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할 일은 당연히 많을 텐데 당장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업무 파악을 해야겠지? 아니 인사부터 돌려야 할까? 일단 뭐라도 쓰고 봐야 하나.전임자의 존재감이 클수록 후임자가 느끼는 부담은 상당하다. 4년 만에 부서를 이동해 새로운 출입처를 담당하게 된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렇다. 전임자가 오래 맡았을수록, 그리고 잘했을수록 후임자의 어깨는 더더욱 무거워진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색채가 강했다면 후임자는 되레 갈팡질팡 제 색을 잃고 헤매게 된다.
공교롭게도 금융부로 이동한 뒤 처음 들여다본 곳이 BNK금융이었다. 빈대인 회장도 1년 반 전 딱 나와 같지 않았을까. 아니, 더했겠지. 전임자가 갑작스럽게 떠난 데다 무려 18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었으니 단순히 정기 인사에 맞춰 그저 이동만 했을 뿐인 내가 갖는 부담감과는 차원이 달랐을 터였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뒤를 잇는다는 긴장감, 새 자리에서 새 역할을 시작한다는 설렘은 대충 비슷하지 않을까.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에 대한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누구의 빈자리를 채울 생각을 하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해'. 내게 꽂힌 한마디다. 정답이다 싶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BNK금융을 들여다보며 느낀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사실 BNK금융의 전임 회장은 증권맨, 외부 출신, 많은 나이, 특유의 친화력 등등 많은 화제를 몰고다녔다. 존재감이 컸던 만큼 그의 그림자가 없었을리가. 그럼에도 빈 회장 체제 BNK금융에선 전임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빈 회장은 모범생이라는 그의 별명처럼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취임 이후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사업 진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전임과 비교해 색이 뚜렷하지 않다지만 색이 없으면 없는 대로, 주변 색에 맞추면 맞추는 대로 그것 또한 그의 뚜렷한 색이다.
결과를 보자면 다 떠나서 우선 주가가 말해준다. 빈 회장 취임 이후 주가 상승률이 50%에 이른다. 시대적 흐름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이 과정에서 그의 '공'을 굳이 덜 필요는 없어 보인다.
결국 해답은 단순하다. 전임자를 의식하지 말 것,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것,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장기와 단기로 나눠 설정할 것, 목표를 정했으면 구체적 실행 방안을 찾을 것. 이것만 지키면 전임의 후광이든 그늘이든 깨끗하게 걷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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