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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RS가 만든 항공사 수난시대 [thebell note]

박기수 기자공개 2022-09-22 07:42:36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0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최대 이슈가 '초강력 달러'일지 예측한 사람들이 있었을까. 달러가 1400원 이상으로 비싸진 때는 환율변동제 도입 이후 딱 두 번이라고 한다. IMF 당시인 1997년 12월부터 6개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11월부터 약 4개월이다. 당시와 현재는 비슷한 환율이라도 상황은 다르다는 게 시장 중론이지만 고강도의 정부 개입이 시작된 것을 보면 1400원이 상징적인 환율은 맞는 것 같다.

외환보유고, CDS 프리미엄 등 한국 경제가 진짜 위기 상황인지 알려주는 지표들은 모두 양호하다지만 높은 달러 값에 무조건 타격을 받는 국내 업종들이 있다. 가장 심한 대미지를 받는 쪽은 항공업계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많게는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는데 이는 항공사에 친화적이지 못한 회계기준의 탓도 있다.

국내 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제정한 국제회계기준(IFRS)을 주요하게 채택한 K-IFRS를 회계 기준으로 삼는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항공사들이 보유한 외화부채는 회계 결산 시점의 마감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계상된다.

이 방식으로 항공사들의 재무 상황을 올바르게 표시할 수 있을까. 아시아나항공의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리스부채는 약 4조3653억원이다. 만약 이 부채가 전량 달러부채라고 가정하고(대부분 달러부채가 많다) 부채량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환율이 오르면 이 값은 천정부지로 뛴다.

워낙 외화부채량이 많기 때문에 달러가 10원만 비싸져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대량의 환 손실로 인한 순손실분은 자본을 깎아 먹고 결국 재무구조가 훼손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상반기 말 연결 부채비율은 무려 6544%다. 상반기 만에 4134%포인트 높아졌다.

한 페이지로 나타나는 일정 시점의 재무상태표에는 환율의 변동성을 담지 못한다. '강달러'를 넘어 '킹달러'가 된 현재 시점에서 3분기 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가까워졌을 수도 있다. 5년 뒤, 10년 뒤에 갚을 달러부채도 1390원으로 계산하라고 주문한 회계기준 탓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환율이 1390원일 가능성은 작다.

또 현 회계기준은 부채에 대해서는 매 분기 마감환율을 적용해 결과적으로 3개월마다 값이 갱신되게끔 하지만 항공기 사용권 자산에서는 리스계약 당시 환율로 값을 고정해 원화로 계상하도록 한다. 부채는 화폐성자산, 항공기 사용권 자산은 비화폐성자산으로 인식하고 비화폐성자산에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가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항공기를 진정 비화폐성자산으로 볼 수 있을까. 예컨대 달러 빚을 내고 산 그림은 달러를 벌지 못하지만 전 세계를 날아다니는 항공기는 달러를 번다. 물론 항공기를 100% 화폐성자산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림처럼 100% 비화폐성자산으로 보기도 힘들다.

항공산업 등 환율 변동에 취약한 산업군을 위해 회계기준을 재정비하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하필 이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대한항공이 불운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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