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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메리츠의 비밀]또 한번 '메기' 된 메리츠화재의 퇴직연금 재진출⑨10년만에 진출하며 과열 경쟁 야기…리스크 감안한 '원오프 비즈니스' 전략 항변

서은내 기자공개 2023-02-02 07:21:32

[편집자주]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이례적인 메리츠의 행보는 언제 어디서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평가도 호불호가 갈린다. 메리츠의 혁신을 평가절하하는 경쟁 업체들도 물론 있다. 뛰어난 경영수완과 각종 성장 지표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승계를 포기한 과감한 지배구조 개편 승부수까지 띄웠다. 메리츠의 지배구조와 사업 전략, 현안을 세밀히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6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화재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은 지난해 업계의 핫 이슈였다. 메리츠화재는 10년만에 퇴직연금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소리'를 울렸다. 커닝공시 비난의 중심에 서며 퇴직연금 사업자들 사이에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또 한번 '과열 경쟁' 지적이 나왔고 감독당국이 주요 경쟁 자제 메시지를 보내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12월은 특히 퇴직연금 재가입 유치로 예민한 시기다. 지난해 하반기 금리 급상승에 자금 이탈,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하며 퇴직연금 유치경쟁은 더 뜨거웠다. 사업자들에게는 한달 전 이율 공시 의무가 있지만 메리츠화재 같은 비사업자들은 의무가 없다. 제도적 허점이 비사업자들에게 유리한 입지를 제공했고 커닝공시 논란으로 번진 사건이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메리츠화재의 입장은 어땠을까. 메리츠화재는 10년 동안 한 건의 퇴직연금 상품도 판매하지 않았던 회사다. 왜 갑자기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일까. 메리츠화재의 입장은 확고했다. 그동안 리스크를 감안한 가격을 따져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고 진입 시기를 살피며 모니터링하다가 적기에 시장 진출을 했다고 강조했다.


메리츠화재의 퇴직연금 시장 진입은 메리츠의 핵심 경영전략인 '프라이싱(Pricing)'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다. 메리츠의 프라이싱 전략은 시장 가격과 회사의 손익분기점을 분석, 비교해서 손익분기보다 시장 가격이 높은 영역에는 진입하고 시장 가격이 손익분기보다 낮은 영역에는 진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를 퇴직연금 시장에 대입해보면 이해가 간다. 시장에 형성된 상품의 제공 가격의 수준이 그동안 회사의 손익분기점보다 낮게 형성돼 왔으나 금리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시장가격이 손익분기점을 상회하는 적정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 입장에서는 진입의 적기가 도래한 셈이다.

메리츠는 퇴직연금과 같은 저축성보험 상품에 대해 명확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성 보험과 달리 보험사 입장에서 유치된 자금의 휘발성이 매우 큰 영역이다. 그만큼 회사에는 리스크가 큰 상품이기 때문에 철저한 가치 평가와 함께 해당 자금에 대한 ALM(리스크 대비 자산-부채 종합 관리)전략을 촘촘하게 짜야한다는 원칙이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퇴직연금 시장에 진입하면서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총 자산의 25%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또 퇴직연금은 한번 시작하면 계속 유지하는 '온고잉(On-going)' 비즈니스가 아닌, 한번씩 하고 중단하는 '원오프(One-off)'의 성격으로 규정했다.

저축성보험은 은행의 예금처럼 고객이 만기 전에 해지해도 원금과 함께 일정 이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이런 점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 자금의 이동성이 강한 성격을 띤다. 반면 보장성보험은 도중에 해지하면 원금을 잃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금의 안정성이 높은 상품이다.

그동안 메리츠화재가 퇴직연금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던 것은 그간 시장의 절대금리 수준이 낮고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 수평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업자들이 고객들에게 낮은 금리를 줌으로써 사업의 이익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수익률곡선이 갑자기 위로 이동하면 역마진을 고스란히 감수해야한다.

그동안 저금리 상황에서 상품을 판매해온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유치한 자금의 투자에 있어서도 수익률(보유 이원)이 낮을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시장상황이 충분히 좋아진 상태에서 퇴직연금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높은 투자 이율을 확보할 수 있고 경쟁의 우위에 설 수 있게 된다. 더 높은 이율을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메리츠는 퇴직연금 사업에 대해 금리 상황이 좋을 때 조직을 구축한 후 관련 투자 채권이 소모되면 접는 식으로 구상하고 있다"며 "그동안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 진입하지 않았던 것이고 이제 금리상황이 좋아지면서 기다려온 사업을 적기에 개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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