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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SP vs 글로벌 CP…판 커진 '망 사용료' 논쟁 2018년부터 SKB-넷플릭스 대립 지속, 법 개정 앞두고 유튜브 참전…소비자 볼모 지적도

이장준 기자공개 2022-09-29 13:56:48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7일 10: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이어온 '망 사용료' 다툼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대표되는 글로벌 콘텐츠 제공 사업자(CP) 사이 법적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망 사용료 관련 입법을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최근 또 다른 글로벌 CP인 유튜브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여론전에 나섰다. 법안 통과 시 크리에이터와 소비자가 누릴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며 자극하자 국회가 이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며 대립 양상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망 사용료 정당성 부여 법 개정 추진…유튜브 반발에 국감 증인 신청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8일 자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망 사용료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터넷 서비스가 동영상 중심으로 바뀌면서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고 그 대부분을 소수의 글로벌 CP가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CP가 국내 ISP와 자율적 합의에 따른 망 이용 대가를 거부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개정안에는 '디지털 콘텐츠 제공 시 정보통신망 이용과 제공에 관련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하거나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지연·거부하는 등 행위를 제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망 사용료 지급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아울러 망 사용 추이 등 실태 조사를 실시해 망 이용 계약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20일에는 국회에서 'K-콘텐츠 산업과 바람직한 망 이용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간사 자리가 공석이라 진행을 못 했는데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선임되면서 처음 열린 공청회다.

첫 회의는 야당 인사들만 참여해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으나 여야가 함께 다시 공청회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국정감사 이후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날 구글 유튜브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처음으로 망 사용료 법 관련 입장을 표명했다. 거텀 아난드(Gautam Anand)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인터넷과 유튜브에 기반해 비즈니스를 영위해온 창작 커뮤니티는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난 몇 년간 구축해 온 비즈니스가 망가지거나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더불어 이미 글로벌 CP로서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동안 구글이 지난 10년간 아시아 태평양 전역의 네트워크 인프라에 22억달러(3조537억원)를 투자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유튜브의 창작 생태계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에 2조원 이상을 기여했고 정규직 8만6000개 이상에 준하는 일자리를 지원했다며 사회적 가치 창출도 강조했다. 망 사용료 법안에 반대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Open Net) 코리아의 청원서에 서명을 요청하며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특히 아난드 부사장은 "(법 개정에 따른) 추가 비용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과 생계를 같이 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러한 법안은 존재하지 않으며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입장문을 밝히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는 평이 나온다.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내달 열릴 국정감사 증인으로 유튜브 아난드 부사장과 넷플릭스 딘 가필드 정책총괄 부사장을 선정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는 그동안 망 사용료 법에 관해 관망하는 태도를 취했는데 이번 공청회 이후 입법 절차를 밟기 전 '밑져야 본전'이라고 판단해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크리에이터와 소비자를 볼모로 삼아 혜택을 줄이겠다고 자극하면서 오히려 국회에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CP 책임론 부상

유튜브의 반발은 그동안 넷플리스와 SK브로드밴드 사이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2018년부터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국내 인터넷망을 이용한 OTT를 제공해 수익을 내는 데 합당한 이용료를 내도록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이듬해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자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플릭스 측 패소를 선고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고 SK브로드밴드 역시 반소하며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글로벌 CP 입장에선 이번 싸움에서 밀릴 경우 비용 부담이 상당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심 판결문에서는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할 SK브로드밴드 망 이용 대가를 2020년 한 해 기준 272억원 가량으로 추정했다. 트래픽이 증가하면 그에 따른 대가도 비례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CP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게 정당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나 2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MWC 2022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사회를 열어 대형 CP의 망 투자 비용 분담을 전제로 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지난 26일에도 브랜던 카(Brendan Carr)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의원이 유럽연합(EU) 의원과 만나 예전과 다른 상황에서 빅테크의 공정한 기여가 필요하다고 기조연설을 했다.

카 위원장은 "빅테크는 고속 네트워크로부터 엄청난 이익을 얻고 유럽과 미국 모두에서 네트워크 트래픽의 상당한 규모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창출한다"며 "EU와 미국 관리들 모두 빅테크가 공정한 몫에 기여하는 접근 방식을 고려하고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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