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안공항 참사라 불러야 한다는 여론이 크다. 제주항공 여객기는 동체착륙에 성공해 활주로를 슬라이딩했다. 좌우 균형은 맞았지만 속도는 높았다. 그러나 그 끝에 콘크리트 벽이 버티고 있었다. 기체가 손상되지 않고 슬라이딩 하던 비행기는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해 산산조각났다.제주항공 비행기는 추락한게 맞을까. 기체결함과 정비불량이 있을 수 있었다. 아직 진실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콘크리트 둔덕이 아니었다면 비행기가 완파되는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사고 뒤 제주항공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정비사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운항횟수가 너무 많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피곤이 누적된 정비사와 조종사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란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 쉴틈 없이 가동된 엔진과 기체가 오작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맞다.
그러나 무안공항을 비롯한 공항공사와 국토교통부는 책임이 없을까. 이들의 관리 부실을 비판하는 여론은 크지 않은 것 같다. 공항의 둔덕은 왜 두껍고 높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졌을까. 항공사가 정비사 수를 넉넉히 두지 않았고 운항횟수도 과도한데 국토부는 왜 즉각 시정조치를 내리지 않았을까.
국토부는 2017년을 전후해 항공시장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이익을 위해 자율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무분별하게 항공면허가 발급됐다. 항공사 자본인정액을 절반으로 낮추고 관련 규제도 대폭 풀었다. LCC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항공사들이 무한경쟁에 돌입하면서 정비사도 조종사도 승무원도 부족해졌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노선과 슬롯을 대거 늘렸다. 공항공사는 전국 지방 공항을 활성화하겠다며 규제를 대폭 풀었다. 자본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여러 LCC들이 전국 공항을 무대로 위험한 비행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항공사들의 위험한 비행은 새국면을 맞았다. 정부는 한국 항공산업을 구조조정하겠다며 대한항공 중심으로 메가캐리어를 만들었다.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고 산하 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진다.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섰다.
그 사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견실한 LCC들은 생존경쟁에 내몰렸다. 대형화된 시장 지배자와 후발 LCC 사이에 끼어 동분서주했다. 정부와 국토부, 공항공사 등에 외면 받으며 스스로 생존력을 키워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또 다른 LCC들의 상황은 어떨까. 이스타항공은 긴 부실에서 탈출했지만 아직 정상화 하지 못했다. 정부가 무분별하게 면허를 내준 LCC들인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파라타항공은 아직 제대로된 수익조차 못내고 있다. 과연 수익도 못 내는 항공사가 정비는 제대로 하고 있을까.
조원태 한진칼 회장은 통합 대한항공 출범에 맞춰 ‘안전과 서비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사 운영에 있어 안전과 서비스가 최우선이고, 그 다음으로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항공사는 기업이다. 수익이 나야 지속가능하다.
국토부는 LCC들을 무한경쟁에 내몰면서 한쪽에선 시장 지배자를 만들어 절대적 힘을 부여했다. 그러는 사이 무한경쟁에 내몰린 항공사들은 소멸하지 않기 위해 피곤한 정비사와 기장과 승무원들을 앞세워 더 강도높게 비행기를 띄워야만 했다.
무안공항 참사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제주항공의 부실경영이 사고의 원인이었을까. 섣부른 판단과 설익은 정책으로 항공시장을 혼란하게 만든 국토부의 책임은 없을까. 제대로된 인프라도 구축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지방공항을 활성화하려던 공항공사의 책임은 없을까. 이번 참사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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