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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신약 꿈, 에피스의 고민]바이오사업, 제2 반도체로 육성...시밀러만으로 어렵다①돌파구는 신약, 이재용 회장의 레거시 사업 될 수 있을까

임정요 기자공개 2023-05-16 12:59:46

[편집자주]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에 뛰어든지도 10년이 더 흘렀다. 그 사이 위탁개발 및 생산업체(CD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별도기준 연매출 2조원의 체급으로 성장했다. 바이오 복제약을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또한 2019년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을 이뤘다. 생산 캐파와 단백질의약품 개발력을 갖췄으니 다음 단계는 바이오신약이라는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평균 10년의 연구개발 기간과 1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성공가능성이 10% 보다 낮다. 그만큼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크다. 시밀러를 넘어 신약으로 나아가려는 삼성그룹의 전략적 고민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2일 10: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재계 1위 삼성이 바이오를 제 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고 선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글로벌 빅파마(Big Pharma) CEO들과 미팅하며 신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등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제약사가 나오려면 삼성이 주도해야지만 가능한게 아닐까하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어떻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로 대표되는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까.

바이오의약품 '공장'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성장하는 방향은 끝없는 플랜트 증축과 수주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사정이 다르다. 바이오 시밀러 시장이 격화되며 파이는 커지지만 경쟁자가 늘어나 R&D 투자 대비 수익률이 점차 줄어드는 문제를 안고 있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 돌파구는 부가가치가 큰 '신약'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배적인 이유다.
송도 삼성바이오에피스

다만 수천억원, 수조원을 투자해도 성공가능성이 10% 미만인 신약에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걸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룹내 바이오 R&D 주축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아쉬운대로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생명과학 펀드를 구축해 해외의 될성부른 바이오텍에 지분투자를 하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이 회장이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지 시선이 쏠린다.

◇CDMO→시밀러→다음은 신약?

삼성그룹은 10년 전 바이오 사업에 조심스런 첫발을 내디뎠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불확실성이 가장 적은 '공장'으로 시작했다. 타사 제품을 대신 개발해주고 생산해주는 '용역'인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얘기다.

삼성이 강점을 가지고 있던 반도체가 바이오와 공장시설이 유사하다는 점이 들어맞았다. 무균시설 등 핵심 요소가 닮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타 경쟁업체보다 빠른 속도로 최첨단 공장을 연달아 지어냈다. 스위스 론자(Lonza)가 주도하던 CDMO 시장에 값싸고 믿을 만한 기술력을 내세워 단기간내 글로벌 빅파마들을 수주처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삼성그룹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세우고 그 이듬해 바이오복제약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 사이의 합작사(JV)였다. 바이오시밀러에 전문성을 갖춘 바이오젠과의 협업으로 시장에 빠른 진출을 노렸다.

2022년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별도기준으로 연매출 2조원 이상의 체급으로 성장했다. 현재 4공장까지 부분가동에 돌입했고 2년 후에는 5공장도 가동을 시작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또한 설립 10년새 6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했다. 2019년을 기점으로 흑자도 이뤘다.

생산력과 개발력을 갖췄으니 이 다음 성장전략은 무엇일까. 시장의 시선은 '신약'에 모아진다. 다만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적인 개발기간은 10년, 투자금은 1조원이 드는데 실패확률이 워낙 높다. 이런 신약 사업에 삼성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상당한 고민이 필요한 일이다.

삼성의 고민은 이 회장의 동향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4월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한 이 회장은 직접 호아킨 두아토 J&J CEO, 지오반니 카포리오 BMS CEO, 누바 아페얀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케빈 알리 오가논 CEO와 만나 바이오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발굴을 위한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 형태를 갖추는 시점에 R&D 하우스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어떤 모습으로든 동원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10년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 100% 자회사로

삼성그룹은 작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약 3조원을 들인 결정이었다.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사로 설립한지 10년만의 결정이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역량 강화를 통한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가 공식적인 목적이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다. 특허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만든다. 설립 10년 동안 6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4종의 후속 파이프라인도 후기임상을 진행 중이거나 출시가 임박한 상황이다. 2022년 매출로 9463억원 가량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초기자금 2805억원을 들여 지분율 85%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이어 2016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유상증자에 4000억원을 투자해 지분비율을 91.2%까지 키웠다. 그러다 돌연 2018년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50:50으로 지분율이 조정됐다. 이때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건넨 금액은 7486억원이었다.

작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지분 전량(1034만1852주)를 총 2조7655억20000만원(23억 달러)에 사오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취득은 2022년 4월 20일 완료했다. 10억 달러는 바로 지급했고 나머지 잔금은 1년 후, 2년 후, 2027년까지 네 차례에 쪼개어 지급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바이오젠은 파트너사로 남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일부를 유럽과 미국에 유통하는 일을 돕고 있다.

◇'바이오', 이재용 삼성 회장의 레거시 될 수 있을까

삼성그룹의 바이오 지배구조는 이재용→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로 이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주주가 삼성물산(43.06%), 삼성전자(31.22%) 등이며 이 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18.26%)다.

반도체가 아버지 고 이건희 회장의 레거시라면 바이오는 이 회장의 독자적인 성과가 될 수 있다. LG, 롯데, 한화, CJ 등 기타 국내 대기업들이 바이오에 손을 담그는 가운데 삼성이 가만있을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한 신약개발은 현재진행형 고민이다. 작년 1월 조호성 부사장을 영입한 후 '선행개발본부'를 세워 본부장으로 앉혔다. 기존 김경아 본부장이 장을 맡고 있던 '개발본부'가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한다면 조 부사장이 맡은 신설 선행개발본부는 신약을 탐색하는 역할로 보인다. 조 부사장 영입 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전자치료제에 경험이 있는 박사급 인력을 공개채용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그룹이 현재까지 투자한 해외 생명과학 연구개발사들은 유전자치료제와 ADC 기업이다. 미국의 재규어진테라피(Jaguar Gene Therapy), 센다바이오사이언스(Senda Bioscience), 스위스의 아라리스바이오텍(Araris Biotech)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각각 990억원, 495억원을 출자해 조성한 1500억원 규모의 'SVIC 54호' 펀드에서 투자를 집행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별도로 'SVIC 63호'라는 명칭의 펀드조합에 198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모두 삼성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삼성벤처투자가 조성 및 운용하는 펀드다.

삼성벤처투자는 투자대상을 선정할때 R&D 기술 검토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논의하고 있다. 피투자기업들의 면면을 살피면 삼성이 관심을 기울이는 차세대 바이오 기술을 알 수 있다. 타법인 투자를 바탕으로 자체 유전자치료제 또는 ADC 신약개발에 도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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