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7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한해의 전자·정보기술(IT) 업계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벤트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기술력을 뽐내면서 놀라움과 기대감을 안겨주는 자리지만 지난주 폐막한 CES 2025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어느 때보다 진지했고 무거웠다.매해 CES에서 가장 주목받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표들은 기자간담회에서 약속한 듯 사과의 말을 전했다. 행사 기간 중 발표된 2024년 4분기 잠정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탓이다.
그러면서 올해도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기조가 계속되는 데다 트럼프 2.0 도래, 중국의 약진 등 대외적 환경이 긍정적이지 않은 영향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경영활동의 불확실성은 이제 상수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다수 대화는 한숨으로 시작해 한숨으로 끝났다. 3년 연속 CES에 모습을 드러낸 스타트업 대표는 "고객 미팅을 위해 마지못해 참가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고객이나 경쟁사들도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누구 하나 좋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해외사도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을 대표하는 업체들은 자사 제품을 홍보하면서도 '시장이 좋아지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어도 업황이 반등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변수가 아닌 불확실성은 어떤 기업이라도 직면할 수밖에 없고 넘어서야 할 존재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버틸 방법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축제의 장이 아닌 성토대회장으로 변질된 CES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주요 기업들은 '파트너십'을 연일 강조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우선순위로 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쟁보다는 생존에 무게를 두고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흐름이다.
그간 한국 기업들은 서로를 밀어내고 누르면서 성장해왔다.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대에 생존 전략은 허물없는 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수(불확실성)는 순리(뭉치면 산다)대로 가야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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