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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뿐인 자본, 신종자본증권]'콜옵션 행사' 자본 인정 타당할까③'중도상환'이 관건, 한국은 사실상 '5년 만기 채권' 전락

박동우 기자공개 2022-11-29 10:57:49

[편집자주]

흥국생명이 2009년 우리은행 사례 이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하면서 자본시장에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불었다. 금융당국까지 나서면서 사태를 진화했고 결국 흥국생명은 입장을 번복해 콜옵션을 행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혹은 그 이상이고, 발행사가 자기 의지대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돼 그 특징을 토대로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흥국생명 사태 이후 신종자본증권을 진정 자본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THE CFO가 조명하고자 하는 곳도 이 지점이다. 더불어 금융사보다 발행 규정이 느슨한 비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은 취지대로 발행되고 운용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2일 16:1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인식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는 데는 '콜옵션(조기상환권)'이 자리잡고 있다. 유럽 권역에서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은 발행한지 10년이 지나도록 '중도 상환'을 하지 않으면 자본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발행 시점으로부터 5년 만에 기업들이 콜옵션을 행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자본으로 인정키 어려운 '5년 만기 채권'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신종자본증권의 유형은 스텝업(금리 상향 조정) 의무를 부여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구분된다. '하위 신종자본증권(Innovative Hybrid)'에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10년이 지난 뒤에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당초 계약에 따라 발행 당시 설정한 이자율에 추가 금리를 붙인다. 발행한지 10년이 지났을 때 금리를 1%p 올리거나, 발행 당시 가산금리의 50% 범위 안에서 상향 조정하는 방식을 구사한다. 발행 주체의 조기 상환을 유도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유럽 각국은 하위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기본자본의 최대 15%'로 설정했다. 국내 금융당국은 어떻게 책정했을까. 은행의 경우 기본자본의 15%까지 인식한다. 보험사에 대해서는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발행하면 기본자본으로 인정해준다.


반면 '상위 신종자본증권(Non-innovative Hybrid)'에는 금리 상향 조건이 없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투자자에게 가산 금리를 적용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상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주체는 조기 상환을 택할 유인이 낮아진다.

스텝업 의무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상위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으로 인정받는 비율은 하위 신종자본증권에 견줘 높은 편이다. 신종자본증권의 발상지인 유럽의 경우 △벨기에(33%) △오스트리아(30%) △프랑스(25%) 등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기본자본 인정 한도가 단연 높은 나라는 독일과 네덜란드로 50%까지 허용한다.

한국 금융당국은 상위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기본자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기류가 바뀐 시점은 2008년이다. 은행에 한정해 기본자본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최대 30%'로 설정했다. 당시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여파로 금융사 조달 여건이 악화된 상황을 감안해 다양한 자본 확충 수단을 보장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2016년 하반기 금융당국이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국내 보험사들도 신종자본증권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스텝업 조건이 수반되는 하위 신종자본증권으로 발행 대상을 한정했다. 유럽 권역에서 통용하는 기준을 따르면 발행 시점으로부터 10년이 경과할 때까지 중도 상환하지 않아야 자본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콜옵션 행사 제한 기간인 '5년'이 지나면 중도상환권을 사용하는 일이 빈번했다. 실질 만기가 5년에 그치는 채권과 같아 자본으로 인정하는 게 타당한지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흥국생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7년에 5억달러(5571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찍었다. 올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으나 방침을 번복해 조기 상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비단 흥국생명만 직면한 사안이 아니다. 국내 보험사들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만큼,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올해 콜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하기 시작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보험업계가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조기 상환하는 금액이 올해 1조7891억원, 내년에는 4조168억원으로 추산됐다.


앞으로 보험업계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을 둘러싼 자본 인정 요건은 어떻게 될까. 2023년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계기로 변화를 맞는다. 스텝업 조항이 붙지 않은 상위 신종자본증권을 기본자본으로 인식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리 상향 조건을 가미한 하위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받기 어렵게 된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K-ICS 실시 이전에 찍어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일로부터 10년 동안만 기본자본으로 인정하는 조치를 세웠다. 다만 한도는 전체 요구자본의 15%까지로 설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기 상환을 유도하는 스텝업 조건이 설정된 신종자본증권은 앞으로 K-ICS 시행 국면에서 자본으로 인정되지 못한다"며 "자본 확충에 초점을 맞춘 보험사들은 향후 기존 하위 신종자본증권 물량을 상위 신종자본증권으로 차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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