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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경제학]신세계그룹, 상속 아닌 '증여' 선택한 이유는⑪남매 경영 순탄...지분 승계 불확실성 줄이고 세금도 절약

조은아 기자공개 2022-09-16 07:35:25

[편집자주]

최근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상속'이 재계의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5대 그룹 가운데 삼성과 LG, 롯데에서 총수들이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앞으로도 상속세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은 차치해두고 일단 재계는 재원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기업을 물려받는 것마저 험난해지는 탓이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상속세와 재원 마련 방법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4일 08:14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은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상속이 아닌 증여를 선택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남편 정재은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자녀들에게 지분을 넘기기 시작했다. 현재 이마트 최대주주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 최대주주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다.

남매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를 맡아 오랜 기간 이끌어온 만큼 지분 승계를 미룰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증여가 이뤄진 시기 이마트와 신세계 주가가 낮아 증여세 산정에서 유리하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결과적으로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불필요한 분쟁의 소지도 남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책임경영 역시 한층 강화됐다.

증여세 역시 상속세와 마찬가지로 최고세율 50%에 특수관계인에게 증여할 경우 20% 할증이 붙는다. 증여가 이뤄지면 자금 조달은 한층 쉬워진다. 해당 지분을 담보로 주식담보대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순차적으로 이뤄진 증여...지분 승계 9부능선 넘었다

신세계그룹의 지분 승계는 1998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세 차례에 나눠 이뤄졌다. 증여세 납부 방식도 그때그때 달라지고 있다. 초창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안정적일 땐 주식 현물납부가 이뤄졌고 현재는 연부연납을 활용해 현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이 회장은 1998년 당시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지분 190만주(15.4%) 가운데 50만주(4%)를 정 부회장에게 물려주면서 승계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후 2006년 정재은 명예회장이 신세계 주식 147만주(지분율 7.82%) 전량을 남매에게 증여했다. 정 부회장 84만주, 정 총괄사장 63만주다. 증여세만 3500억원으로 당시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다.

당시 남매는 현물납부를 선택했다. 정 부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4.86%에서 9.32%까지 높아졌다가 현물납부 이후 7.32%로 낮아졌다. 정 총괄사장의 지분율 역시 4.03%까지 높아졌다가 2.52%로 낮아졌다.

당시 현물납부를 선택한 이유는 지분율이 소폭 낮아져도 오너 일가의 지배력에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는 신세계와 이마트가 분할되기 전인데 신세계에서 5% 이상 대주주가 이 회장과 정 명예회장밖에 없었다. 지분 증여 이후에도 이 회장이 여러 차례 신세계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오너 일가 전반의 지분율이 30% 수준에서 유지됐다.

이후 신세계와 이마트 분할이 이뤄졌고 2020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2%씩을 증여받아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주가가 하락하면서 증여의 적기로 판단됐다. 남매 경영이 본격화한 뒤 그룹 내부에서는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시기를 저울질해온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마트와 신세계 주가는 장기 불황에다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10년 사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증여세는 2962억원이었다. 정 부회장 몫은 1917억원, 정 총괄사장 몫은 1045억원이다.
남매는 연부연납을 통해 5년에 6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지분율을 지킬 수 있는 데다 재원 마련 방안도 과거보다 한층 다양해져 납부 여력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1년치 납부액은 정 부회장이 320억원, 정 총괄사장이 175억원이다.


◇정 부회장은 계열사 지분 매각, 정 총괄사장은 대출

눈에 띄는 건 남매의 증여세 마련 방안이 달랐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다른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한 반면 정 총괄사장은 대출을 선택했다.

정 부회장은 다른 그룹 후계자들과 마찬가지로 개인회사나 마찬가지였던 계열사 지분을 활용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광주신세계 지분 52.08%를 모두 신세계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2285억원으로 증여세 재원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회장은 1998년 액면가로 광주신세계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80%가량을 확보했다. 당시 투입한 자금은 25억원에 그친다. 이후 두 차례 더 유상증자를 거치며 지분율은 50%대로 낮아졌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했다.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를 제외해도 선택지가 많았다. 특히 현재 삼성전자 주식 약 1225만주를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분가치만 7000억원이 넘는다. 정 부회장이 삼성전자 주식이 아닌 계열사 광주신세계 주식을 처분한 이유는 정 부회장은 이마트,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으로 남매 간 교통정리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신세계는 광주에서 신세계백화점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삼성전자로부터 배당금을 받기 위한 의도 역시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광주신세계에서 받는 배당을 훌쩍 넘는다. 삼성전자는 2020년 특별배당을 포함해 1주당 2994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정 부회장이 받은 배당금만 37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광주신세계에서는 29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에서도 배당을 받고 있다. 2020년 이마트에서만 103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보수도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34억원, 2121년 39억원을 수령했다.

반면 개인회사가 없는 정 총괄사장은 대출로 증여세를 마련하는 모양새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외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540만4820주(15.14%)를 가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및 패션 사업을 하는 곳으로 신세계가 지분 45.76%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개인 지분 일부를 매각해도 지배구조에 별 영향은 없다

정 총괄사장은 2018년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21%를 증여받아 2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지분 일부를 매각해 해당 지분의 증여세를 마련했다. 지분율은 15.14%로 낮아졌지만 2대주주 자리는 지켰다.

이후 신세계 지분에 대한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추가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백화점 사업과 관련이 큰 핵심 계열사인 만큼 지분을 계속 안고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남편 문성욱 부사장이 몸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 굳이 매각해 현금화할 필요 역시 크지 않다. 대신 정 총괄사장은 기존에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대출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해 신세계 주식 30만주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에서 400억원을 빌렸다. 올해 계약 만기가 돌아오자 이를 연장하고 28만주를 담보로 400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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