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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개미 군단의 역습]누구와 소통하나…쉽지 않은 가격조정, 합병 무산까지③ “주가 애매할 때 소액주주는 반대하고 매수청구권 갖는 게 유리” 분석도

최윤신 기자공개 2022-11-23 07:18:17

[편집자주]

스팩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이 기관투자자에서 개미들로 옮겨가고 있다. 전체 주주 중에서 소액주주가 차지하는비율이 60%가 넘는 스팩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리 상승 등으로 수익률 높은 다른 금융 상품을 찾는 기관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스팩에서 자금을 빼는 추세다. 빈자리를 메운 똑똑한 개미들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합병 대상 기업의 성장성이나 몸값에 의구심을 품고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몇몇 기관투자자만 신경쓰면 됐던 예전과 달리, 증권사도 이제는 개미들의 눈치를 봐야한다. 거래소로부터 심사 승인만 받으면 '자동 상장'이라는 인식도 무색해졌다. 더벨에서는 개미의 시대가 도래한 스팩 시장의 상황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1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거래소의 심사를 넘으면 ‘9부 능선’을 넘는 것으로 여겨졌던 스팩 합병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스팩에 소액주주 비중이 늘어나며 주주간 이해가 복잡해짐에 따라 ‘주주총회’의 문턱이 훨씬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어지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소액주주들의 ‘찬성’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액주주들의 경우 합병에 찬성하더라도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게 실리적으로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 11년만의 주총 부결... 소액주주 지분 65%

지난 10일 IBKS제13호스팩이 연 임시주주총회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모든 안건이 폐기됐다. 온라인 가구 유통회사인 스튜디오삼익과의 합병을 결정하기 위해 연 주총이었는데, 합병을 결정하기에 충분한 의결권을 모으지 못했다.

11년만에 스팩 합병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순간이었다. 2009년 국내에 스팩 제도가 도입된 후 초창기에는 주주총회 부결 사례가 있었지만 2011년 하나그린스팩과 피엔티의 합병안이 부결된 이후 주총에서 합병이 막힌 적은 없었다.

IBKS제13호스팩의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하지 못한 기본적인 이유는 밸류에이션 눈높이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기업이 인정받길 원하는 가치와 투자자가 바라보는 밸류의 눈높이가 달랐는데, 이 접점을 제대로 찾지 못한 게 원인이다.

국내 증시가 지난해 최대 호황에서 급격하게 꺼지며 밸류에이션에 대한 시각차가 커진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이는 ‘11년만의 주총 부결’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아니다.

IB업계에선 ‘늘어난 스팩의 소액주주 비율’에서 원인을 찾는다. 상법상 특별결의 안건인 합병은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와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 승인을 얻어야 한다. 발기인 등이 스팩 상장 전 취득한 주식들의 경우 합병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기 때문에 실제로 확보해야 하는 주식 수는 더 많다.

IBKS13호스팩은 주주명부 폐쇄일(8월 25일) 기준으로 소액주주 지분율이 65%를 넘었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찬성이 없이는 합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스팩 투자가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을 때는 일부 지분이 많은 기관투자자들과의 소통 과정을 거쳐 밸류에이션을 납득시키거나 조정하는 과정을 비교적 쉽게 거쳤는데, 이번엔 이런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IBKS13호 스팩 역시 주총에 앞서 시장의 좋지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두 차례에 걸쳐 주총을 미루며 합병비율을 조정했다. 당초 1:44.96으로 제시했던 합병비율을 1:35.87로 하향했고, 최종적으론 1:30.35까지 낮췄다. 당초 1120억원으로 봤던 스튜디오 삼익의 기업가치를 780억원까지 낮춘 것이다. 그럼에도 소액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스팩 합병은 ‘칼자루를 쥔’ 기관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해 투자자의 눈높이를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상장 기업에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었다”며 “소액주주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경우 이런 방식의 가격조정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합병 찬성하면 사라지는 ‘주식매수청구권’

IB업계 일각에선 IBKS13호 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스팩의 경우 합병안을 주총에서 승인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특히 소액주주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히 밸류에이션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합병에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주주들에게 주어지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참여 부진을 불러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주는 이사회에서 정한 합병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 주총 이후 일정 기간 안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얻는데, 이는 주총 이후 일정기간 동안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주주총회 안건이 마음에 들더라도, 반대 입장을 표명해야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할 수 있다. 사전에 반대입장을 표명하더라도 주총에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면 이 권리가 사라진다.

일반투자자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통상 스팩의 상장 폐지시와 유사한 수준이다. 따라서 스팩의 주가가 공모가격에 유사한 수준으로 형성된 경우에는 혹시 모를 주가 하락의 대비 수단이 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의 경우 자신의 의결권이 합병 성사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에 합병안이 합당할 경우 적극 찬성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액주주 입장에선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는 순간 주식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게 되기 때문에 합당한 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합병안을 제시하더라도 찬성표를 행사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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