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카카오 리빌딩]C레벨 3인 체제 축소, 성과 달성 개인 부담 커졌다①고강도 변화, 최고위임원진 축소…AI 중심 '선택과 집중' 과제
노윤주 기자공개 2025-01-15 09:25:33
[편집자주]
조직도에는 각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업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IT 기업은 트랜드 대응, 경영위기 극복을 목적으로 비정기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지난 한 해 카카오는 다사다난했다. 창업주의 법정구속부터 AI 사업 약화까지 다양한 논란을 겪었다. 탄탄한 조직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카카오는 직급 체계 간소화부터 AI 조직 신설까지 마쳤다. 연중 세부 개편도 몇차례 단행했다. 이제는 사업 성과를 낼 시간이다. 더벨은 카카오 조직도를 파악해 그 속에 담긴 2025년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9일 10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T 기업의 조직개편은 비정기적이다. 주로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일부 임원인사를 단행하긴 하지만 여타 대기업처럼 인사 시즌을 정해놓고 조직 구조를 대폭 바꾸지는 않는다.카카오도 마찬가지다. 특이점은 최근 1년 새 '쉴 틈 없는' 조직재편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정신아 대표 취임 이후 고강도 쇄신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직책구조 간소화다. 여러 직책을 C레벨, 성과리더, 리더 3단계 체제로 개편했다. 몇차례 변화 끝에 현재 카카오에서 '최고 책임자'라는 지위를 가진 C레벨은 세명으로 정리됐다. 정신아 CEO, 정규돈 CTO, 신종환 CFO다.
◇몸집 커진 카카오, C레벨 정직원→임원 '책임 강화'
카카오 C레벨이 대외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5년이다. 당시 임지훈 전 대표가 취임하면서 최고경영진협의체(CXO팀)를 구성했다. CEO 포함 주요 C레벨 6명으로 구성된 최고의사결정기구였다.
당시 멤버로 홍은택 COO, 최세훈 CFO, 신정환 CTO, 정주환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 박창희 최고상품책임자(CPO)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CXO팀은 6개월 만에 폐지됐다. 폐지 후에도 C레벨 임원진 직책은 유지했다.
특이점은 C레벨이 통상 임원이지만 카카오에는 등기임원을 제외하면 임원이 없었다는 부분이다. C레벨 직책을 달고 있지만 사업보고서 임원 명단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 많았다. 수평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해 임원과 정직원을 구분하지 않겠다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DNA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대기업이 된 카카오가 이런 전통을 유지하긴 어려웠다. 불어난 몸집 탓에 사업 책임을 질 임원을 선임하는 게 불가피했다. 수평적 구조라는 장점 이면에 C레벨이 제 책임을 다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결국 2021년 10월 미등기임원 10명을 발령했다. 당시 기준 홍은택 CIC 커머스 대표, 정의정 CTO,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CIO), 이성호 CFO 등이었다.
이후 몇차례 대표이사 교체를 거치면서 카카오 C레벨진도 늘어나고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2024년 본격적으로 정신아 대표 체제가 갖춰지기 시작했고 C레벨의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정 대표가 대대적인 조직·직책 개편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기존 'C레벨-부문장-실장-팀장-파트장-셀장'으로 이어지던 직책 체계를 'C레벨-성과리더-리더' 3단계로 줄였다.

◇변화 끝에 질적 성장 이끌 3인 체제 구축
이와 함께 작년 한 해 동안 수시로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조직을 쇄신해야 한다는 통일된 목표에 따른 결과다. 계열사 흡수에 따른 영향도 있었다. 이에 따라 C레벨진 변화도 계속됐다.
2023년 말 카카오는 재무 조직 새판을 짜기 위해 크레딧스위스 상무 출신 최혜령 CFO를 영입했다. 이후 같은해 5월 CJ 출신 신종환 CFO를 추가 영입했다. 신 CFO 합류에 따라 최 전 CFO는 재무 조직 산하 경영기획 리더로 직책을 바꿨다.
테크 조직 개편에 따른 C레벨 변동도 있었다. 작년 4월 카카오는 SK텔레콤 출신 이상호 최고AI책임자(CAIO)를 선임했다. AI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CAIO 조직은 오래가지 못했다. 카카오가 두달 후인 6월 카카오브레인을 합병하고 카나나엑스, 카나나알파 조직을 신설하면서다.
자연스럽게 CAIO 직책은 폐지했다. 이에 이상호 전 CAIO는 카나나엑스 펑션오너(FO)겸 성과리더로 직책이 변경됐다. 김병학 전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카나나알파 펑션오너(FO) 겸 성과리더로 부임했다.
몇차례 계속된 쇄신작업 끝에 2025년 1월 기준 카카오 C레벨진은 정신아 CEO, 정규돈 CTO, 신종환 CFO 3인 체제로 재편됐다. 3인방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정 대표의 전사 체질개선 작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경영체제를 이끌어야 하는 어려운 미션을 받았다. 김범수 창업자(CA협의체 공동의장)가 보석으로 불구속상태 전환되긴 했지만 여전히 오너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1분기 전사 역량을 쏟아 부어 만든 AI 서비스 '카나나' 출시도 예정돼 있다. 카카오톡 탑재가 아닌 별도 앱, 구독형 모델 형태를 선언했다. 쉬운 길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둔 선택이다. 카나나 성과가 부정적이라면 카카오는 AI 시장에서 뒤쳐진 IT기업이라는 평가를 피해 갈 수 없다. 더더욱 정 대표에게는 부담스런 2025년이다.
정규돈 CTO는 AI 시대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를 갖고 있다. 올해 '카카오 네이티브' 전략을 안착시켜야 한다. AI 서비스와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은 카나나 조직에서 담당하지만 정 CTO는 보다 넓은 범위에서 카카오 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역할이다. 이에 단순히 대고객 서비스뿐 아니라 내부 시스템 전체에 AI를 입히는 변화를 시도 중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if카카오 행사에서 정 CTO는 각오를 말하기도 했다. 그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체험해 봐야 한다"며 "일하는 방식을 AI네이티브로 바꾸지 못하면 절대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었다.
CEO, CTO가 각각 경영, 기술 측면에서 전사 혁신을 이루려면 효율적 자원 배분도 함께 가야 한다. 신 CFO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간 매출은 역대 최고치가 예상된다. 하지만 자회사 중심 콘텐츠 사업 부진,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한 카카오페이 비용처리 이슈 등으로 수익성 이슈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카카오는 선택과 집중 기조를 핵심으로 내걸고 비효율 사업, 계열사 등을 차례로 정리해 나가고 있다. 이에 신 CFO는 올해 더더욱 본사, 그룹사를 통틀어 성장성 있는 분야에 재원을 투입하고, 그 외에는 비용을 통제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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