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회 평가]'오너 중심' 삼영무역 이사회, 감사위원회로 '견제 보완'총점 255점 중 126점 획득…감사위 3인 모두 사외이사, 오너 영향력 '분산' 노력
권순철 기자공개 2024-12-13 08:22:40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9일 15:3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59년 이민희 전 회장이 창립한 삼영무역은 '오너 3세' 이승용 현 대표이사를 거치면서 알짜 중견회사로 거듭났다. 2005년 지휘봉을 잡은 이승용 대표는 이사회 수장으로서 외형을 4배 이상 성장시킨 공로를 갖지만 이사회 선진화 흐름의 압박을 피해갈 순 없었다.그동안 오너 중심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중시했던 삼영무역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감사위원회를 둬 견제 기능을 보완했다. 특히 감사위원 3인 모두를 사외이사로 등재해 오너에 편중된 영향력을 분산시키고자 노력했다.
◇255점 중 126점 획득…'오너 중심' 이사회 운영 체제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삼영무역은 255점 만점에 126점을 획득했다.
삼영무역은 오너 중심의 이사회를 운영해왔다. 2005년 대표이사직에 오른 오너 3세 이승용 대표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구조다. 삼영무역은 이와 관련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이사회를 효율적이고 책임감 있게 운영하기 위해 정관 및 이사회 운영 규정에 따라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가 수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오늘날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요구되는 이사회 모습과 사뭇 달라 전체적으로 낮은 평가 점수를 받았다. 참여도(3.3점)와 경영성과(3.2점)를 제외하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의사결정의 투명성 및 경영진 견제능력 등을 나타내는 구성(2.0점), 견제기능(2.3점), 평가개선 프로세스(1.9점) 지표 전반이 평점 3점을 넘기지 못했다.
특히 평가개선 프로세스 개선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활동에 관한 평가 시스템이 부재한 영향이 컸다. 삼영무역은 "사외이사 개별 실적에 대해 명문화된 평가 기준이나 절차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이에 따라 사외이사 개별평가나 평가를 재선임에 반영하진 않고 있다"고 지배구조보고서에서 밝혔다.
견제 기능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오너 의장의 일방적인 경영 판단을 제지하기 위해선 다양한 역량과 배경을 갖춘 사외이사의 존재가 장기간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삼영무역에서 이사 후보는 제3의 기구가 아닌 오너 중심의 이사회가 추천 및 검토하고 있다. CEO 승계정책이나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감사위원회 설치로 '견제기능 보완'…감사위원 3인 '전원' 사외이사
이런 가운데 감사위원회의 존재는 삼영무역 이사회가 위안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삼영무역은 별도 기준 자산 총액 2조원 미만으로 감사위원회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2020년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주주 제안을 받자 이에 대처하기 위한 일환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면서 변화를 줬다.
감사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던 덕에 견제기능 지표는 평점 2점대를 사수할 수 있었다. 민현석, 김태희, 신기훈 위원 모두 감사위가 설치됐던 2020년부터 감사 업무와 동시에 사외이사직을 수행했다. 이중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는 김태희 위원은 여성 이사로서 이사회 구성을 다채롭게 하는데 기여했다.
비록 감사위원들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진 않지만 감사 업무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감사위원장인 신기훈 위원은 공인회계사로서 회계 재무에 전문적인 식견과 실무 감각을 지니고 있다. 현재도 정명회계법인의 이사를 맡고 있는 만큼 그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삼영무역의 감사 전문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들 감사위원은 이사회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는데 참여도(3.3점) 지표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연간 7회에 달했던 감사위원회 회의에 100% 참석한 것 외에도 11회에 걸쳐 개최된 이사회 회의에서 평균 98%가 넘는 참여율을 보였다.
오너 의장과 함께 감사위원 3명이 사외이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삼영무역의 경영 실적도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 경영성과(3.2점) 지표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세는 뚜렷하지 않지만 재무건전성에서 우수한 면모를 보였다. 구성 문항인 부채비율, 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이 KRX30 소속 기업들의 평균치보다 20% 아웃퍼폼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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