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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CFO / 삼성]CFO의 자격 '순혈', 예외는 없다①삼성전자가 70% 배출, CEO '평가·견제자'로 육성

이경주 기자공개 2022-11-17 07:00:47

[편집자주]

[창간 기획]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0일 15:5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컨트롤타워(옛 미래전략실 등)나 이곳의 카운트파트너(각사 경영지원실 지원·감사팀)로 일한 경험. 삼성그룹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약하고 있는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이다.

외부영입이나 다른 예외 사례는 없다. 삼성그룹은 CFO를 철저히 육성한다. 주요 계열사 현직 CFO 14명은 모두 옛 미전실에서 일했거나 3대 주력사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을 거친 인물들이다.

삼성그룹은 CFO 위상이 CEO 못지않다는 평이 많은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부장급이나 그 밑단에서부터 미전실 업무를 하거나 도우며 성장했다. 미전실은 그룹 전체 재무와 인사를 관장하던 곳으로 각 계열사 CEO에 대한 평가가 핵심 업무 중에 하나였다. 자연스럽게 CEO를 견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CFO가 되고, 이사회에 참여해 균형자 역할을 한다.

◇박학규 사장 '실' 터줏대감…전자계열사 100% '삼성전자' 출신

THE CFO가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14곳의 현직 CFO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 70%인 10명이 미전실 등 컨트롤타워 출신이거나,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지원팀과 감사팀 소속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0%도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경영지원실 지원팀이나 감사팀에 몸담았었다.

삼성그룹은 과거부터 컨트롤타워 조직을 주력사인 삼성전자 내에 운영해왔다. 삼성 내부에서 소위 '실'로 불렸던 곳들이다. 1990년대까진 회장비서실, 1998년부터 2006년까진 구조조정본부, 2006~2008년 전략기획실, 2010~2017년까진 미전실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

현재는 컨트롤타워를 3대 주력사에 나눠 분야별로 운영 중이다. 전자계열사들을 조율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비전자계열사 조율 '삼성물산 EPS(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 TF', 금융계열사 조율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TF' 등이다.

각 사 지원팀은 '실'의 CEO나 임원 평가 업무를 돕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의 재무전략 수립을 위한 정보도 제공한다. 감사팀은 실의 감사나 경영진단 업무를 돕는다. 임직원에 대한 비위조사서부터 사업조정을 위한 기초정보를 지원한다.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은 '실'의 터줏대감격 인물이다. 삼성전자로 입사해 역대 '실 대부분을 거쳤고 카운트파트도 오가며 두루 활약했다. 구조조정본부 시절부터 담당임원(2002~2006년)을 지냈고 전략기획실 담당임원(2006~2008년)을 거쳐 카운트파트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2010~2014년)으로 활약했다. 이후 미전실 경영진단팀장(2014~2017년)으로 돌아왔다. 알려진 '실' 근무만 9년이다.

왼쪽부터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 김성진 삼성전기 부사장, 안정태 삼성SDS 부사장

미전실 해체(2017년) 이후 CFO로 중용됐다. 2017년 11월 삼성SDS 사업운영총괄(COO)이 됐고 2년 뒤인 2020년 1월 삼성전자 DS부문 CFO가 돼 친정으로 복귀했다. 이어 다시 2년만인 2021년 12월 세트부문 CFO가 됐고, 이듬해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은 삼성전자 LCD사업(현 삼성디스플레이) 전담 카운트파트 역할로 성장했다. 2008년 LCD기흥지원팀장(상무보)이 됐고 2011년엔 미전실 전략1팀 담당임원도 지냈다. 2012년 LCD사업부가 삼성디스플레이로 분사된 이후 신설회사의 지원팀장(전무)이 됐고 2017년 삼성전자로 돌아와 영상디스플레이 지원팀장이 됐다. 2022년 초 삼성SDI CFO로 발탁됐다.

김성진 삼성전기 부사장도 '실'경험이 풍부하다. 회장비서실 시절부터 재무기획 담당과장(1993~1996년) 업무를 했고, 전략기획실 담당부장(2004~2007년)을 거쳐 삼성전자 감사팀(2009~2010년)에서도 일했다. △생활가전사업부 지원팀장(2017년) △무선사업부 지원팀장(2020년) 등을 거쳐 2021년 말부터 삼성전기 경영지원실장(CFO)을 맡고 있다.

안정태 삼성SDS 부사장은 재경팀담당임원(2008년)으로 임원생활을 시작해 △반도체(미주총괄) 지원팀장(2010년) △북미총괄 지원팀장(2012~2013년) △영상디스플레이 지원팀장(2014년)을 하다가 2017년엔 감사팀장이 됐다. 2020년 1월부터 삼성SDS CFO를 맡고 있다.

