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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사 '오너경영' 재조명

박규석 기자공개 2022-09-21 07:42:03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4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식품업계 취재원을 만난 자리에서 '오너경영' 이야기가 나왔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으로 시작된 대화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으로까지 이어졌다. 시장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결단력 있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포인트였다.

근심이 가득한 그의 표정에서 식품기업들의 어려움이 느껴졌다. 수입 곡물가 상승과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불안 등 자력으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비문화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어 변화에 대한 대응도 부담이었다.

대화가 무르익을 때쯤 그는 오너경영의 중요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될 때일수록 오너만큼 확고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영자는 없다고 말했다.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책임지고 복구할 수 있는 것도 오너경영 체계가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식품업계에서는 이러한 사례는 종종 볼 수 있으며 눈에 띄는 곳은 농심이다. 그동안 라면사업 중심의 보수적인 경영을 유지했다면 현재는 대체육과 건강기능식품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건기식 제조사 '천호엔케어' 인수전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 신춘호 회장의 장남 신동원 회장이 지난해 취임한 후 생긴 변화로 그 이면에는 라면에 편중된 사업구조 개편이 녹아있다. 농심의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79%다. 라면 판매량에 민감한 구조로 국내법인의 경우 올해 2분기에 원가 상승 등의 여파로 24년 만에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재철 명예회장과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이끄는 동원그룹도 대대적인 개혁을 준비 중이다. 지배구조 일원화를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가 목표다. 이를 위해 중간 지배회사를 맡고 있던 동원산업과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삼양식품 역시 오너경영을 앞세워 성장 기반을 새롭게 다지고 있다. 한때 오너 2세인 전인장 전 회장 등의 일탈로 내부통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지만 그의 아내 김정수 부회장을 주축으로 자체적인 개선에 힘쓰고 있다.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원회, ESG위원회 등의 운용이 핵심이다.

기업의 미래 예측은 어렵다. 유례없는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면 더욱 그렇다. 분명 현재 상황에서 오너경영은 이점이 있다. 긴 호흡을 가지고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물론 강점이 크다고 단점이 가려지는 건 아니다. 다만 경영 체계를 새롭게 확립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오너경영의 재조명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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