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경색 긴급 진단]'약한 고리' A급 캐피탈채 '진퇴양난'⑤"채안펀드 매입 물량 너무 적아 효과 미미"
남준우 기자공개 2022-11-28 07:36:21
[편집자주]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자금시장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치솟은 금리 탓에 회사채 발행은 막혔고 PF ABCP를 위시한 단기물은 만기 대응에 급급하다. 금융당국이 10월 23일 발표한 '50조원+α'의 지원책이 가동을 시작했으나 실효성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국내 자금시장의 현안과 대응 방안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4일 09: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급 이하 중소 캐피탈사는 금융 위기 때마다 채권 발행이 쉽지 않은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다. 최근 금리 상승 장기화로 캐피탈채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됐다. 그동안 수요를 뒷받침하던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편입 비중도 내년부터 낮아져 악순환이 예상된다.업계에서는 파생결합증권 편입 한도 축소 규제 이연 등이 결정됐지만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캐피탈채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채안펀드가 최근 사상 첫 캐피탈채를 매입했으나, 이 역시 시장에 변화를 주기에는 물량이 너무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체 대비 A급 이하 캐피탈채 발행 비중, 1년 만에 9%p 하락
24일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최근 AA- 등급 3년물 캐피탈채와 국고채 간의 평균 스프레드는 약 230bp 벌어졌다. 동일 등급 동일 만기 회사채와의 스프레드는 최근 약 60bp까지 올라왔다. 회사채 대비 스프레드는 올초(약 18bp) 대비 세 배 가량 확대된 셈이다.
캐피탈사 전반적으로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특히 A급 캐피탈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 계열이 아닌 A급 이하 중소 캐피탈사는 금융 위기 때마다 채권 발행이 쉽지 않은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다.
비교적 단기간에 회복했던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이번은 전혀 다른 국면이라는 평가다. 당시 전세계적 유동성 공급 정책 덕분에 캐피탈사에 미친 위험이 크지 않았다. 반면 올해는 금리 상승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라 악영향이 클 전망이다.
2023년부터 8%로 제한되는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내 여전채(캐피탈채, 카드채 등) 편입 비중도 변수다. 여전채의 핵심 수요처인 증권사 수요가 감소하면서 여전채 수급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국고채와 A급 이하 3년물 캐피탈채 간의 스프레드는 작년 초만 하더라도 200bp 수준이었다. 올해 8월 이후로는 250bp를 넘겼다. 리파이낸싱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부분 만기가 1년 짜리인 만큼 리파이낸싱 주기가 빠르게 돌아온다.
업계에서는 최근 발행량 추이를 보면 이미 리파이낸싱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A급 이하 캐피탈채는 작년 2분기 전체 캐피탈채 중 발행 비중이 31%를 차지했다. 올 3분기에는 이 비중이 22%까지 떨어졌다.
지난 4일 금융당국이 파생결합증권의 여전채 편입한도 축소 계획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결정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 제한 방침을 내년 3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한다. 다만 금리가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증권사의 파생상품 평가손실이라는 희생이 필요한 만큼 업계 반응은 미온적이다.
최근 채안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의 행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지난 3일 채안펀드는 신한캐피탈이 발행한 1200억원어치 캐피탈채 중 300억원을 매입했다. 채안펀드가 담은 첫 여전채다. 다만 시장에 변화를 가져다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절대적인 유동성 부족보다 심리 문제가 더 크다. PF 부실 등의 이유로 투자한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디폴트 우려에 기관들이 지갑을 닫았다. 확실한 '시그널'을 주기엔 채안펀드의 초기 움직임이 미미했다는 평가다.
한 시장 관계자는 "시장 불안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현금을 가지고 있으려고 하는 분위기라 돈이 돌지를 않는다"며 "채안펀드 외의 수요가 없는 이상 과감한 투자는 힘든 상황이며, 파생결합증권 편입 한도 축소를 늦췄다한들 변화를 가져오기엔 힘들다"고 말했다.
◇A·BBB급 부동산 관련 리스크, '관찰 필요' 수준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비교했을 때 변화된 자산포트폴리오도 유동성 확보의 제동을 걸고 있다. 자동차 금융 자산 비중이 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기업·투자 금융 위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투자 비중이 크다.
자동차 금융 자산의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와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 등으로 단기간에 일정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매월 상환액이 같기 때문에 자금 수급 계획을 수립하기가 용이하다는 뜻이다.
다만 2015년 이후 캐피탈사의 전통적 영업부문인 자동차 금융 부문의 경쟁 심화, 가계대출에 대한 한도 규제나 최고 금리 인하 등으로 성장동력이 약화됐다. 수익성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캐피탈사의 부동산 관련 여신 비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관련 여신은 대부분 부동산 PF(본PF+브릿지론)로 구성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추정이 어려운 신한, IBK를 제외한 24개 캐피탈사 합산 브릿지론 규모가 2022년 3월말 기준 약 7조7000억원으로 2016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한국기업평가의 리스크 수준 판단 결과, 전체 캐피탈사 부동산 관련 여신의 평균 리스크 수준은 2.5로 관찰이 필요하다고 드러났다. 리스크 수준은 0~5 순으로 높다. 0(매우 낮음), 1(낮음), 2(보통), 3(관찰 필요), 4(주의 요구), 5(부실화 진행)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A급과 BBB급의 경우 평균 리스크 수준이 각각 3.1과 2.9다. A급과 BBB급에서 관찰이 필요한 여신의 비중은 각각 22%, 23%다. 주의가 요구되는 여신의 비중은 각각 44%, 39%에 이른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A급 이하 캐피탈사 중 피어 그룹 평균을 초과하는 캐피탈사는 OK, 한투, 웰컴, DB 4곳이며, 공통적으로 영업자산 내 부동산 PF 비중이 높고 부동산PF 중에서도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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