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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신약 꿈, 에피스의 고민]1조 임상개발비 '본전회수' 촉각…암초 피해가기③'기대주자' 휴미라·솔리리스·키트루다 시밀러 앞에 놓인 험준한 길

임정요 기자공개 2023-05-22 12:47:05

[편집자주]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에 뛰어든지도 10년이 더 흘렀다. 그 사이 위탁개발 및 생산업체(CD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별도기준 연매출 2조원의 체급으로 성장했다. 바이오 복제약을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또한 2019년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을 이뤘다. 생산 캐파와 단백질의약품 개발력을 갖췄으니 다음 단계는 바이오신약이라는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평균 10년의 연구개발 기간과 1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성공가능성이 10% 보다 낮다. 그만큼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크다. 시밀러를 넘어 신약으로 나아가려는 삼성그룹의 전략적 고민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창업 만 10년인 2022년에 연매출 9414억원이라는 쾌거를 일궜다. 직전연도 대비 11% 증가한 수치였고 영업이익도 19% 늘어난 2273억원이었다. 순이익은 45% 증가한 2161억원이었다. 2023년 매출로는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항체시밀러 6종으로 이룬 성과다.

지난 10년간 열심히 달려왔다. 이제는 앞으로의 10년을 생각할 때다. 과연 바이오시밀러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1조원 이상의 임상개발비를 투입했고 이에 대한 평가가치는 4조원 이상이다. '본전회수' 및 기대가치 도달은 언제쯤 가능할까.

가장 가까운 미래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규 수입원이 되어줄 제품은 휴미라 시밀러다. 이미 유럽지역에는 2018년 '임랄디'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지역별 특허만료 시점에 차이가 있어 미국에서는 올 7월 출시한다.

미국지역 출시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오리지널 휴미라의 매출이 대부분 미국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휴미라는 작년 한해 매출이 28조4000억원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2위(1위 코미나티 50조원, 3위 키트루다 28조원)였다. 전체매출 중 24조원(87%)이 미국 내에서 발생했다.

휴미라 시밀러의 뒤를 이을 제품들도 늘어서 있다. 한국과 유럽에서 허가 심사를 진행 중인 'SB12(혈색뇨 치료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SB15(당뇨병성망막증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B16(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SB17(크론병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등 4종이다.

특히 솔리리스 시밀러는 '발작성야간혈색뇨(PNH)'라는 혈액희귀질환에 처방되는데, 연간 5억원 약가인 오리지널 약품을 대체해 국내 건보재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공식 오픈된 내용은 아니지만 2028년 특허만료 예정인 키트루다 시밀러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키트루다는 머크(MSD)의 고형암 대상 항암제로 작년 전세계 매출 3위를 차지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이처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차근차근 실행가능한 프로젝트들을 수행 중이다. 다만 상승세인 실적에도 시밀러 사업에 주의해야할 암초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휴미라 시밀러는 경쟁자가 많고 솔리리스는 울토미리스로 패권이 옮겨가는 실정, 그리고 키트루다는 너무 먼 미래"라고 지적한다.

◇'저농도' 휴미라 7월 출시 예정…약가경쟁 예상

휴미라부터 살펴보자면 성분명은 아달리무맙(Adalumumab)으로 TNF알파 길항제(Blocker)다. 면역시스템이 과도하게 발현되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에 처방된다. 류머티즘, 크론병, 건선 등이다.

휴미라는 애브비가 판매하는 의약품 중 가장 매출이 큰 품목이다. 때문에 휴미라 특허만료는 애브비에게 큰 이슈일 수 밖에 없다. 시밀러 출시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리지널을 업그레이드하는 갖은 노력을 쏟고 있다.

오리지널 휴미라는 고농도 제형으로 개선됐고 주사시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해 무구연산염(Citrate-free), 라텍스 알러지를 방지하기 위해 무라텍스(Latex-free) 버전이 됐다.

더불어 세부 특허를 300여개 이상 등록했다. 휴미라의 전체적인 특허는 2039년에야 만료된다. 이 중 굵직한 특허만료가 올해 이뤄지며 이를 노리고 시밀러 제품 출시를 대기중인 회사가 10여군데다.


당장 휴미라 시밀러를 FDA 허가 받은 곳은 총 8곳이다. 대부분 저농도(50mg) 버전으로 허가받았다. 고농도 버전(100mg)까지 허가 받은 곳은 현재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산도즈 정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지 파트너인 오가논(Organon)을 통해 저농도 및 고농도 하드리마를 7월 1일 출시하는 일정이다.

