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06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러모로 어수선한 증시 분위기 속에 IPO를 앞둔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상장 계획을 일단 철회하고 내년 시장을 조금 더 관망해 보겠다는 곳도 있고 아쉬움을 삼키고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탑런토탈솔루션은 후자를 택했다. 당초 올해 10월 상장 계획이었지만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으로 공모 일정이 조금 지연되며 지난달 초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으며 탑런토탈솔루션을 비롯한 새내기주 대부분의 주가가 상장 첫날 공모가를 크게 밑돌았다.
회사 자체의 문제는 없었다. 무리해서 밸류에이션을 산정하지도 않았고 공모구조도 구주매출 없이 전량 신주모집으로 짰다. 상장을 몇 주 앞두고 더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영근 대표이사는 "제 돈은 근로소득으로 벌겠습니다"고 밝혔다. 온전히 사업을 통해 회사를 키우겠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증시에 입성한 지 고작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탑런토탈솔루션은 상장 전 약속했던 내용들을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실천에 옮기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품' 제조 업체에서 소·부·장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소재, 장비 사업에 진출하고 R&D 시설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게 계획의 골자였다.
탑런토탈솔루션은 지난달 중순 OLED 검사장비 전문업체 에이피솔루션 지분을 인수하며 청사진의 첫 단추를 끼웠다. 직접 장비 시장에 뛰어들어 밑바닥에서 시작하기보다는 이미 해당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기업을 인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다. 에이피솔루션을 통해 장비 부문 기술을 내재화해 검사장비 완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달 R&D 투자 소식도 알렸다. 내년 2월까지 서판교 내 건물 2개 동 매입을 마치고 기존 판교 캠퍼스에 위치한 연구소를 새 R&D 센터로 확장 이전한다. 새 둥지에서는 OLED 방열 플레이트와 퀀텀닷(Quantum Dot) 디스플레이용 고분자 나노 캡슐레이션 기술 개발에 집중해 디스플레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상장 후 첫 실적 발표에선 이미 합격점을 받았다. 인수한 기업의 실적이 내년부터 반영되고 확대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올해 초 신규 거래처 콘티넨탈로부터 수주한 건도 오는 2026년부터 매출로 인식될 예정이다.
상장 몇 년 만에 공모자금을 초기 계획과 전혀 다른 곳에 소진하고 '계획이 틀어졌다'는 말로 얼버무리는 기업들이 수두룩한 요즘, 탑런토탈솔루션의 행보는 단연 돋보인다. 어려운 시기에도 처음 했던 약속을 차근차근 지키며 내실을 다지고 있는 탑런토탈솔루션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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