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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앨라배마의 현대자동차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3-01-10 13:29:25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0일 13: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희 레스토랑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리고 지역경제를 부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외곽 조그만 동네 레스토랑을 찾았을 때 직원이 한 말이다. 앞부분은 항상 듣는 말이지만 뒷부분은 특이한 인사다. 이유는 필자가 현대자동차그룹 임직원들과 함께 레스토랑을 찾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몽고메리에 완성차 공장과 현대모비스 공장을 두고 있다. 둘 다 2005년에 양산을 시작했다. 2009년에 생산을 개시한 기아자동차 공장은 주 경계 바로 옆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다. 이 공장들은 미국 유수의 컨설팅펌 올리버와이만이 2021년 글로벌 생산성 1위로 꼽은 시설들이다.

‘스위트 홈 앨라배마’라는 영화가 있지만 앨라배마는 미국 내에서 경제 규모와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가장 낮은 곳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이 약 3만 8000개의 일자리와 주 GDP의 2%를 커버하고 8000만 달러의 세금을 납부한다고 하니 주 정부와 주민들이 고마워하는 것이 당연하겠다. 현대차 공장 길 건너에는 소들이 풀을 뜯는 초원이 있는데 이 지역에서는 “Cows to Cars”라는 말이 현대차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말이라고 한다.

앨라배마는 미국 역사에서 흑백 갈등과 흑인 인권 문제가 불거졌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65년에 흑인의 참정권을 요구하면서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87km의 행진이 있었다. 그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길에 셀마가도라는 이름이 붙어있는데 그 길을 따라가다가 현대불러바드라는 이름의 길로 접어들면 현대차 공장이 나온다. 모비스 공장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현대차 공장 바로 옆에서 모비스의 전기차 배터리패키징 생산 공장이 착공되었다.

이 지역에서 현대차는 지역 정부의 성원과 지원, 고마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역사회의 사랑을 받는다. 공장 기공식 행사에도 주민들을 대거 초청해서 지역 축제로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튼튼히 해왔다. 그래서 현대에 대한 이해와 역사에 대한 존경도 크다.

이웃 조지아주 공무원들이 한 수 배우기 위해 앨라배마에 왔을 때 앨라배마주 공무원들은 현대차 공장들이 ‘현대의 DNA’라고 말했다 전해진다. 그 의미는 현대는 한국의 성공신화이고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정신이라고 설명했다는데 우리 사람들이 그렇게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자기들끼리 그렇게 말한 것을 보면 현대를 유치하기 위해 많이 연구한 것이 틀림없다.

임직원들에 대한 배려도 공장 곳곳에서 눈에 띈다. 현대차 직원들이 퇴근하는 정문에는 ‘안전하게 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크게 붙어있고 모비스 현관에는 작업장 안전에 기여하겠다는 표시로 직원 전원이 직접 싸인한 액자가 걸려있다. 공장 곳곳에 안전 관련 주의문이 붙어있음은 물론이다.

이 지역 흑인 인구 비율은 약 60%라고 하는데 현대차 공장들에서 일하는 흑인 임직원 비율은 거의 75%다. 사람들의 표정이 밝았고 지나가는 방문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도 색달랐다. 그만큼 일자리에 만족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였다.

현대차 공장 안내를 했던 중년 여직원은 아들은 모비스에서 일한다고 했다. 헤어지면서 “현대는 엄청난(awesome) 회사에요.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다 한 가족이에요”하고 말했다. 그 직원은 백인이다. 피부색을 두고 큰 역사적 사건이 발생했던 곳에서 뜻밖의 한국기업이 미국 경제뿐 아니라 미국의 과거 청산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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