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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메리츠의 비밀]배당과 자사주 매입 사이…주주환원을 둘러싼 고민⑤주주환원, 자원배분정책 하위 개념에서 독립 '적극적 환원'으로 선회

서은내 기자공개 2023-02-01 07: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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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이례적인 메리츠의 행보는 언제 어디서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평가도 호불호가 갈린다. 메리츠의 혁신을 평가절하하는 경쟁 업체들도 물론 있다. 뛰어난 경영수완과 각종 성장 지표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승계를 포기한 과감한 지배구조 개편 승부수까지 띄웠다. 메리츠의 지배구조와 사업 전략, 현안을 세밀히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9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는 지난해 배당 축소로 주식시장에서 논란이 됐다. 배당성향을 35%에서 10%로 25%p나 낮추고 대신 자사주매입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다. 배당을 축소하겠다는 주주환원정책 발표 자체가 이례적이다.

1년만에 메리츠는 또 한번 파격을 보였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주 중심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하면서 연결이익의 50%를 주주환원하겠다고 못 박았다. 배당 축소로 있었던 논란을 이번 발표로 한번에 정리했다.

메리츠가 발표한 지배구조개편 컨퍼런스콜에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 후 메리츠금융지주 주식의 주당 순이익은 약 9000원, 그 중 주주환원금액은 4500원 정도로 예상된다"며 "현재 주식의 종가를 기준으로 나누면 16.8%로 상당히 강화된 주주환원율"이라고 설명했다.

'연결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약속 뒤에는 메리츠 경영진들이 주주환원정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와 관련한 히스토리가 있다. 김용범 부회장과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오랜 기간 배당, 자사주매입소각 카드를 놓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주주환원에 대한 생각에도 변화를 겪어왔다.


2011년부터 2017년, 김 부회장이 메리츠 경영에 합류했던 초기에는 기본적으로 배당이나 자사주매입소객 같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자본배분정책(Capital allocation)의 하위 개념으로 보는 성격이 강했다.

CEO가 ROE(자기자본이익률) 상승에 집중하면 TSR(총주주수익률)은 함께 오를 것이란 관점이다. 배당에 관해서는 워런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시각을 견지했다. 워런버핏은 주주서한을 통해 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유보, 재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주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한 바 있다.

주주환원정책을 자본배분의 하위 개념으로 보면 회사는 한계투자수익률, 자사주매입소각시 수익률, 배당금 예금수익률을 비교해 가장 높은 곳에 집중하게 된다. 배당은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메리츠의 배당성향은 30%정도였으며 주주 신뢰를 바탕으로 배당을 더 줄이고 한계투자수익률, 자사주매입수익률 중 높은 쪽에 집중할 계획이었다.

2018년 이후 이런 시각에 변화가 감지된다. 주주환원을 자본배분정책에서 독립적인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5년간 메리츠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의 TSR이 ROE와 급격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5년을 거치며 ROE는 18%까지 오른데 반해 TSR은 4%에 그쳤다. 주주환원을 자본배분의 하위로 보고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배당 축소 대신 자사주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메리츠의 주가가 지난해 큰폭 하락한 일이었다. 내부에서는 메리츠의 주주환원율을 40%로 잡고 10%는 배당으로, 30%는 자사주매입소각으로 반영할 계획이었다. 배당성향은 명시했지만 자사주매입 범위는 발표하지 않자 부정적 시그널로 해석돼 소동이 발생했다.

메리츠 내부에서는 자사주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을 30%로 명시했다가 향후 발생할 문제를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양을 확정하게 되면 약속된 비율을 충족하기 위해 저평가가 해소된 후에도 고평가된 자사주를 매입해야 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메리츠는 '3년간 연결순이익의 50%를 환원한다'는 주주환원 원칙으로 지난한 시행착오를 정리했다. 구체적인 배당, 자사주매입소각의 비율에 대해서는 "주식의 저평가 여부에 따라서 좌우된다"고 덧붙였다.

그룹 전체적인 배당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전후로 회사 입장에서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근간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지분구조에서는 금융지주가 화재와 증권 지분을 50%대로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가 배당을 지급하게 되면 외부주주에게 자금이 유출된다.

증권과 화재가 완전자회사가 되면 이익 유보율을 보다 탄력적으로 조절하게 되는 셈이다. 극단적인 경우 배당성향을 50%로 유지한다고 해도 구조 개편 이전에 비해서는 그룹 전체 유보금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보고서에서 "메리츠화재의 경우 외부주주에게 현금배당으로 흘러갔던 순이익의 30%가 앞으로 메리츠금융그룹 내에 100% 유보가 가능해져 장기적으로 메리츠화재 개별 회사의 재무상황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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