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동국제강을 움직이는 사람들]위기마다 기회로 바꾼 전략가 곽진수 전무⑥'철의 동맹' 협업 이끌며 커리어 전환…자회사 인수·매각·해외 프로젝트 정리 도맡아

허인혜 기자공개 2023-02-06 07:45:34

[편집자주]

동국제강은 올해 동국홀딩스와 동국제강, 동국씨엠 등으로 인적분할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8년 만에 돌아오는 장세주 회장과 연말 인사로 요직에 오른 4세 장선익 전무 등이 오너가의 지배력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격변기를 맞은 동국제강의 주요 인물들을 분석해보고 역할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2일 1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국지와 사마천의 사기 등 전략을 담은 역사서가 오랜 세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이유는 전략이 곧 생존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기업의 흥망성쇠를 가름하는 전략 부문의 대표로는 가장 기민한 인물들을 배치하는 게 '기본 전략'이다.

동국제강은 전략이 필요한 때가 많았다. 역사가 긴 만큼 어려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기간 준비한 해외 프로젝트를 정리해야 했고 주요 경영진이 부재하기도 했다.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시간도 거쳤다. 곽진수 전략실장(전무)은 파고의 시기 마다 동국제강의 전략을 책임져온 인물이다.

◇일본지사 파견, 전략가로 터닝포인트…'장세욱 시대' 임원진 합류

곽 전무는 전략실에 10년 이상 몸담은 전문가지만 동국제강의 다른 주요 경영진처럼 현장 경험과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30여년 전 기술직 엔지니어로 동국제강에 발을 들였고, 그중 3분의 1은 현장에, 3분의 1은 해외로, 남은 3분의 1은 동국제강의 전략을 구축해 왔다. 지난해 장기근속상을 받는 등 햇수로 33년째 동국제강에만 몸담은 동국제강맨이다.

1991년 동국제강 부산제강소 관리부에 입사했다. 영남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해 기술직 엔지니어로 첫 발을 뗐다. 1997년 포항형강 압연팀으로 적을 옮겼고, 2005년부터 일본지사에 파견되며 전략가로서의 정체성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지사 파견이 전략 전문가로 이어진 이유는 동국제강의 '철의 동맹'으로 불리는 일본 JFE스틸과의 협업 물꼬를 곽 전무가 텄기 때문이다. 전략 부문에 몸담은 건 2011년부터로 적자를 내고 있던 후판 사업의 개선을 위해 맞손을 잡은 게 JFE스틸이다. 이 시기 부장으로 승진하며 전략경영실 기획조정팀장이 됐다.

임원진에 이름을 올린 건 2015년이다. 시기로 보면 장세욱 부회장의 신임을 짐작할 수 있다. 장 부회장이 동국제강 대표이사로 선임되던 해 전략담당 임원이 됐다. 장 부회장이 동국제강 대표에 오른 때는 장세주 회장이 자리를 비운 시기로 이때 동국제강의 전략 구축은 가장 핵심적인 요소였다. 이듬해 상무로 승진하며 전략부문을 계속 이끌었다.

전략실의 수장이었다가 2018년 인천공장 현장으로 떠났다. 인천공장 배치는 동국제강의 주요 인물마다 거치는 현장 진두지휘 업력을 쌓기 위함도 있었지만 진짜 목표는 따로 있었다. 전략실장으로서 세웠던 전략 설계에 맞추려면 핵심 사업장인 인천공장의 실적이 향상돼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 몸담은 인천공장을 포함해 부산과 포항 등 동국제강의 주요 공장을 모두 거친 현장 전문가이기도 하다.


◇구조조정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전략가

동국제강의 명운을 바꿀 주요 결정들은 모두 곽 전무의 손을 거쳤다는 평가다. 곽 전무가 주도했던 전략들은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의 합병과 구조조정, 인적 분할 등이다.

동국제강은 2014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을 합병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이 작업을 진두지휘한 게 곽 전무다. 곽 전무가 몸담은 통합추진단 주도로 합병 작업이 진행됐다.

동국제강의 자회사이던 유니온스틸은 재무적으로는 형님 보다 나은 아우였다. 인수합병을 결심한 2014년 상반기의 성적만 봐도 동국제강은 3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유니온스틸은 21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알토란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며 동국제강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인 '냉연'에 집중된 유니온스틸의 포트폴리오로 상품군을 확대해 현금창출력을 확대한다는 목표였다.

유니온스틸을 합병하며 연간 생산능력은 725만톤(t)에서 1010만톤으로 크게 확대됐다. 동국제강의 주요 수익원이자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컬러강판 사업도 유니온스틸 합병이 없었다면 성장하기 어려웠다.

유니온스틸 합병뿐 아니라 국제종합기계와 유아이엘 등 계열사 매각 업무를 진행한 사람도 곽 전무다. 동국제강이 계열사들을 정리해가며 빠르게 재무약정을 졸업하자 산업은행이 모범적인 개선 사례로 동국제강을 꼽을 정도였다. 곽 전무는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열린 임직원 설명회에서 "동국제강이 다시 뛸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앓던 이' 해외 프로젝트들도 곽 전무의 주도로 정리됐다. 대표적인 게 브라질 CSP 제철소 매각과 DKSC(중국법인) 지분 매각 등이다. 브라질 CSP제철소는 추진 기간만 10년이 넘는 오랜 꿈이기도 했다. 하지만 완공 이듬해부터 2021년까지 부채가 3조5000억원, 당기손실이 마이너스(-)2조1000억원을 넘길 만큼 적자가 이어졌다. 곽 전무가 2020년 전략실장으로 복귀하며 최우선으로 챙겼던 전략이 해외 프로젝트 정리와 재무 개선이다.

주도면밀한 구조조정 전략은 경험에서 나왔다. JFE스틸과의 협업으로 후판 사업 구조적 적자를 개선한 바 있다. 동국제강은 2014년 포항 후판공장을 매각하고 당진 공장과 합쳐 후판 사업을 단일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곽 전무가 후판 사업 통합 검토 프로젝트에 참여해 2후판 공장 셧다운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인적분할 앞둔 동국제강, 곽 전무 승진배치로 신임 증명

미래 과제는 동국제강의 인적분할 후 디자인이다. 동국제강은 2022년 12월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5월 인적분할 승인 주주총회를 탈 없이 끝내면 6월부터는 동국홀딩스와 동국제강, 동국씨엠으로 회사가 나뉜다. 인적분할은 핵심 사업군인 열연과 냉연을 분리해 집중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동국제강은 인적분할을 앞두고 곽 전무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시키며 다시 한번 신임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오너 4세 장선익 전무와 함께 전무 명패를 달았다. 경영전략 실장 역할을 이어가며 동국제강의 사업회사 전문화, 미래 성장전략 발굴에 주력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미래준비 태스크포스를 신설하고 곽 전무를 총괄 임원에 배치했다. 최우선 과제로는 동국제강의 미래성장동력 발굴이 꼽힌다. 컬러강판 등 고부가가치 상품군 확대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곽 전무 스스로 본인의 업무를 동국제강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칭한다. 평소 좌우명은 항심과 정직, 성실이라는 전언이다. 동국제강 정상화 등의 기여를 인정받아 2017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