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18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가 아니고 기자라구요? 기자라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습니다."지난 몇 달간 코스닥 상장사를 취재하면서 들었던 황당한 답변 중 하나다. 이 회사의 대표가 70억원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을 보고 자금 활용처에 대해 묻고자 전화를 걸었다. 물론 시원한 답변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주식담당자(주담)들은 "오너의 일을 어떻게 압니까"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하는 건 간혹 회사 신사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을 넣었고 어렵게 주담과 통화 연결이 됐다. 연륜이 느껴지는 중년의 남성이 전화를 받으며 "무슨 일이시죠?"라고 말문을 열었다. 주담대 관련 질문을 하자 주주가 아님을 감지하고 누군지 확인했다. 기자라는 말에 주주가 아니면 정보를 주지 못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연락이 안되는 곳보다 낫다고 보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다만 주담이 질문 주체에 따라 다른 답변을 내놓으며 정보의 비대칭성을 유발하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수의 기관을 상대로 하는 'IR 설명회'도 최근 10년간 단 한차례도 열지 않았다. 기관 대상 IR도 주담 성향에 맞는 특정한 곳만 정해 진행했을 가능성도 높다.
주담의 행동이 더 황당하게 느껴진 것은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아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관광버스에 음향기기 제품을 공급하면서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1990년대 청소년과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일조하며 1997년 코스닥에 입성했다. 최근 '코로나19'로 부침은 있었지만 점유율이 높은 만큼 반등에 성공했다. 유일한 경쟁사는 회장 횡령 등의 이슈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적극적 IR이 불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인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에 매몰돼 미래 가치를 위한 IR 활동을 등한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담의 자세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주담의 역할이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주가가 공정하게 형성되도록 노력하는 것임을 잊은 건 아닌지 우려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20세기 소녀'의 배경은 1990년대 후반이다. 내용과 무관하게 시간적 배경만 따져보면 이 회사가 IPO 성공 후 영업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시기와 겹친다. 연륜이 넘쳤던 주담의 마인드가 통했던 때라고도 볼 수 있다. 시대는 변했다. 20세기와 결별하지 못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잡음이 회사의 신뢰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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