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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가치주 대가' 랄프웬저 꿈꾸는 한투밸류 윤정환 매니저농구선수서 투자 전문가로…어린이 펀드 40% 수익

윤기쁨 기자공개 2022-11-21 08:10:35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5일 0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국내를 대표하는 가치 투자 하우스다. 튼튼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성장주들을 발굴하는 방식이다. 오랜 기간 기업 성장과 궤를 같이 하면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투자 전략이다.

윤정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한국투자밸류운용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4년에 입사했다.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히는 이채원 전 대표가 잇따라 히트작을 내면서 업계 주목을 받은 시기다. 저평가 우량주에 투자한다는 회사 기조처럼 윤 매니저도 다양한 가치주를 발굴해 높은 수익을 거두는 데 힘쓰고 있다.


◇성장 스토리: 농구선수서 가치투자 전문가로…'스믹'서 실무 경험 쌓아

윤정환 매니저는 소년기 농구 선수로 활약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2년의 고된 선수 생활 경험은 그에게 큰 영향을 줬다. 노력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이라도 재능이 없으면 직업으로 삼을 수 없었다. 청년기로 넘어가면서 그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그때 처음으로 '퀀트'(수학·통계에 기반해 투자모델을 만들거나 금융시장 변화를 예측하는 사람)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됐다. 평소 수학과 경제학, 컴퓨터를 좋아하는 이과생에게 딱 맞는 직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공학을 전공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윤정환 매니저는 "운동을 그만둔 후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는데 대학생이 되어서 내가 주식 운용에 재능이 있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리서치나 기업 분석을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침착하고 이성적 판단에 강한 성격이 (주식 운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주식을 사고 팔 때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이성에 감정적 요인이 섞여있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업종이나 종목에 편파적이 될 수 있는데 펀드매니저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이성적으로 주식을 운용하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입학 후 그는 사내 주식투자 동아리인 '스믹'(SMIC)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투자 활동을 시작한다. 스믹(SMIC)은 다양한 여의도 인재들을 배출해 최강 투자군단으로도 불린다. 강성부 KCG I대표,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목대균 케이글로벌자산운용 대표 등이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곳에서 다양한 모의 투자를 해보고 기업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며 실무와 다름없는 경험을 쌓는다. 2013년과 2014년 당시 인기를 끌던 자동차와 핸드폰 부품회사들과 시멘트 업체 등에 집중해 리서치와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 이성과 감성 분리 중요

투자 철학에 영감을 준 건 랄프 웬저다. 즐겨 읽던 랄프 웬저의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라는 책은 가치주 투자의 길로 들어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랄프 웬저는 월스트리트에서 소형주·성장주 투자의 개척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윤 매니저가 생각하는 가치주는 '펀더멘털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평가된 주식'이다. 실적이 성장하고 있는 기업을 적절한 가격에 산다는게 기본적인 기조다. 다만 가치주는 대형주나 소형주처럼 기업의 규모나 크기와는 별개라고 강조한다.

그는 "가치주는 막연히 현재 가격이나 주가를 비교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이즈를 구분하지 않고 투자에 나서는 편"이라며 "무엇보다 회사의 펀더멘털이나 실적, 보유 중인 자산이나 여러 무형의 가치, 외적인 모멘텀과 기관 움직임 등 다양한 요소들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언젠가 '사람이 나이가 많으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을 인상깊게 들었는데 기업도 일정 기간 이상 회사를 경영했다면 재무제표도 책임져야 한다"며 "회사의 역사적 흐름이 녹아있는 재무제표는 경영자의 태도, 오너십, 브랜드 밸류 등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펀드매니저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는 '감성과 이성의 구분'을 꼽았다. 이성적인 판단에는 많은 감정적 근거들이 들어가 있고, 감정적인 동기를 이성으로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위들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펀드매니저의 역할이다.

◇트랙레코드: '어린이펀드' 책임운용, 최대 수익률 40% 웃돌아

한국투자밸류운용이 가치주 투자 하우스인만큼 운용 중인 펀드도 대부분 가치 투자를 지향한다. 대표적으로 공모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를 운용하고 있다. 저평가돼 있거나 성장잠재력이 있는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은 대표적인 가치주 펀드다. 윤정환 매니저는 2018년 4월부터 책임 운용을 맡고 있다.

이 상품은 부모가 자녀를 위해 매달 50만원씩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해 성인이 될 때 돌려준다는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종전까지 명의자는 어린이만 가능하고 성인은 불가했었지만 최근 이를 해지해 모두가 가입할 수 있는 펀드가 됐다.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무역분쟁과 경기침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초반에는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며 작년 1년간 40%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수한 성과다. 올해의 경우 소폭 하락했지만 2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4월 '한국밸류리레이팅중소형' 펀드 운용을 담당했다. 실적 증가 가능성을 갖추면서 향후 밸류에이션 상향 잠재력이 높은 종목들로 구성돼 있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전제로 이익가치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밸류에이션 리레이팅) 구조다. 당초 1년 만기로 설정됐지만 조기 청산됐다. 최종 수익률은 14%다.

윤 매니저는 "지난해 어린이 펀드 성과가 좋았는데 올해의 경우 전반적으로 장이 빠지고 있어서 수익률이 조금 낮아졌다"며 "이외에도 작년에 출시한 사모펀드를 책임운용 하고 있는데 1년 내로 청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두번째 액티브ETF 출시 준비, 라인업 확대 나서

한국투자밸류운용은 올해 초 'VITA MZ소비 액티브 ETF'를 출시하며 ETF(상장지수펀드) 출사표를 던졌다. MZ 세대들의 소비와 관련된 종목으로 구성된 테마형 상품이다.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현재 두번째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두번째 ETF도 액티브형이 될 전망이다.

이 상품은 성장하고 있는 기업의 이익 주기와 미래 가치 등을 수치화한 것이 특징이다. 가령 2~3년 안에 많은 이익을 반짝 벌고 그 이후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회사가 있는 반면, 단기간 내 돈을 못 벌더라고 10~20년 뒤에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의 주기(듀레이션)을 계산해 액티브하게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윤정환 매니저는 "주식 듀레이션을 모델화해 만들면 해당 회사가 가치주나 성장주 영역에 있는지 판단이 가능해진다"며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이익을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이들의 성장 가능성도 가늠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향후 사모펀드 확대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재 한투밸류운용의 사모펀드 규모는 1432억원(17개) 수준이다. 이중 일부는 2~3년 내 청산을 앞두고 있다. 다양한 사모펀드를 출시해 규모를 키우고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이 그의 목표다.

한편 당분간 증시 상황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증시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가 좋아지는 흐름은 아니라는 평가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서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1~2년간 국제 경제가 극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보진 않는데, 미국과 중국의 외교 관계가 갑자기 개선돼 글로벌 교역이 활성화가 될 가능성도 낮다"며 "물론 FOMC(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정책에 따라 증시가 움직일 순 있지만 국내의 경우 경기 민감 대형주가 많기 때문에 상승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 국면인 현재 투자에 유리한 산업이나 업종은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다만 인건비, 원재료 등 여러 비용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전가할 수 있거나 산업 구조상 성장 가능성이 크고 판매 물량이 늘어갈 수 있는 업종에 주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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