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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화학사는 지금]새주인 맞은 카프로, '매출 1조' 영광 되찾을까①석유화학 사업 포기…이차전지 소재·플라스틱 원료 '공략'

박완준 기자공개 2024-06-03 11:01:36

[편집자주]

근래 '위기'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따라붙는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석유화학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 중국발 공급 과잉, 원가 부담 상승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화학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화학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30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프로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국내 중견화학사로 꼽힌다. 매출 1조원이 넘는 국영기업에서 완전자본잠식 기업으로 추락해 결국 사기업에 인수되는 등 석유화학 사업을 완전히 손 뗀 사례다.

카프로는 올해 티엠씨 컨소시엄(태화그룹 계열사 티엠씨·NH PE·오퍼스PE)의 자금 투입으로 경영정상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를 버리고, 카프로락탐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수소와 황산, 아논을 고도화해 판매하는 전략을 택해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효성-코오롱, 지분 다툼의 중심…결국 '자본잠식'

카프로는 국내 유일 카프로락탐 생산업체다. 1969년 정부에서 나일론의 원재료인 카프로락탐의 생산·공급을 위해 설립한 국영기업으로 출범했다. 연간 생산 능력은 27만1000톤(t) 수준으로 국내 총수요의 약 35%을 공급해 왔다.


카프로는 1974년 상장하는 과정에서 효성과 코오롱이 각각 지분 20%, 19.2%를 확보하며 공동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나일론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영권을 두고 효성과 코오롱의 갈등이 골이 깊어지며, 공동경영의 실패작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효성과 코오롱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기도 했다. 카프로의 경영권을 놓고 두 회사는 검찰 고발까지 단행했다. 갈등은 코오롱이 1996년 효성이 직원의 차명계좌 등을 동원해 카프로 지분율을 57.6%까지 확대했다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양사는 여론전을 이어가다가 합의를 통해 카프로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법정 공방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카프로 지분 확대를 상호 경계하며 갈등이 지속됐다.

카프로는 지속된 경영권 다툼에도, 국내에서 카프로락탐을 독점하며 2011년 매출 1조1727억원, 영업이익 2109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시작되면서 가격경쟁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특히 2022~2023년은 영업손실 1618억원을 거뒀다.

부진한 실적이 지속된 탓에 카프로는 지난해 말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카프로 매출액은 755억9442만원으로, 2022년 대비 82.3%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394억8475만원, 당기순손실은 49억2922만원이다. 자산은 2168억원, 부채는 2417억원, 자본은 -249억원이다.

◇기사회생한 카프로, 경영진 개편·신사업 발굴 '속도'

카프로의 구원투수로 나선 곳은 티엠씨 컨소시엄이다. 카프로는 이달 16일 채권단의 차입금 약 420억을 출자전환하고, 티엠씨 컨소시엄으로부터 700억원의 신규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 받았다.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카프로는 기존 주력사업인 카프로락탐 생산을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카프로락탐 생산 과정에서 산출되는 수소와 황산, 아논을 고도화해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다. 황산은 전구체의 핵심 원료로 이차전지 기업에 납품할 수 있다. 아논도 친환경플라스틱의 원료로 쓰여 성장성이 높다.

티엠씨 컨소시엄은 향후 카프로에 친환경수소의 생산과 판매를 목적으로 탄소포집을 위한 설비투자 및 수소출하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반도체용 케미칼로 사용가능한 고품질 황산의 생산규모를 확대할 전략이다.

경영진의 대대적인 개편도 단행했다. SK그룹에서 에너지연구소장과 생산기술실장 등을 역임한 유익상 전 울산대학교 교수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SK하이닉스 사장을 역임한 박상훈 전 일진그룹 부회장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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