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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젊은피' 박준상,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 이끈다⑧증권사 출신 심사역, 부산서 AC 설립…전국으로 영토 확장 목표

이기정 기자공개 2024-08-07 08:39:57

[편집자주]

한국액셀러레이터(AC)협회와 초기투자기관협회가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로 통합되면서 초기 투자에 나서는 기관들이 하나로 뭉쳤다. 그동안 업계는 AC와, 대학기술지주 등 AC 라이선만을 보유한 운용사로 양분돼 통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통합 협회의 목표는 투자업계에서 저평가받아 왔던 창업기획자들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 투자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AC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의 분과장을 맡아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더벨이 초기투자기관협회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임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역 스타트업 투자에 진심인 창업기획자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직접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아직 부산·울산·경상남도(이하 부울경) 투자 비중이 높지만 점차 다른 지역으로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지역의 고유 특성을 살린 스타트업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

박준상 시리즈벤처스 대표(사진)는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임원단 가운데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 다만 '지역 투자' 전문성은 다른 어떤 임원 못지 않다. 이에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 분과에서 이사 역할을 줄곧 맡고 있다. 박 대표는 분과장이자 부회장인 소재문 케이액셀러레이터 대표를 보좌해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부산에서 탄생한 시리즈벤처스의 창업자이자 공동 대표다. 곽성욱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시리즈벤처스는 스타트업의 '러닝메이트'가 되겠다는 비전을 내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이준배·신진오' 영향에 협회 가입…현장 목소리 경청 역할

1981년생인 박 대표는 유안타증권(당시 동양증권) 출신이다. 이후 1인 자문사 등을 하면서 투자업계 경력을 쌓았다. 2017년에는 곽 대표와 함께 부산에 시리즈벤처스를 설립했다. 증권사부터 액셀러레이터(AC)까지 모든 단계별 투자를 경험한 것이 특징이다.

박 대표는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와 초기투자기관협회 모두에서 활동했다. 2018년 한국AC협회에 가입했고 2020년 초기투자기관협회에 합류했다. 2022년 한국AC협회 3기 임원단에 이사로 참여한 후 4기 임원단에도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AC협회 가입은 각각 초대와 3대 협회장이었던 이준배 전 아이빌트 대표와 신진오 와이앤아처 대표 영향이 컸다. 두 대표는 직접 부산까지 내려와 박 대표에게 협회 가입을 권유했다.

박 대표는 "AC협회 가입 당시에는 회사는 규모도 작고 인지도도 없었다"며 "훨씬 큰 하우스 대표들이 찾아와 AC업계를 발전시키는데 뜻을 모으자고 권유해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 가입이 투자 활동에 자신감을 갖게된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소재문 대표, 송용준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동남권센터장과 함께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 분과를 책임지고 있다. 분과의 역할은 △지역 창업지원 기관 대상 창업기획자 역할과 의미 소개 △지역 창업자들과 창업기획자간 교류 기회 제공 △지역 회원사간 협력 관계 형성 △지속적인 신규 회원사의 유입 독려 등이다.

이제 막 협회 통합이 마무리되면서 아직 임원간 구체적인 역할 구분을 하지는 못했다. 다만 지역에 본사를 둔 박 대표와 송 센터장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소 대표가 이를 정부 부처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스타트업 강점 명확, 영향력 더 커질 것"

박 대표는 지역 스타트업이 수도권 기업들과 비교해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하는 수도권 스타트업과 달리 특정 섹터에 최소 5년 이상 몸 담은 전문가들이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창업 초기 시행착오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는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벤처투자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사들이 점차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며 "특정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후 창업하는 지역 스타트업들은 이같은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특성을 살린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한다는 부분도 특징이다. 지역 내 이미 일정 수준 산업 밸류체인이 형성돼 있어 고객사 확보가 용이하다. 또 지자체에서 사업 부지 확보와 판로 확대 등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수도권에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ICT 기업들이 많지만 지역에는 소재·부품·장비 등 제조 기반 기업들이 대다수다. 최근 플랫폼 투자 심리가 하락하면서 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 스타트업들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는 "대형 VC로부터 지역에서 유니크한 제조 기반 스타트업이 없는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은 부울경 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충청도와 전라도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면서 유망 기업들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창업기획자가 먼저 정부에 '적극성' 보여야"

박 대표는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는 창업기획자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정책 출자자(LP) 출자사업에서 창업기획자를 대상으로 한 계정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마저도 AC와 VC를 경쟁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보육 관점에서는 정부의 예산 규모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 대표는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 스타트업 보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규모가 너무 작아 연속성을 확보하기가 힘들다"라며 "지자체들이 각개전투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예산을 모아 더 큰 규모의 보육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기획자도 단순하게 정부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먼저 사업을 건의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창업기획자마다 장점이 각기 다른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전문성을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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