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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를 잘 뽑으면 벌어지는 일 [thebell desk]

이경주 기자공개 2023-03-24 07:23:23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3일 07:3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통 재무담당이 영업도 하십니까. CFO가 왜 이런 걸 알아요.”

2021년 12월 한 유튜브 경제방송 TV프로에 출연한 한미반도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정영 상무에게 진행자가 한 말이다.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기업이다. 김 상무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술과 시장구조를, 또 투자자 입장에서 궁금한 내용들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느끼겠지만 CFO가 아닌 애널리스트나 강사로 착각할 정도다. 소통에 대한 재능이 탁월하고 의지도 강하다. 유튜브에 김 상무를 검색하면 10건에 가까운 방송 리스트가 뜬다. 외교부를 대상으로 강의하기도 했다.

그를 언급한 것은 김 상무 합류 이후 한미반도체 시가총액이 몰라보게 뛰었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2020년 3분기 입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분기부터 김 상무가 공시책임자로 이름을 기재하기 시작했다.

2020년 6월 말일 기준 시가총액이 3847억원이었다. 그리고 이달 22일 시가총액은 1조5739억원이다. 2년 9개월 만에 정확히 4배로 뛰어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긴축정책 영향으로 증시가 위축된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이 시기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강자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자를 낼 정도로 시장은 어려워졌다.

그런데 이 때 한미반도체는 원익IPS와 장비 대장주 자리를 놓고 다툴 정도로 상승세를 잇고 있었다. 올 1~2월까진 한미반도체가 원익IPS를 앞섰고 이달 22일 기준으론 원익IPS(1조6590억원)가 근소한 차이로 역전했다.

한미반도체는 김 상무 합류 전에는 강소기업 수준으로 여겨졌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 알았다. 창업주인 곽노권 회장이 국내선 불모지였던 후공정 장비를 국산화시키는 것을 넘어 특정 검사장비(VISION PLACEMENT)를 세계 1위 지위로 올려놨다.

특히 매출비중이 국내(삼성, SK)보다 해외가 더 크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악화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는 이유다. 2세 경영자인 곽동신 부회장 시대엔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챗GPT'용 후공정 장비를 공급하기로해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경쟁력을 시장에 제대로 알려 주식에 제 가치를 부여한 것이 김 상무다. 그의 이력을 보면 그럴만하다. 김 상무는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오랜기간 공력을 쌓았다. 직전까지 BNP파리바와 미래에셋증권, 맥쿼리증권, CLSA증권, 현대차증권 등 다양한 국내외 증권사에서 근무하며 기관투자가를 응대했다. 김 상무를 형·동생으로 부를 정도로 편하게 생각하는 자산운용사 운용역들이 많다는 전언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 CFO들을 취재하며 느낀 바가 있다. 중소를 넘어 중견사, 일부 대기업들도 CFO를 단순 회계·공시 관리자로 여기는 곳이 적지 않다. 임원이 아닌 팀장급에 CFO 역할을 맡기고 있는 곳도 보인다. CFO를 잘 뽑으면 기업 운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미반도체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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