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 리쇼어링 진단]"캔서문샷 프로젝트, 국내 바이오텍 L/O에 긍정적"③빅파마와 '맞손' 기회↑…자국 우선주의 연계한 제도 변화 주목해야
최은수 기자공개 2022-09-21 08:19:54
[편집자주]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분야서도 '리쇼어링'을 선언했다. 미 정부는 중국과 인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게 주목적이라 밝혔지만 국내 업계도 직·간접적 영향권에 들어선 모습이다. 더벨은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인 미국의 정책 변화를 앞두고 CDMO·코로나19 백신·신약 R&D 섹터별로 미국 바이오 리쇼어링에 대한 영향과 향후 전망 등을 짚어 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0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바이오 리쇼어링 행정명령은 '캔서 문샷(Cancer Moonshot)'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제정됐다. 캔서 문샷 프로젝트는 향후 20년 뒤 미국의 암 사망률을 절반으로 줄이는 걸 목표로 한다. 2016년 시작된 프로젝트 총책임자는 바로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었는데 18억 달러(한화 약 2조5000억원)을 투입하고도 별 성과는 없었다.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2월 프로젝트 재점화를 천명했다. 바이오 리쇼어링 행정명령 연설을 통해서도 캔서 문샷을 공식화했다. 추후 항암 조기진단 및 치료, 중·저소득층 치료 기회 확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같은 미국의 항암 정책 변화가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알아보고자 제약바이오 회사 및 연구소 등에 몸담은 4명의 R&D, 사업개발(BD)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지금 국내 바이오텍 업계의 최대 화두를 '캔서 문샷'으로 꼽고 미 항암 시장 변화 속에서 국내 업체가 라이선싱을 비롯해 빅파마와 손잡을 기회가 늘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캔서 문샷'이 미국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자국 우선주의를 토대로 확장하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 견제가 목표인 만큼 R&D와 사업개발에 닥칠 수 있는 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A: 상장 제약사 R&D연구소장
B: 비상장 바이오텍 대표
C: 상장 바이오텍 대표
D: 상장 바이오텍 사업개발 C레벨
-캔서 문샷 프로젝트는 국내 바이오텍에 기회인지 위기인지
C: R&D 바이오텍 종사자들에겐 캔서 문샷이 매우 큰 화두다. 캔서 문샷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리되고 무슨 정책과 제도를 낳을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국내 바이오텍은 큰 변곡점을 맞게 됐다. 현재까진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B: 사실 시장의 관심은 바이오 리쇼어링에 따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수주,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실적 변화에 쏠렸다. 그런데 CDMO는 기업 간 계약이고 생산품질(QC)과 인허가(RA)와 얽혀 신약 라이선싱과 달리 계약 변동이 쉽사리 생기진 않는다.
A: 캔서 문샷 프로젝트엔 가장 먼저 미국의 항암제 약가를 인하한다는 전제가 포함됐다. 먼저 이 부분이 국내 바이오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약가 인하는 소외되던 중저소득층의 암 질병을 치료 접근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제시하는 약가 인하 규모가 무려 기존의 절반 수준이라 세계 최대인 미국 항암 시장 규모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D: 그래도 개인적으론 기회라는 데 베팅하고 싶다. 미국은 캔서문샷 등을 통해 이례적으로 하나의 적응증인 항암신약 개발에 드라이브를 건다고 밝혔다. 그런데 유력 항암 파이프라인이 반드시 미국에서만 나타난다는 법은 없다. 경쟁력 있는 항암 파이프라인을 가진 바이오텍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빅파마의 이목을 사게 될 것이다.
-빅파마가 라이선싱 파트너로 국내 업체를 눈여겨 볼 것이라 여기는 이유는
B: 먼저 캔서문샷으로 공식화한 약가 인하 폭이 워낙 크다보니 당장 약가를 끌어올리는 여러 제도가 철퇴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임상 과정에서 파이프라인의 주력·부속 적응증 선정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빅파마들은 지금껏 항암 파이프라인의 경우 먼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희귀암종을 주 적응증으로 삼아 허가를 받아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일반적인 암종을 부속 적응증으로 삼아 개발했다. 빅파마들은 두 번의 임상으로 늘어난 개발비를 약값에 전가했다. 사업성은 극대화할 수 있었지만 항암신약 가격이 치솟는 원흉으로 지목돼 왔다.
A: 미국 FDA에서 지정하는 가속승인이나 신속승인제도 또한 변경이나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가속승인이나 신속승인으로 지정받은 의약품은 개발 이후 상업화 단계에서 일반 의약품 대비 높은 약가를 책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D: 이처럼 빅파마들이 다중 적응증을 타깃해 약가를 높이는 전략을 제한받으면 도입, 라이선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전체 신약 R&D비용에서 라이선싱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개발비는 기존보다 적게 써야 하고 성과는 내야하니 미국과 인도를 제외한 항암신약 경쟁력을 갖춘 국가에 소재한 바이오텍과 라이선싱을 위해 접촉할 것이다.
C: 표면적으론 달러 강세도 있다. 빅파마의 입장에선 불과 열달 전 1000만 달러에 살 수 있던 파이프라인이 지금은 700만 달러면 가능하다. 미국 빅파마를 기준으로 파격 세일 시장이 열렸다. 그렇지만 대표적인 바이오텍 강국인 중국과 인도에 미 정부가 전방위적인 제한을 걸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국내 바이오텍도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캔서문샷도 미국 우선주의를 중심에 둔 정책 변화인데, 국내 바이오텍이 유의할 점은
D: 미국이 아닌 국가나 지역에서 진행하는 임상의 경우 미국 FDA에서 기존보다 높은 검증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많은 국내 바이오텍이 미 FDA와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 티어를 인정하는 국가(호주, 중국 등)에서 환자를 모집하는 임상 IND를 제출하고 있다. FDA의 관련 제도 및 임상 규정, 태도 변화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A: 인·허가 측면에서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활용해 시제품을 생산할 경우 가점을 매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확보한 바이오텍이라면 기회일 수 있지만 인프라가 없는 바이오텍의 경우 개발 비용 산정과 자금 조달 전략을 더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B: 뒤집어 말하면 우시(Wuxi)를 비롯한 중국 및 인도 CDMO를 이용해 온 업체들의 고민이 있으리라 본다. 가격 때문에 우시를 선택한 사정은 이해가 간다. 미국 현지 CDMO 비용이 10억원이라고 치면 우시는 미국 업체의 30% 수준으로 위탁생산을 맡아줬으니 말이다. 다만 이 선택이 미국 임상과 상업화 과정에서 리스크가 될 우려에 대비해야 한다.
C: 바이든 대통령이 캔서문샷을 미국 바이오 리쇼어링과 연계해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빅파마의 입장에선 중국 CDMO 선택에 부담이 생기고, 개발기간도 늘어나게 되는 점을 염두에 둘 것이다. 사업 전략을 대형 품목 위주로 꾸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성공적인 라이선싱을 위해서면 빅파마의 입맛에 맞는 파이프라인 정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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