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과 이사회]"교수 자정능력 중요"…사외이사 윤리성 회복이 키③성균관대 총장 삼성전기 재직 시절 이해상충 이슈…"수면 아래엔 더 많은 케이스"
이돈섭 기자공개 2025-02-27 08:06:32
[편집자주]
기업 사외이사 후보로 자주 오르내리는 직군 중 하나는 단연 대학교수다.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자기 나름대로의 전문성도 확고하다. 기업과 교수 사회는 오랜기간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를 형성해왔다. 기업은 각종 기부금을 통해 교수 사회와 연결고리를 만들었고, 교수는 사외이사 활동 등을 통해 외부자금을 유치하면서 기업과 인연을 맺었다. 문제는 이 관계 속에서 교수 출신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교수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theBoard는 기업 이사회와 교수 사회 간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기업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을 고민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1일 08시05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기가 성균관대 현직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기는 성균관대 교수를 기용함으로써 이사회 전문성을 높였고 성균관대는 삼성전기에서 기부금을 받았다. 이 교수의 이사회 활동이 기부금 거래 관계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사외이사로서 완전한 독립성을 갖췄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은 교수 출신 사외이사의 자정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성균관대 교수의 이사회 진출이 기부금 거래 계기로
2017년 3월 말 국민연금은 삼성전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유지범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사진)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유 교수가 소속돼 있는 성균관대가 사실상 삼성그룹 영향력 하에 있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1996년 학교법인 성균관대학 측에 지원금을 출자하기 시작한 삼성그룹은 성균관대 운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모양새다.
삼성전기를 포함한 주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성균관대 발전기금에 기부를 꾸준히 집행해 명예의전당에 사명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발전기금은 각 단과대학과 학과 교육 연구지원 사업과 각종 교류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유 교수가 소속돼 있었던 신소재공학부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계열사와 각종 포럼 등을 통해 교류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학부 중 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외이사 후보였던 시기 유 교수는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부총장을 맡아 해당 캠퍼스 안살림을 챙기고 있던 상황이었다. 삼성전기는 유 사외이사의 이사회 활동 기간 성균관대 등에 기부금을 집행하는 안건을 꾸준히 상정해 결의했다. 유 교수는 이해관계 상충 문제로 해당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진 않았지만, 유 교수 이사회 합류와 성균관대 대상 기부금 집행이 아예 관계가 없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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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유 교수는 성균관대 총장이 됐다. 성균관대 총장은 학교법인 성균관대학 이사진이 선임하고 이사장이 임명한다. 이사진은 이사 7명(이사장 포함)과 감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재완 이사장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고 육현표 이사는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한승환 이사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사장, 최한용 이사는 삼성서울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문화 감사는 현직 삼성화재 대표로 일하고 있다.
◇ "독립성 훼손 사례 여럿…교수 스스로의 자정 능력 중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유 교수가 삼성전기 이사회에서 활동한 것은 결과적으로 유 교수와 삼성전기 간 상호보완 관계 구축으로 이어졌다. 유 교수가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기간 내 삼성전기는 성균관대에 기부금을 집행했고 삼성전기는 유 교수의 전문성을 이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 다만 산·학계 전문가들은 유 교수가 삼성전기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면서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소재 종합대학 교수는 "학교 행정을 처리하는 입장에서 자금을 대는 기업과 관계를 맺는 것은 중요한데, 그 기업 중 한 곳의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교수 스스로 이해상충 문제 발생 가능성을 안고 들어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이해관계로 묶여있지 않더라도 기업 외부인이 이사회에 진입해 마음껏 발언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거래 관계가 전제돼 있다면 더욱이 발언에 제약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삼성전기와 비슷한 사례가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피투자 상장사가 현직 대학교수를 사외이사로 기용하는 안건을 정기주총에 올리면 해당 기업 측에 해당 사외이사가 과거 그 기업에서 연구비와 기부금 등 어떤 형태로든 지원을 받은 이력이 있는지 확인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독립성을 훼손당하는 사례가 교수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견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업과 교수 사회 간 관계 간 잡음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기부금과 지원금 등 다양한 형태로 특정 대학이나 학회 등과 관계를 형성하고 교수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기용했는데, 이 교수가 이사회에서 기업 경영진에 이견을 제시했을 때 기업 측이 대학 기여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 다만 이 경우 면밀한 법 규제적 검토가 필요하다.
미국 델라웨어 법원은 2003년 특정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은 대학 소속 교수들이 해당 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할 때 그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인간은 경제적 동기뿐 아니라 사회적 동기 등에 따라서도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 기부금을 통해 통제받지 않는다고 해도 행동에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봤다. 거버넌스 전문가는 "자금이 오가는 관계의 경우 법적 요건 이상의 윤리성을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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