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C형 VC 톺아보기/thebell interview]"케이런벤처스, '젊은 인재' 중심으로 지속 성장 목표”⑥김정현 대표 "후배들이 파트너 되는 선순환 구조 구축할 것"…딥테크 펀드레이징 시동
이채원 기자공개 2024-09-20 06:35:34
[편집자주]
2005년 LLC(Limited Liability Company·유한책임회사)형 벤처캐피탈(VC)의 등장은 변곡점이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이 없어도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독립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실제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시작으로 LLC형 하우스가 생겨났고, 2016년 모태펀드에서 마이크로 VC 계정을 신설하며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곳간이 넉넉하지 않는 LLC 특성상 필연적으로 펀딩에 어려움을 겪지만 내공을 쌓으며 수천억원 규모까지 AUM(운용자산)을 불린 곳들도 있다. 더벨은 업력 5년 이상, AUM 1000억원 이상의 LLC형 VC의 성장 과정을 짚어보고 미래 방향성과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2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표자 한 사람이 오너가 되는 회사가 아니라 역량 있는 파트너가 중심이 되길 바란다. 향후에도 젊은 후배들에게 지분을 넘겨주면서 세대교체를 이뤄 지속 성장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김정현 케이런벤처스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시 강남구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1970년 생으로 삼성전자 네트웍사업부에서 사회 경험을 쌓고 벤처투자업계에 발을 들였다. 우수한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을 글로벌 스타 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김진호 대표, 권재중 고문과 의기투합해 케이런벤처스를 설립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로 결집…세대교체 위해 지난해 대표직 맡아
김진호 대표와 권재중 고문과의 인연은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에서 시작됐다. 김정현 대표는 “삼성벤처투자에서 근무할 당시 벤처투자팀에 팀장을 권재중 고문이 담당했고 김진호 대표는 삼성 OB모임에서 처음 만났다”며 “권재중 고문과 김진호 대표는 삼성전자 기획기술 팀 선후배 사이였다”고 말했다.
케이런벤처스는 창업자들이 중심이 되는 회사가 아니라 젊은 심사역들이 대표가 되고 파트너가 되는 회사를 꿈꾼다. 권재중 고문이 지난해 대표직을 김정현 대표에게 넘겨주고 고문으로 물러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하우스가 젊은 인력들이 주축이 돼 성장하길 바란다”며 “향후에도 김신근 파트너나 서상원 팀장 등 밑에 후배들이 회사의 대표가 되고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동반자적 투자 지향…대표 포트폴리오에 에이디테크·샌드박스·파인원·보백씨엔에스
김정현 대표는 삼성벤처투자, 엠벤처투자, 현대기술투자 등을 거치며 약 24년의 벤처투자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기업과 모든 것을 함께하는 동반자적 투자’라는 그의 투자 철학은 대표 포트폴리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 대표는 에이디테크놀로지, 샌드박스네트워크, 보백씨엔에스, 파인원을 대표 포트폴리오로 꼽았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케이런벤처스의 1호 펀드에서부터 출자자(LP)로 참여할 만큼 현재도 김 대표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현대기술투자와 엠벤처투자에 있을 때부터 에이디테크놀로지에 여러 번 투자를 했었다”라며 “회사가 상장하는 과정이 다소 오래 걸렸는데 다른 기관들은 모두 구주를 팔고 나갔지만 회사에 대한 믿음으로 홀로 상장할 때까지 투자금을 팔지 않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기관들이 구주를 매각할 당시 매각 물량도 받아냈다고 전해진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김 대표가 시리즈A 라운드에서부터 투자한 기업이다.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내년 하반기 IPO를 목표로 코스닥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그는 “유튜브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을 때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기획사 같은 조직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여러 기업을 봤지만 샌드박스네트워크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파인원과 보백씨엔에스는 김 대표가 케이런벤처스에서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해 투자할 만큼 애정을 쏟는 포트폴리오다. 파인원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부품·이차전지 장비 전문 업체다. 김 대표는 기업설명회(IR) 행사를 통해 처음 파인원을 접한 뒤 먼저 연락해서 투자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시리즈A부터 리드 투자사로 참여를 했었는데, 당시 OLED 쪽에서는 지속적으로 6세대 8세대로 넘어가는 기술적인 트렌드가 있었고 아이폰이 OLED를 채택을 하지 않았었다”며 “향후 TV 말고도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패드 같은 기기에도 OLED가 쓰일 수 있다고 판단해 관련 기술력이 높은 파인원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후 파인원은 다수 고객사를 끌어들이고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이에 김 대표는 시리즈C 라운드에서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어 회사에 팔로우온 투자를 단행했다.
보백씨엔에스는 이차전지용 소재를 판매하는 회사다. 김 대표는 베터리 열폭주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보백씨엔에스 투자를 결정했다. 시리즈A에 이어 시리즈B 라운드에도 참여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배터리 열폭주 현상에 대해 배터리 업체들은 이를 5분이라도 지연시켜 사람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며 “보백씨엔에스는 이러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업체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대 500억 규모 딥테크 펀드 결성 준비
김 대표는 회수작업과 펀드레이징으로 바쁜 하반기를 보낼 전망이다. 그는 “하반기부터 300억~500억원 규모 딥테크 펀드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며 “딥테크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회사를 발굴하고 기존에 투자한 업체들 중에서도 후속 투자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계속해서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회수작업에도 여념이 없다. 2016년 170억원 규모로 결성한 케이런벤처스 1호 조합과 2017년 30억원 규모로 결성한 케이런 2호 스타트업 투자조합이 내년 만기 예정이다. 김 대표는 “1호조합과 2호조합의 성공적인 펀드 해산을 위해 회수 작업에도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펀드 결성에 맞춰 심사역을 충원해 하우스 몸집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는 “계속 성장해서 운용자산(AUM)을 더욱 키우고 싶은 목표도 있지만 능력 있는 후배 심사역을 육성해 지분을 넘겨주고 하우스를 이끌어가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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