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현지법인 IPO]현대차·LG전자, 국내 증시 부진에 해외로 눈돌렸다①글로벌 투자자 좇아 인도행…국내 증시 인식 개선 '과제'
이정완 기자공개 2025-03-04 07:25:50
[편집자주]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상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인도법인을 시작으로 이달 초에는 두산에너빌리티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가 상장을 마쳤다. LG전자 인도법인도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장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중복상장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도 이점이다. 늘어나는 현지법인 IPO의 배경과 전망에 대해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08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 주식시장 공략이 다변화되고 있다. 과거 ADR(주식예탁증서) 형태로 미국 시장 입성을 노렸다면 이제 실리적인 방식을 택한다. 몸집이 커진 해외 자회사를 현지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방식이다. 작년 10월 현대차 인도법인이 시가총액 25조원 규모로 인도증권거래소(NSE)에 상장하면서 이정표를 세웠다. LG전자 인도법인도 약 20조원 몸값으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국내 기업의 인도행에는 이유가 있다. 인도 증시는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높은 경제성장률은 물론 개인 투자자의 열기가 더해지면서 IPO(기업공개) 수요가 늘고 있다. 자금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 시장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선 4배 현대차 PER, 인도는 '25배'
현대자동차의 인도 자회사 상장 시도는 지난해 6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예비투자설명서(DRHP)를 제출하면서 가시화됐다. 9월 승인을 받은 뒤 속전속결로 상장 절차에 나섰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희망 공모가 밴드를 주당 1865~1960루피로 제시했는데 10월 청약 과정에서 2배 넘는 주문이 몰려 밴드 상단으로 공모가가 확정됐다. 결국 시가총액 25조원 밸류로 인도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후 4개월 가량이 지난 지금도 현대차 인도법인은 주당 1800루피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여전히 24조원 규모 시가총액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밸류에이션을 보면 인도 상장의 이점이 잘 드러난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현대차 시가총액은 43조원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 13조2300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밸류에이션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PER(주가수익비율) 4배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반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해 3분기까지 73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단순히 1년으로 환산하면 대략 1조원 순이익을 거둔 셈이다. 인도 증시에선 PER 25배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밸류에이션 수준이 다르다.
이달 6일 체코 증시에 입성한 두산스코다파워도 현대차 인도법인과 비교하면 몸집은 작지만 상장 후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유럽 시장 내 원전 사업 인지도 확대를 목적으로 프라하 증권거래소(PSE)에 상장한 만큼 공모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 공모가도 희망 밴드 중간 수준인 240코루나로 확정해 최종 1500억원 가량을 조달했다. 지금은 주가가 약 340코루나로 30% 넘게 가격이 뛰었다.

◇해외 투자자, '한국 증시 포비아'도 한몫…인식 개선 시급
현재는 LG전자 인도법인이 현지 주식시장 상장을 계획 중이다. 이 역시 우호적인 밸류에이션이 기대된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작년 12월 예비투자설명서를 제출해 상장 계획을 공식화했다. 현재 20조원 내외로 시가총액을 인정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인도법인에 살짝 못 미치는 규모다. 심사 일정을 고려하면 오는 4~5월 상장이 점쳐진다.
글로벌 IB는 결국 증시 환경의 차이가 이 같은 밸류에이션 격차를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연초 코스피 빅딜이었던 LG CNS IPO가 이를 잘 설명해 준다는 평가다. 물론 거시 환경 측면에서 비상계엄에 따른 후폭풍도 있었지만 해외 롱 펀드의 투자 부재는 그만큼 뼈아프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면서 가뜩이나 국내 투자 부담이 커졌다. IPO 시장은 항상 락업(의무보유확약) 기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규제 방향성이 정해지면서 쉽사리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투자처를 찾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는 성장성이 돋보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인도는 물론 지난해 수익률이 높았던 대만, 중국도 비슷한 이유로 주가가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인도 증시는 연평균 6%가 넘는 경제성장률은 물론 세계 1위 인구 대국이란 점에서 잠재력이 더욱 주목을 받는다. 증시 활황으로 개인투자자의 유입도 크게 늘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시장에 돈을 넣으면 마음대로 빼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며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자유로운 유출입 없이 주식시장 유동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건 힘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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