 고용해야 숙련도를 보장할 수 있다. 정비에 필요한 소모성 부품의 조달비용 역시 문제다. 다기종 체제에서는 기종마다 다른 부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대량의 부품을 일시에 조달할 수 있는 단일기종 체제 대비 비용 절감 측면에서 불리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주항공의 차세대 항공기 도입은 기종 변화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의 여지를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는 기단 현대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6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B737NG와 신기종 B737-8 MAX는 소모성 부품의 85%가량 호환돼 기존에 축적해 둔 부품의 대부분을 신기종 정비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정비나 조종 방식도 유사해 기존 기종의 정비사들을 신기종 정비에 투입하기 위한 교육은 2주면 충분하고 조종사의 경우 이틀이면 신기종 운항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비사와 조종사의 추가 고용 없이 신기종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은 코로나19에 따른 여객시장의 충격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제주항공에 적지 않은 고정비 부담 완화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전 제주항공은 매출의 10% 초반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을 직원 급여로 지출했으나 코로나19 이후인 지난해의 경우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40%를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매출의 30%에 가까운 금액이 인건비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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