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 메리츠의 비밀]지분스왑 최대변수 ‘매수청구권' 어떻게 방어했나⑥‘주가 저점’ 타이밍 잡고, 주주환원책으로 주가 부양…메리츠증권 불확실성은 잔존
최윤신 기자공개 2023-02-01 07:20:40
[편집자주]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이례적인 메리츠의 행보는 언제 어디서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평가도 호불호가 갈린다. 메리츠의 혁신을 평가절하하는 경쟁 업체들도 물론 있다. 뛰어난 경영수완과 각종 성장 지표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승계를 포기한 과감한 지배구조 개편 승부수까지 띄웠다. 메리츠의 지배구조와 사업 전략, 현안을 세밀히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30일 13: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1월 21일 발표된 메리츠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곧 본게임을 시작한다. 내년 초 메리츠지주와 메리츠화재의 임시주주총회를 시작으로 메리츠지주와 메리츠증권의 지분스왑이 마무리되는 4월까지 여정은 이어진다.으레 상장사의 지배구조개편엔 많은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인데, 메리츠의 경우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룹 경영진의 물 샐 틈 없는 전략과 주주친화적 개편 방향성이 불확실성을 대부분 제거한 것으로 평가된다.
◇ 충분한 최대주주 지분, 주총 변수 없어
통상 상장사가 포함된 기업의 지배구조개편 전장은 ‘주주총회’다. 다만 이번 메리츠금융그룹 지배구조개편에선 주주총회가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1월 5일 지주와 화재의 임시주총을 시작으로 향후 증권 지분스왑을 위한 주총도 거치게 되는데, 여기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지배구조개편의 핵심인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이다.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야 가결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최대주주인 조정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75.9%에 달하기 때문에 최대주주의 의지만으로도 특수결의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메리츠화재도 주총 승인에 변수는 없다. 메리츠지주가 지분 60.9%를 가지고 있다. 전체 의결권의 3분의 2에 미치진 못하지만 현실적으로 부결 확률은 극히 낮다. 향후 주총을 진행하는 증권 역시 지주의 지분율이 과반이 넘기 때문에 향후 이뤄질 지주와 증권의 주식스왑도 주총의 벽은 낮다.
현재와 유사한 지분 구조가 갖춰진 건 오래 전의 일이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성사를 가를 승부처는 애초부터 주주총회는 아니었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주주총회가 아니라면 변수가 될 수 있던 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였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장치로, 합병이나 포괄적 주식교환 등의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어진다. 주식스왑을 하려는 회사는 이 권한을 행사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정해진 가격으로 사들여야 한다.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을 무제한으로 사들일 순 없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이 얼마나 나오느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메리츠금융그룹도 이번 주식스왑과 관련해 주식매수금액 한도를 설정해 뒀다. 메리츠화재가 4000억원, 메리츠증권은 2500억원을 각각 한도로 잡았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각각의 주식 교환에서 2000억원씩을 최대치로 설정했다.
◇ 주가 연중 최저점 찍은 직후 개편 시동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식매수청구가격을 낮게 설정하고 이후 실제 주식스왑이 이뤄지는 시점에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다. 현재의 주가보다 주식매수청구가격이 낮으면 주주가 권리를 행사할 이유가 없다.
이를 고려할 때 메리츠가 선택한 타이밍은 절묘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지배구조개편이 발표된 11월은 3사의 주가가 연중 최저점을 막 지난 시기였다. 주식매수청구가격이 통상 공시일 기준 최근 2개월간의 가중산술평균 종가를 토대로 정해지는 걸 고려할 때 가장 낮은 매수청구가격을 설정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회사가 주주들에게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가격은 메리츠금융지주가 2만5636원, 메리츠화재가 3만2793원, 메리츠증권이 4109원이다. 주주들이 별도의 매수가격 결정을 요구하지 않으면 이 가격이 최종 매수가격이 된다.
계획을 밝힌 이후 상황은 메리츠에 더 우호적으로 형성됐다. 지배구조개편 계획을 공개한 다음날인 11월 22일 3사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급등했다. 현재의 주가는 매수청구권행사가격보다 40~50% 높게 형성된 상태다. 주가흐름이 이어지면 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이유가 사라진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한 리스크를 계산해 치밀하게 전략을 수립해 이행했기 때문에 주식스왑의 실패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배구조개편의 긍정적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호응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도 또 다른 비결이다. 특히 ‘연결순이익의 50% 주주환원’이란 슬로건을 내건 게 주가 부양에 힘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에 대해 삐딱한 시선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개편 추진과 함께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 부양 효과를 일으켜 결과적으로 주식 스왑에 큰 힘을 실어주게 됐다”며 “기업의 철학이 반영되는 주주환원정책의 발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게 옳은가에 대해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증권 지분스왑 완료까진 4개월 남아
증권업계에선 메리츠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이 계획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절대적이라고 바라본다. 다만 아직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할 순 없는 상황이다.
남은 일정을 고려할 때 메리츠지주와 메리츠화재의 주식스왑은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지만, 수개월이 남은 증권과의 주식스왑은 성공을 확신하기엔 이른 시점이어서다.
메리츠지주와 메리츠증권의 주식스왑은 내년 3월 8일 주총에서 결의될 예정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은 3월 28일까지다. 이 때까지 주가가 매수청구가격보다 높게 유지돼야 매수청구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가격과 현 주가의 차이가 큰 만큼 역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완료까지 4개월이란 시간이 남은 만큼 리스크를 배제할 순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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