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시그널: PBR 0.3]제도·규제 변화' 만난 보험주, 밸류트랩 오명 벗을까'밸류업 가세' 삼성화재 PBR>1 돌파…자본확충 니즈 남은 곳은 변수↑
최은수 기자공개 2025-05-19 08:07:28
[편집자주]
주가는 단기적으론 인기 투표지만 길게 보면 계량기라는 말이 있다. 왜 헐값에도 투자자가 발길을 돌릴까. 시간이 지나면 진짜 무게가 드러난다. 그 괴리를 찾는 과정에 사용되는 지표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최근 유력 대선후보는 PBR이 0.3배도 안되면 시장에서 정리해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가시방석에 앉은 종목들을 더벨 SR본부가 저울에 올렸다. 저평가인지, 벗어날 수 없는 밸류트랩인지, 시장평가와 본질가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재고 구조적 원인을 파헤쳐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3일 15시5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주는 자본시장에서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혀왔다. 글로벌 보험사 대비 저조한 수익성과 배당성향을 보였고 금융당국 개입이 잦은 규제산업의 특성까지 얽힌 결과다. 코로나19 직전만해도 상장 보험사의 절반 이상이 PBR 0.3배 미만을 가리키기도 했다.제로금리가 종식된 후 고금리 추이가 길어지고 있고 2022년 새 보험회계 및 건전성 기준(IFRS17·K-ICS) 도입을 기점으로 여러 보험사들이 반등의 움직임을 보인다. 밸류업에 적극 동참한 삼성화재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나타냈다. 다만 이 선례를 일반화하기엔 아직 각 사별 자본확충 국면에서 남은 변수가 크다.
◇'저PBR 대표' 보험주…금리상승·IFRS17 연착륙 후 반전
더벨 SR(서치앤리서치)본부가 코스피 상장사 808곳과 코스닥 상장사 1675곳 등 합계 2483곳 상장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연결 기준 PBR이 0.3배 미만인 곳은 총 225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내 11개 상장 보험사 가운데서 총 3곳(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한화손해보험)이 이에 해당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내 증시 부진의 원인으로 저평가 기업들을 꼽으며 "PBR이 0.3배 미만인 회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 청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보험사의 경우 소비자 보호와 규제산업의 특성이 얽히며 거국적인 적대적 M&A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상장 보험사 가운데 서너곳이 장기간 PBR 0.3배 미만을 가리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험주가 전반적으로 심각한 저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정 기업의 경우 밸류업을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배경이다.
보험사가 오랫동안 저평가를 받아온 배경으론 규제가 산업을 움직이는 점과 정부와 금융당국이 밸류업보다 자본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영향이 크다. 특히 투자에 쓸 자본을 쌓아놓는 데 주력해야 한 점은 투자자들이 보험주 투자를 꺼리게 한 대표적 원인이다.
여기에 IT·바이오와는 달리 보험산업은 인구성장 정체 등으로 국내에서 대표적인 사양 산업으로 손꼽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여러 기제가 융합되면서 애초에 시장의 반등을 기대감을 꺾은 것들이 저평가의 배경으로 자리했다.
◇제도변화 규제 파고 '밸류업'으로 넘은 삼성화재, 2024년 첫 PBR>1
보험사들의 PBR이 오르기 시작한 건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2021년 0%대 금리가 막을 내리고 이듬해 보험업계를 괴롭히던 IFRS17의 안개가 걷히면서 새 제도 아래에서 보험사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이를 기점으로 차츰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곳은 추가 주가 상승의 모멘텀도 확보했다. 삼성화재가 대표적이다. 밸류업 훈풍을 기회로 주주환원책을 제시하면서 기나긴 저평가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화재는 올해 1월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거래소의 선정기준에 맞춰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이후 주가는 등락을 보이긴 했으나 올해 5월을 기준으로 PBR이 1배를 넘어섰다. 보험주가 무조건 저평가를 받는 건 아니란 인식 변화를 이끌 정도의 성과다.
삼성화재를 포함한 국내 보험사들은 오랜 시간 저평가주 낙인이 찍혀 있었다. 직전 10년 간 보험주 중에선 메리츠화재(2024년 자진 상장폐지)와 함께 가장 양호한 PBR을 나타낸 것으로 꼽히던 삼성화재도 PBR이 장기간 1배를 하회했다. 2024년에도 삼성화재 연말 PBR은 0.98배였다.
삼성화재에 이어 롯데손해보험(0.78배), DB손해보험(0.66배)이 자리하고 생명보험사 가운데선 삼성생명(0.55배)가 가장 양호한 지표를 나타냈다. 동양생명·흥국화재는 모두 최저점을 기록한 2022년 대비 반등에 성공했지만 각각 0.37배와 0.31배를 기록하면서 아슬아슬하게 기준선을 넘었다.
◇끝없는 자본확충 니즈, 보험주 PBR 짓누르는 추가 변수
전반적으로 업권에 PBR 반등의 기미가 보이긴 하지만 일부 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화손해보험·흥국화재는 수년 간 PBR 0.3배를 하회하거나 경계선에 머물러 있다. 미래에셋생명 또한 최근 양호한 주가흐름을 보이며 일시적으로 컷오프는 면했다. 그러나 공모가 대비 여전히 부진한 주가를 나타내는 등 침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더불어 삼성화재 등은 새 제도 변화를 전후로 일찌감치 체급을 완성했지만 일부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들은 여전히 자본확충 니즈가 남아 있다. 이 점도 보험주 PBR 전망을 낙관키 어렵게 하는 변수다. 보험사들이 지급여력(K-ICS)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확충에 나서면 자본의 색채나 우열과 관계 없이 순자산을 증대시킨다. 이는 곧 주가 반등이 없으면 PBR이 하락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당장 PBR을 기준으론 경계선 위에 있는 현대해상과 롯데손해보험도 자본확충의 기로에 서 있다. 2024년 말 기준 현대해상의 K-ICS 비율은 157%,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154.6%였다. 올해 1분기 말엔 롯데손해보험이 150%를 하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감독당국이 K-ICS 권고비율을 20%포인트 하향하는 등 보험사들에게 닥친 부담을 완화하는 형태의 규제 완화 흐름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결정과 별개로 기업 자체적으로 밸류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이 있어야만 이 난국을 풀어나갈 동력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전반적으론 보험사에 대한 자본규제의 허들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콜옵션 상환을 두고 롯데손해보험 측과 이견을 보이는 사례를 보면 앞서 분위기를 토대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거나 당국이 호혜적으로 움직이라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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