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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경색, CP 파킹 암묵적 관행 또 수면 위로 KB증권 "레고랜드 사태 등 돌발상황 감안해야"

이돈섭 기자공개 2023-05-30 08:16:28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4일 11: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연계 자전거래에 나섰다는 의혹으로 인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해 채권 시장이 경색돼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타 증권사와 거래를 했던 점은 인정하면서, 거래 자체에 불법성이 있진 않다는 설명이다. 신탁과 랩 상품의 만기 미스매칭 운용전략 역시 사전에 고지된 점을 강조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하나증권을 수시 검사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다음 주 KB증권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나증권과 KB증권 간 연계 자전거래 여부가 검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하나증권과 KB증권 간 수천억원 규모의 채권 거래가 금감원에 포착된 것이 검사를 촉발했다는 후문이다.

연계 자전거래는 한 증권사가 신탁이나 랩 등을 통해 고객 자금을 받은 뒤 계약기간보다 잔존기간이 긴 기업어음 등을 매수하고 이를 다른 증권사에 맡겼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처음 맡겼을 때 가격과 동일하게 사들이는 행위를 가리킨다. CP파킹으로도 통용되는데, 암묵적 관행으로 오랜 기간 통용됐다.

문제는 연계 자전거래가 동일 수익자 계좌 간 거래가 아닐 경우 불법이라는 점이다. 연계 자전거래 구조를 뜯어보면 기존 투자자 이익이 다음 투자자에 전가되는 식이기 때문에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 데다 단기 자금시장 교란 요인이 될 수도 있고 자칫 투자자 마찰로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금감원은 KB증권과 하나증권 사이 대규모 채권 거래가 포착된 점을 들어 연계 자전거래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B증권이 신탁과 랩 계약기간보다 잔존기간이 긴 만기 1~3년 여신 전문 금융채를 매수한 뒤 이를 장부가 기반으로 거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증권은 지난해 시장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지면서 시중금리가 급등하고 CP시장이 경색되면서 유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졌다. 당시 시장에 대처하지 않으면 고객의 2차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산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일부 신탁 수익자들은 급여 지급과 잔금 납입 등 다양한 사유를 들어 KB증권 측에 유동성 공급을 요청했고, KB증권은 고객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 타 증권사와 거래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간 채권 거래는 거액 자금을 맡긴 기업들의 수요를 반영, 그간 꾸준히 장부가 기준으로 이뤄져 왔다.

KB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에서 12월 초 타 증권사 거래를 통해 일부 수익자에 유동성을 지원한 것은 맞다"며 "이후 연말 회계 결산을 위해 회계법인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CP를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고, 이때 평가 손실을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랩이나 신탁에 새로운 고객 자금이 입금되는 경우 직전 고객 자산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자산을 매수해 대응하고 있다"며 "만기가 도래하거나 환매를 요청하는 경우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해 대응하고 있어 불법이라고 단정 짓기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타 증권사 거래 과정에서 시가가 아닌 장부가로 거래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각에 따라 해석은 다르겠지만 시장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벌써 시장에선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만기 미스매칭 운용전략 자체를 문제 삼기도 한다. 다만 이 운용전략은 신탁과 랩 상품 설명서에 명확하게 기재가 돼 있어 투자자가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데다 계약 종료 시 현금이 아니라 편입 자산 자체를 고객에 돌려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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