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젠이텍스, 구조조정 중 2세 지분승계 '경영권 방어' 경영참여 없는 고재훈씨 대상 유증, 메드팩토부터 테라젠바이오까지 매각 추진
정새임 기자공개 2024-12-11 09:24:00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0일 09:4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테라젠이텍스가 창업주 2세인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이하게 된 배경에는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창업주의 낮은 지분율로 경영권 위협을 받을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있다. 다만 새 최대주주인 2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건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현재 테라젠이텍스는 새로운 경영진을 맞이하기 보다는 기존 경영진을 앞세워 계열사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때 핵심 계열사였던 테라젠바이오와 메드팩토가 대상이다. 계열사 정리가 완료된 후에나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수관계·공동보유 포함 지분율 10% 미만, 경영권 방어·승계 달성
테라젠이텍스는 6일 창업주 고진업 회장의 장남 고재훈 씨를 대상으로 13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나섰다. 테라젠이텍스 주식 1주당 2779원에 총 467만7941주를 고재훈 씨에게 발행하는 조건이다.
납입일은 2025년 2월 14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3월 10일이다. 유증이 완료되면 고재훈 씨는 지분율 13.05%를 쥔 테라젠이텍스의 새 최대주주가 된다.
이번 최대주주 변경은 테라젠이텍스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테라젠이텍스는 유독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위협 리스크를 안고 있다.
9월 말 기준 개인 최대주주는 김성진 전 대표로 3.26%에 불과하다. 고진업 회장의 지분율은 0.69%에 그친다.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와 공동보유자 등의 지분을 모두 더해도 9.12%로 10%에 못미친다.
그나마 7.71%를 지닌 유한양행이 백기사 역할로 경영권 방어선이 지켜졌다. 유한양행은 한때 김성진 전 대표에게 보유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하기도 했다. 이후 공동목적 보유 확약 3년 기한이 만료된 후 재계약되지 않으면서 경영권 위협 우려가 한층 커졌다.
유한양행은 여전히 현 경영진에 우호지분으로 남아있지만 이 시점부터 테라젠이텍스는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할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테라젠이텍스가 예기치 못하게 제3자에게 넘어간다면 리드팜, 메드팩토, 테라젠바이오 등 과반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속기업뿐 아니라 테라젠이텍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메드팩토 경영권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테라젠이텍스 창업주 고 회장의 장남 고재훈 씨를 앞세워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했다. 1982년생인 고재훈 씨가 어떻게 130억원 자금을 확보했는지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분명한 건 이번 유증으로 경영권 방어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2세로의 승계도 이룰 수 있게 됐다.
◇2세 경영참여는 소극적…기존 경영진 주도로 계열사 정리 진행
유증으로 표면적으로 고재훈 씨가 지배력을 확보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세의 본격적인 경영참여가 당장 이뤄지진 않을 전망이다. 기존 경영진이 주도하는 계열사 정리가 최우선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재훈 씨는 회사 일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과거 계열사 임원으로 활동한 이력만 있을 뿐 테라젠이텍스 이사회 등 주요 경영진에 올라선 바 없다. 고재훈 씨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시점은 테라젠이텍스의 계열사 정리가 마무리된 이후로 점쳐진다.
테라젠이텍스는 한때 핵심 계열사였던 테라젠바이오와 메드팩토를 모두 정리하는 과정에 있다. 테라젠바이오의 경우 2020년 테라젠이텍스 유전체 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다. 헬스케어 사업부를 분사시킨 테라젠헬스로 롯데헬스케어와의 협업을 꾀한 적도 있다. 하지만 롯데헬스케어 청산 작업으로 테라젠헬스도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테라젠바이오는 약 100억~150억원 매출과 20억~30억 정도의 영업적자를 내는 계열사다. 테라젠헬스는 유전체 사업 중에서도 소비자 대상 유전자 분석(DTC) 사업을 하는 곳으로 작년 기준 매출액 21억원, 영업적자 24억원 정도로 유의미한 실적을 갖고있지 않다. 롯데헬스케어의 51% 지분을 테라젠이텍스가 인수하는 거래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도 유전체 사업을 전부 떼어낼 구상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드팩토 역시 2013년 테라젠이텍스 항암 신약 개발사업부를 분할해 만든 자회사다. 신약 물질 '백토서팁'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 사정이 어려워진 상태다. 내부적으로 파이프라인 정리 및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동시에 테라젠이텍스가 지닌 메드팩토 지분 14.65%를 인수할 상대를 찾고 있다. 제약사를 포함해 사모펀드 등과 타진 중이라고 알려졌다.
계열사 정리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인물은 창업주 고 회장과 박시홍 대표다. 그 중에서도 박 대표의 역할이 주목된다.
박 대표는 테라젠이텍스가 영입에 공을 들였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한미약품, 보령, 휴온스 등 제약사 영업 출신인 그는 2023년 테라젠이텍스로 건너왔다. 대표이사로서 테라젠이텍스 영업뿐 아니라 경영 전반을 총괄한다. 최근 테라젠이텍스가 발행한 50억원 규모 전환사채에 홀로 참여할 만큼 경영정상화에 발벗고 나섰다.
테라젠이텍스그룹 관계자는 "테라젠이텍스 계열사 정리는 박시홍 대표와 고진업 회장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2세는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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