전자계열사 CFO는 모두 삼성전자로 입사하고 삼성전자에서 성장했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SDI나 삼성전기, 삼성SDS에도 과거부터 지원팀 인력이 있지만 CFO를 배출하진 못했다.


◇비전자·금융 계열은 삼성전자·물산·생명 출신 혼재

비전자와 금융계열사들은 삼성전자에 더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지원팀 출신들이 기용되고 있다. 3대 주력사가 CFO 산파 역할을 한다.

송규종 삼성물산 부사장은 알려진 첫 경력이 '실'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미전실 경영진단팀 담당임원(상무)을 지냈다. 이후 2015년부터 삼성물산에서 건설부문 지원팀장과 지원실장을 하다 2020년 말 CFO직인 경영기획실장이 됐다.

왼쪽부터 송규종 삼성물산 부사장, 정주성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 배진한 삼성중공업 부사장,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

정주성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삼성물산에 사원으로 입사해 재무팀장(2009년)과 상사부문 지원팀장(2013년)을 거쳐 2018년 경영기획실장(CFO)까지 지냈다. 2021년 초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실장이 돼 CFO 커리어를 잇고 있다.

배진한 삼성중공업 부사장은 삼성물산 지원팀장(2008~2015년)과 빌딩사업지원팀장(2015~2017년)을 거쳐 2018년 말부터 삼성중공업 경영지원실장(CFO)을 맡고 있다. 김동중 삼성바이로직스 부사장은 삼성전자 출신(1988년 입사)으로 2012년 삼성전자 시스템LSI 지원팀장으로 일했다. 2014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자리를 옮겨 올해로 8년째 CFO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선 삼성생명 부사장은 삼성생명 감사팀에 상당 기간 있었다. 2014년 말부터 2017년 말까지 감사팀 담당임원(상무)을 지냈는데 부장시절부터 있던 곳이다. 2021년 말 부사장 승진과 함께 경영지원실장(CFO)이 됐다.

왼쪽부터 김선 삼성생명 부사장, 이종완 삼성증권 부사장, 정홍구 제일기획 부사장, 김준환 호텔신라 상무, 박준성 에스원 부사장

김상규 삼성카드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재경팀장(2018~2020년)과 경영지원실 담당임원(2020~2021년)까지 지낸 인물이다. 2021년 말부터 삼성카드 CFO로 일하고 있다. 이종완 삼성증권 부사장은 미전실 경영진단팀(2010~2016년)에 오래 있었다.

이외 정홍구 제일기획 부사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경영지원그룹장(2017~2018년)을 지냈다. 김준환 호텔신라 상무는 본적이 삼성전자(2000년 입사)다. 박준성 에스원 부사장은 삼성물산 에버랜드FC사업부지원팀장(2012년) 경력이 있다.


◇14명 중 13명 사내이사, CEO 견제 역할

삼성그룹 CFO들은 대다수 선임된 직후 사내이사가 된다. 송규종 삼성물산 부사장을 제외한 13인이 모두 사내이사다. 더불어 CFO들은 사소한 경영사안까지 관여한다. 송규종 부사장을 제외한 13인이 경영위원회 멤버다. 경영위원회는 이사회결의 사항이 아닌 일반 경영현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곳이다. 더불어 12인은 보수·보상위원회에도 참여해 경영진에 대한 '평가'업무도 수행한다.

CEO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관계자들의 평가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현재 CFO들은 대다수가 미전실에서 계열사 재무나 성과평가를 전담했던 '사(社)담당'이었거나 해당 사담당을 조력했던 계열사 지원팀장”이라며 "과거 갈고 닦은 업무도, CFO가 돼서의 주요 역할도 CEO 대한 견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 무게추가 CEO로 쏠리는 것을 막는 순기능을 하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CFO들은 능숙한 관리자로 육성된 만큼 CEO로도 곧잘 중용된다. 역대 CFO들 가운데 다수 있다. '관리의 삼성'이란 단어를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한 최도석 전 삼성카드 대표(부회장)와 윤주화 전 삼성물산 대표(사장), 노희찬 전 에스원 대표는 모두 삼성전자 CFO였다. 최근인 지난해 말 CEO가 된 최윤호 삼성SDI 사장도 직전 삼성전자 CFO였다.

금융계열사는 현직 CEO 다수가 CFO출신이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와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는 모두 삼성증권 CFO를 지냈다.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는 삼성생명 CFO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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