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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강국으로 남는 길 [thebell note]

강용규 기자공개 2022-11-28 07:40:10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5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한조선, 케이조선 등 4개 조선사가 ‘인력 빼가기’를 이유로 현대중공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는 2가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조선사들이 인력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인식과 별개로 실제 인력이 잘 보호되지는 않고 있다는 것.

조선업 인력 부족 문제가 국내 조선사들의 흑자전환에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대량의 수주잔고를 쌓았지만 정작 건조작업에 투입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계를 조망하고 싶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이견이 없는 조선 강국이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조선업 1위’라는 표현의 사용 빈도가 줄고 있다. 작년 이후로 중국에 수주잔고상 1위 자리를 장기간 내주면서부터다. 그동안 국내 언론은 한국 조선업이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며 위기감을 부각해 왔다. 이제 물량 측면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앞서는 단계에 들어섰다.

양국의 인건비 차이를 고려하면 한국 조선업이 중국의 물량 공세를 막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조선사들에게는 세계 최고로 일컬어지는 선박 기술과 품질을 앞세워 고부가 선박의 수주시장을 지켜내는 것만 남았다.

업계 차원에서는 숙련공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 조선사들이 여기서 취약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대중공업을 향한 4개 조선사의 제소는 국내 조선업의 근원적 위기를 나타내는 단면에 불과하다. 이를 그대로 두면 언젠가는 기술과 품질도 중국에 따라잡힌다. 그 뒤는 정말 설 곳이 없다.

200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 조선 호황기에 조선사 도크는 숙련공들로 붐볐다. 그 많던 숙련공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갔나. 평택과 고덕 등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이 용접능력을 보유한 조선업 인력들을 흡수하고 있다. 조선사 대비 높은 임금과 낮은 노동강도가 매력이라고 한다.

결국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니 노동자들이 업계를 떠난다. 인력 빼가기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별개로 조선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산업은행이 동종업계가 아닌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결정한 것은 단순히 공적자금의 투입 부담을 조속히 민간에 이양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방산 분야의 시너지를 넘어서 친환경 에너지원 기반의 선박이나 자율운항선박 등 조선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주인이라는 판단에 기반을 둔다.

사람이 직접 철판을 용접해야 하는 조선업은 고용 창출의 관점에서 커다란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산은이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에 수 조 원의 공적자금으로 호흡기를 붙여온 것은 정치적 관점에서든 산업적 관점에서든 조선업의 규모를 쉽사리 줄일 수 없다는 국가적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수소, 암모니아, 연료전지 등 포스트-LNG선의 시대를 세계에서 가장 앞서서 준비하고 있다. LNG선 이후의 시대를 위해 조선업계가 함께 사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산업의 점진적 몰락을 방치하기에는 아직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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