시밀러 회사들은 애브비와 협의를 거쳐 일정 부분 로열티를 지불하고 올해 시밀러를 출시한다. 암젠이 올 1월 가장 먼저 '암제비타'를 출시했고 다음 출시순번은 오가논-삼성바이오에피스, 베링거잉겔하임(Boeringher Ingelheim), 코헤루스(Coherus)다.

저농도 제형의 경우 가장 먼저 출시한 암제비타가 오리지널 휴미라보다 55% 저렴한 약가를 제시했기 때문에 후발주자들 또한 약가경쟁이 예상된다. 고농도 제품은 보다 우호적인 약가책정이 가능할 수 있겠으나 경쟁사들이 많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울토미리스에 밀리는 솔리리스 시밀러…키트루다는 '먼 얘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휴미라 시밀러 후속으로 솔리리스 시밀러를 준비 중인데 여기에는 '울토미리스'라는 복병이 있다.

솔리리스는 아스트라제네카(Astra Zeneca)의 C5 억제제(Inhibitor)로 성분명은 에쿨리주맙(Eculizumab)이다. 암젠을 위시해 2025년께에 미국에서 시밀러 출시가 예상된다.

다만 AZ는 이미 솔리리스의 특허만료에 대비해 차세대 제품으로 울토미리스를 내놓은지 오래다. 울토미리스 성분명은 라불리주맙(Ravulizumab)으로 같은 C5 억제제지만 반감기가 더 길다. 8주에 한번 투약하면 되는 제품으로 2주에 한번 투약해야하는 솔리리스 대비 환자편의성이 높다.

울토미리스는 솔리리스의 대표적응증인 야간발작성혈색뇨(PNH) 대상으로 2018년 FDA 허가를 받고 점차 적응증을 넓혀가고 있다. AZ는 2022년 실적발표 중 솔리리스의 매출이 전년비 5% 줄고 울토미리스 매출이 42% 늘어난 점을 긍정적인 현상으로 소개했다.

아직까지는 솔리리스 매출이 더 큰 현황이기는 하다. 작년 솔리리스가 5조원, 울토미리스가 2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솔리리스 매출이 지속 하락하고 울토미리스 매출이 지속 증가할 경우 2025년 솔리리스 시밀러들이 저렴한 약가에 출시되더라도 의사 처방선호도는 울토미리스로 넘어가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다른 후속 파이프라인인 키트루다 시밀러는 2028년 특허만료 시점에야 수익실현이 가시화 된다. MSD가 특허전략을 강화해 특허만료 시점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다. 실제로 MSD은 키트루다의 제형 및 농도 변화 등을 통해 특허기간 연장을 노리고 있다. 약가인하를 바라는 미국 상원과 공방 중이다.

대부분의 시밀러 개발사들은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더라도 키트루다 시밀러를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또한 아직 공식발표는 없지만 키트루다 시밀러 프로젝트를 가동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 후 무사히 시밀러를 출시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 사이 키트루다를 넘어서는 면역항암제 신약이 나오지 않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지난 10년간 시밀러 임상에 1조원 투자…'본전 회수' 촉각

이러나저러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그간 임상개발에 투입한 비용 회수가 머잖았다. 2012년 회사설립 시점부터 2022년 작년까지 만 10년간 시밀러 10종에 총 1조원의 임상개발비를 투입했다. 작년부로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원대로 올라와 유사한 실적을 되풀이하면 수년내로 '본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모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보고서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산화한 개발비가 4조3471억원으로 기록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임상개발에 투자한 1조원에 더불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에 대해 평가한 공정가치 3조원을 더한 것이다. 작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 가량을 미국 바이오젠으로부터 인수하는 M&A 과정에서 시밀러 제품의 미래가치에 투자한 내용을 반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파이프라인별 예상 사업계획을 근거로 외부평가기관 평가 및 회계법인 감사를 통해 공정가치평가까지 개발비로 무형자산화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개발비 자산화'란 연구개발에 쓴 돈을 비용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회계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출한 비용이 경제적 실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합리적 예상이 가능한 시점부터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따라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개시 승인 시점부터 자산화할 수 있다.

'공정가치'를 개발비 항목으로 자산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계사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계정 구분은 회사의 선택사항"이라는 입장이다. 핵심은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들에 매긴 가치가 최소 4조원어치라는 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백지 상태였던 삼성그룹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연매출 9000억원대까지 키워냈다. 절대 작지 않은 성과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기대하는 성과는 앞으로 훨씬 크다는 것도 명백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래성장전략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2023년에는 30조원 규모의 휴미라 시장에 진출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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