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29일 07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명 생활이 길었던 배우가 소위 '대박' 작품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한 번 기회를 잡고 무명 생활을 탈출하는 배우들은 대부분 연기력이 출중한 '숨은 고수'다. 이런 고수를 찾기 위해 일부 스튜디오는 공개 오디션을 열기도 한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배우라도 무대가 없으면 능력을 보여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국내 클라우드 산업도 비슷하다. 실력을 갖춘 클라우드 스타트업이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면 우선 성능을 검증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 정부는 이 오디션을 '클라우드 서비스 보급·확산 사업'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2017년부터 시작했으니 만 7년째 진행 중인 '장수 오디션'이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전 분야에 걸쳐 공급되도록 하는 게 이 사업의 목적이다. 공급 기업은 제품을 소개할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수요 기업은 알짜 제품을 찾아 도입할 수 있다. 게다가 클라우드 도입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정부가 지원한다. KT, 네이버클라우드 등 대기업도 공급에 참여했을 정도로 꽤 유명세를 탄 사업이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고 사업을 진행하는 이노비즈협회가 이달 초 지원금 지급 중단을 선언했다. 예산을 다 썼다는 게 이유다. 올해 초 해당 사업에 111억원을 투입하겠다고 계획했지만 실제로는 98억원이 투입됐다. 따지고 보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1순위 수요 기업들에게는 지원금이 잘 전달됐지만 2~3순위 대상 기업은 지원에서 제외됐다. 이노비즈협회는 2개월치의 지원금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빅 플레이어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커도 손실 규모는 몇천만원 규모다. 현금을 모아뒀던 대기업들은 견딜 수 있다. 문제는 기초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다. 쌓인 현금이 없는 이들에게는 치명상이다.
정부는 사실상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이 '알아서' 이 사태를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올해 9월 미리 지원금 미수령 대상 기업들에게 알려줬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이번 사태로 클라우드 사업을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는 '믿을 구석'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가 깊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중소기업이라 월 매출의 80%가 이 클라우드 사업에 묶여 있어요. 직원들 월급도 밀릴 판입니다. 믿고 올라간 무대가 무너진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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