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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 건강보험]삼성생명이 쏘아 올린 작은 공①"손보사에 실손 받고 질병보험 내준 건 판단착오"…생손보 종합 순위 삼성생명 '4위'

서은내 기자공개 2023-05-22 08:17:56

[편집자주]

건강보험 시장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생손보업계를 넘나들며 치열한 점유율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새 회계제도 도입과 함께 건강보험에 대한 보험사들의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손보사들의 순이익이 급증한 것도 건강보험을 비롯한 장기인보험이 큰 역할을 했다. 더벨은 격전지가 된 건강보험 시장의 주요 이슈들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암·뇌·심혈관 등 3대 질병보험을 비롯해 건강보험 영역에서 보험업권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건강보험 상품들은 올해 시행된 새 회계기준 IFRS17 하에서 핵심 실적 지표인 CSM(보험계약마진) 확보에 유리한 상품이다. 회사별로 건강보험 점유율 싸움은 더 격화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 이익이 많이 남는, 소위 '돈 되는 시장'이란 점에서다.

해당 시장의 경쟁을 더욱 뜨겁게 만든 것은 둔화되는 성장성을 어떻게 해서든 타파해야한다는 생보업권의 위기 의식이 시작이었다. 기본적으로 현재 건강보험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것은 손보사들이지만 생보사들도 너도나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종신보험 같은 생보사의 핵심 상품의 수요가 크게 둔화하자 새 수익원으로 건강보험이 지목된 것이다.

생보사들이 질병보험을 손보업계에 내준 것이 현재 경쟁 격화의 근원으로 꼽힌다. 가장 주도했던 게 삼성생명이었는데 '판단 착오'였다는 후회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손보업계가 건강보험시장(장기인보험)의 주도권을 쥐면서 삼성생명은 생손보 종합 순위로 4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공식적인 집계도 나온다.

◇ 손보가 대세로…생보사 판단착오 아쉬움 토로

건강보험과 관련해 생보업권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본래 건강보험은 생보사들의 전유물이었다. 암보험의 경우에도 과거 삼성, 한화 등 일반 생보사들에서만 팔았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생보사들의 관심이 종신 등 사망담보 쪽을 향하면서 손보사들이 기회를 잡았다.

손해보험 업권에서는 이 시장을 장기인보험이라는 용어로 통칭하고 있다. 장기인보험은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보험이면서 사람이나 건강과 관련된 상품들이다. 질병보험, 치아보험, 운전자보험, 자녀보험 등이 해당 군에 속한다. 생보업권에서 건강상해보험이라 불리는 보험상품이다.

손보사들이 건강보험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은 삼성생명의 전략적 선택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처럼 실손보험을 팔 수 있게 되고 대신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이 판매하던 장기인보험을 파는 방향으로 판매 정책을 바꾼 것이 시작점이다. 이를 기점으로 손보사들이 장기인보험에서 점차 주도권을 잡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늘렸다.

삼성생명 출신의 한 생보사 임원은 "2000년대 들어 손보사들이 장기인보험 취급을 본격화하게 된 계기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장기인보험을 내어준 것이었다"며 "지금 와서 보면 이는 큰 실책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후로 생보사는 실손을 판매할 수 있게 되고 손보사는 제3보험으로써 장기 인보험을 판매하게 되는 식으로 업권 전체 흐름이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손해가 나는 상품인 실손보험을 택하고 이익이 큰 건강보험을 내어주는 삼성생명의 판단이 현재의 생보, 손보 운명을 갈랐다는 얘기다.

이같은 흐름은 이후 메리츠화재의 등장으로 더 굳혀지기 시작했다. 메리츠화재는 2000년대 후반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시책을 늘리면서 점유율을 급속도로 높였다. 본격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게 이 시점이다.

한 보험사 대표는 "메리츠화재는 과거 약 100% 수준이었던 암보험 시책을 500~600%까지 올려 놓았다"며 "현재 보험사마다 치료 보장도 매우 광범위하고 질병보험 상품 종류가 200여개씩 총 400여개에 달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 건강보험 개발·시책 확대에 종합순위 삼성생명 '4위'

올들어 IFRS17가 시행되면서 CSM 확보를 위한 건강보험 판매 경쟁은 한층 뜨거워졌다. 건강보험은 보험기간이 길고 손해율, 해지율이 비교적 낮아 CSM 배수가 높은 대표적인 상품군에 속한다. 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 위주로 개발, 판매가 집중되자 자연히 건강보험 신계약 증에 대한 보험사들의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손보사들은 장기인보험 상품 가격을 인하하고 보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가입연령을 늘리는 모습도 보인다. 생보사들도 건강보험에 올인하며 동참하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공식적으로 건강보험 시장의 상위 3위권에 오르겠다는 선언도 했다. 건강 상해보험에 대한 생보사들의 시책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공식적인 건강보험 시장만을 따로 놓고 볼 수 있는 생손보 전 업권의 점유율 집계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거래 이슈로 인해 작년부터는 업권에서의 상품 실적이나 순위 수치 공유가 금지된 상태다. 다만 삼성생명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건강보험 시장에서 상위 3위권까지는 손해보험사가, 삼성생명이 4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손보업권에서 주로 쓰이는 '장기인보험' 통계로 보면 삼성화재가 1위, 그 뒤로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가 2~4위에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건강상해보험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 규모는 약 8360억원이다.

보험연구원의 제3보험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모두 취급하는 상해, 건강, 질병보험 등 제3보험은 2010년 이후 연평균 8%대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중이며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각각 평균 3.4%, 11.8% 성장했다"며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향후 제3보험시장 성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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