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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 시프트]EV수성 품은 샐바시온, GMP 숙원 풀까②230억 GMP 투자에 쓸 계획, "부지 차입해 공장 짓거나 외주 가공 검토"

박상희 기자공개 2022-09-27 07:39:54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3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 벤처기업 샐바시온이 코스닥 상장사 EV수성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EV수성은 지게차를 비롯한 산업차량을 제조 판매하는 업체다. 샐바시온은 코로나 바이러스 비활성화 예방제 '코빅실V'를 개발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바이오기업 샐바시온이 230억원 가량을 투입해 EV수성을 인수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EV수성은 샐바시온, 샐바시온투자조합을 대상으로 16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오는 10월19일 샐바시온이 160억원을 납입하면, EV수성 지분 16.46%를 보유하게 돼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EV수성은 3자배정 유상증자 이외에 추가로 7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발행한다. 이 역시 3자배정 형태로 진행되는데, 발행 대상자는 샐바시온이다. 샐바시온 측이 유상증자와 CB 인수 등을 통해 230억원가량을 EV수성에 투입하는 셈이다.

수성EV는 전동지게차 및 물류기계 생산업체다. 샐바시온이 EV수성에 투자한 것은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생산기지 확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EV수성 관계자는 "기존 최대주주인 유니베스트 측과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를 협의할 때 GMP 관련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부지를 임대해 EV수성이 GMP 시설을 짓거나 외주가공을 주는 형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GMP란 우수한 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해 공장에서 원료의 구입부터 제조, 출하 등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필요한 관리기준을 규정한 것이다. 미국 FDA가 1963년 GMP를 제정·공표하면서 WHO(세계보건기구)와 각국에서 GMP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977년에 GMP를 도입했으며, 1995년에 의무화 했다.

샐바시온은 지난해부터 GMP 시설을 갖춘 상장사 인수를 검토해왔다. 샐바시온의 미국 자회사인 샐바시온USA와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코빅실-V' 국내 생산기지 확보와 물량공급 확대를 위해선 GMP 시설을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샐바시온이 직접적으로 GMP 시설에 투자하기에는 적잖은 자금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짓고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어놓기만 하면 어떤 제품이든 생산 가능한 일반 공산품 시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GMP를 선진국 수준을 맞추기 위해선 수백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엄격한 GMP 기준에 맞춰 인증을 받기 위해 기계적인 완공 이후에도 수년씩 공정을 검증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이 아닌 벤처기업의 경우 리스크가 더 크다. 자금력이 열악한 데 더해 GMP 투자가 실패로 돌아갈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GMP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신약 인허가 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지어 놓은 공장을 놀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샐바시온이 직접 GMP 투자에 나서지 않고 GMP 시설을 갖춘 곳에 러브콜을 보낸 것은 이 때문이다. 샐바시온은 지난해 말 GMP 시설을 갖춘 국내 상장사 두 곳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조건을 협의하는 등 생산기지 마련에 속도를 내왔다. 다만 조건이 맞지 않아 최종 거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샐바시온은 현재 GMP 시설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향후 GMP 투자가 가능한 상장사를 인수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샐바시온 레이더 망에 들어온 것이 바로 EV수성이다. EV수성 기존 최대주주인 유니베스트 측과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샐바시온이 기존에 GMP 투자를 논의하던 거래가 성사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샐바시온과 유니베스트가 2~3개월 전부터 투자(유상증자 및 CB) 관련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V수성은 샐바시온 측으로부터 유입되는 230억원가량의 자금을 GMP 투자에 쓸 계획이다. EV수성 관계자는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바이오사업을 추가하는만큼 GMP 투자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다만 일부 자금은 조만간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쓰는 등 운영자금 용도로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샐바시온은 GMP 투자 이후 매출과 수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면 기업공개(IPO)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샐바시온이 벤처기업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 엑시트(자금 회수) 차원에서 IPO가 필요한 실정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로그디바이스 등이 샐바시온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바이오로그디바이스는 휴대폰용 카메라의 액츄에이터(Actuator)에 탑재되는 AF·OIS FPCB Assy를 양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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