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02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본격적으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양극재를 양산하기 전이지만 포스코케미칼과 삼성SDI가 대형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두 회사의 오랜 협력 관계가 꼽힌다. 양사는 사업 전환기에 서로의 주요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며 성장을 지원했다. 이번 계약의 경우 포스코케미칼이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 확장을 노리는 삼성SDI의 소재 공급망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음극재 주요 판매처 이름 올린 삼성SDI

앞서 포스코케미칼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든 시기는 2010년이다. 내화물·생석회 사업을 하던 포스코켐텍(포스코케미칼 전신)은 2010년 LS엠트론의 음극재 사업부를 인수하며 이차전지 음극재 시장에 진출했다.

2011년 세종공장을 준공하며 연산 600톤 정도의 생산능력을 확보했고 이후 2018년까지 설비증설을 통해 그 규모를 1만6000톤까지 확대했다. 이차전지 음극재 매출이 나온 시점은 설비 2호기 증설(연산 1400톤)을 마친 2013년부터다. 당시 주요 판매처가 현재 포스코케미칼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배터리사업부)이다.


당시 포스코켐텍은 LG화학 외에도 판매처 다변화를 위해 다른 배터리 사업자와도 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었다. 그 회사가 바로 삼성SDI였다. 고용량 차세대 IT·모바일용 배터리 음극재 공급을 시작으로 두 회사의 협력이 10년 동안 이어진 것이다. 포스코켐텍은 2016년부터 삼성SDI에 음극재를 공급했고 이후 제품 범위를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넓혔다.

최근까지 이어진 포스코케미칼과 삼성SDI의 음극재 협력이 양극재까지 확장된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포트폴리오 전환이 필요하다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2019년 계열사 포스코ESM을 합병하며 양극재 생산능력까지 확보한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양극재 사업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증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케미칼의 배터리 소재 생산능력 20만톤 가운데 양극재(10만톤)와 음극재(8.2만톤)의 비중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러나 2030년까지 목표한 생산능력은 양극재(61만톤) 생산량이 음극재(32만톤) 생산량의 2배가량 많다.

스텔란티스와의 북미 합작 공장을 준비 중인 삼성SDI 역시 안정적인 양극재 공급망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삼성SDI가 제품 차별화를 목표로 NCA 양극재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양사 모두 '윈윈'하는 효과를 얻었다.

◇NCA 계약까지 기틀 마련한 주역

포스코케미칼과 삼성SDI의 협력 관계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현재 포스코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정우 회장을 비롯해 민경준 전 포스코케미칼 대표, 정대헌 에너지소재사업부장(부사장) 등이다.

2018년 2월 포스코켐텍 대표로 선임돼 그해 6월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내정되기 전까지 짧게나마 회사를 이끌었던 최 회장은 배터리 소재를 미래 사업으로 꼽고 힘을 실어줬다. 회장 취임 후 첫 그룹 일정으로 포스코켐텍 음극재 1공장 종합준공식(2018년 11월)을 택한 것 역시 상징적 의미가 있다. 당시 행사에는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등 고객사 핵심 경영진이 참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40조원 규모의 이번 대형 공급계약이 그룹의 의사결정 없이 이뤄지긴 힘들다"며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배터리 소재 사업에 힘을 주는 만큼 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준 전 대표는 2019년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의 합병으로 출범한 포스코케미칼을 이끌며 회사의 사업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지난해 말 생산에 돌입한 연산 9만톤 규모의 양극재 광양공장 설립이 그의 작품으로, 광양공장은 NCA 국내 생산 거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비록 지난해 12월 그룹 인사에서 포스코케미칼 대표 연임에는 실패했지만 민 대표는 이사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회사에 남아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공시된 삼성SDI 공급 계약 역시 이사회 보고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소재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정대헌 부사장(에너지소재사업부장)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정 부사장은 포스코켐텍이 삼성SDI에 음극재를 공급하기 시작한 2016년 말부터 음극소재실장을 맡아 사업을 진두지휘한 경력이 있다. 이후 2020년 설립된 에너지소재사업부의 초대 사업부장으로 지금까지 양극재와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