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유통가 리포트]K-라면 전성시대, '삼양·농심' 글로벌 영토확장 본격화[식품]①삼양식품, 실적·주가 '괄목상대'…농심, 수출인프라 확대 시동
윤종학 기자공개 2025-01-06 14:07:16
[편집자주]
올해 유통가는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K-컬처 인기로 식품사나 화장품 ODM 기업들은 해외에서 훨훨 날았으나 내수경기 침체로 이커머스와 패션회사들은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 2025년에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이른바 3고(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 간 온도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더벨은 유통산업 내 섹터별로 기업을 분류한 후 올해 한 해 흐름을 정리하고 전망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8일 15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라면업계를 관통한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한국 라면 수출액은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올해 10월 10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돌파했다. 이는 과거 내수 중심이었던 라면업체들은 포화상태인 국내를 벗어나 해외수출로 사업 무게추를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K-라면 열풍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이끌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들어 매출의 70% 이상을 수출에서 올리며 글로벌 진출 성공기를 쌓아가고 있다. 내년에도 K-라면의 열풍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삼양식품과 농심 등 주요 라면업체들은 생산법인, 판매법인 등 수출 인프라 확대에 힘을 쏟으며 글로벌 영토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불닭볶음면 열풍' 삼양식품, 실적·주가 날았다
올해 국내 증시의 주요 관심사는 삼양식품의 주가였다. 그동안 소외됐던 식품주인 동시에 주당 가격이 20만원이 넘는 무거운 종목이었음에도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2024년 1월2일 23만4500원으로 시작한 삼양식품 주가는 12월17일 기준 73만6000원으로 약 213% 급증했다.

삼양식품 주가가 1년 사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일으키게 된 계기는 식품업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면서다. 사실 삼양식품 영업이익률은 지난해에도 12.36%로 식품업계 내에서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더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으로 801억원을 거둬들이며 영업이익률 20.7%를 달성하자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삼양식품 매출은 2020년(6485억원)에서 2021년(6420억원) 사이 매출이 소폭 감소한 기간을 제외하면 2016년(3593억원) 이후 매해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이에 2023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3분기 누적으로 1조2490억원을 기록해 이미 전년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율 등 실적지표 개선의 1등 공신은 '불닭볶음면'이다. 불닭볶음면은 2016년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삼양식품의 수출증대를 견인하고 있다.
실제 삼양식품의 수출액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930억원에서 2023년 8093억원으로 8배 이상 불어났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 2889억원, 2분기 3321억원, 3분기 3428억원 등을 기록하며 3분기 기준 벌써 전년 수출액을 넘어선 9638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수출 1조원 달성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수출비중도 2016년 25.8%에서 2019년 50%, 2021년, 60% 등으로 높아졌고,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77.1%를 수출을 통해 벌어들였다.
삼양식품은 해외 수출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신규 생산기지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밀양2공장 건설을 시작해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해당 공장 완공 후에는 생산능력이 약 37%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밀양2공장은 정밀 생산라인으로 꾸려져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외에도 '까르보나라불닭', '치즈불닭' 등 수출 상품의 다각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 중국에 첫 해외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판매법인만 보유하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직접 생산공장을 가동해 중국 현지 수요량을 전부 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올 한해 불닭볶음면의 해외수출 확대와 비용효율화 등을 통해 시장컨센서스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달성한 점이 주가로 연결된 것 같다"며 "국내와 해외 신규 생산기지 설립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K-라면 원조' 농심, 수출 확대 준비완료
최근 삼양식품이 K-라면으로 주목받기 전까지 수출라면의 대명사는 농심의 '신라면'이었다. 1970년대부터 수출을 시작한 농심은 1990년대부터 이미 해외법인과 공장들을 설립하면서 K-라면의 기틀을 쌓아왔다는 평가다.
농심은 올해 삼양식품과 비교하면 수출 비중의 변동폭이 크진 않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해외매출액 비중이 37.1%였다면 올해는 37.7%로 0.6%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4분기 들어 해외수출 계획을 속속 밝히며 앞선 기간 동안 수출 확대를 위한 토대를 닦아온 것으로 파악된다.
농심은 올해 10월부터 미국 제2공장의 용기면 라인을 신규로 가동해 생산 확대에 돌입했다. 또한 월마트 매대 이동과 중남미로의 커버리지 확대와 신제품 '신라면 툼바' 등의 제품 라인업 확장 효과도 기대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북미법인의 매출이 두 자릿 수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초에는 유럽 판매법인을 신규 설립해 유럽 공략에 나선다. 그동안 현지 벤더사난 거래처에 상품판매를 맡겼지만 신규 법인 설립으로 직접 마케팅과 판매를 추진한다. 농심은 국내에 신규 공장 설립도 계획 중이다. 부산에 위치한 녹산공장 내 유휴부지를 활용해 대규모 공장설비를 신설한다. 해당 공장은 수출전용 공장으로 추진되는 만큼 완공 후 수출물량 증대에 기여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라면기업인 삼양식품과 농심이 국내에서는 한정된 시장규모 때문에 경쟁하는 구도였지만 해외 진출은 상황이 다르다"며 "아직도 글로벌 시장에서 K-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만큼 함께 저변을 확대해가며 동반 성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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