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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전직 관료 리포트]미국 전직 관료보다 기업인 출신 선호, 일본도 관료 비중 낮아⑥유럽 금융기업은 관료 출신 선호, 나라마다 비중 차이 커

김지효 기자공개 2025-05-26 09:14:59

[편집자주]

전직 관료 사외이사는 기업의 대외 전략과 정책 대응 방향을 드러내는 일종의 ‘신호’다. 이들을 통해 이사회가 외부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정책 환경에 주목하는 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theBoard는 국내 주요 대기업 상장사를 중심으로 전직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기업들이 선호하는 전관 유형과 그 배경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9일 13시57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직 관료는 국내 기업에서 사외이사로 환영받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들이 법률·정책 분야의 전문성과 넓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 전직 관료의 선호도는 낮다. 경영인 출신 또는 이와 관련된 전문직이 사외이사로 인기가 있다. 유럽에서는 금융기업 이사회에 전직 관료들이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대만의 경우 전직 관료의 비중이 높지는 않았다.

◇미국 경영인 선호…유럽 금융기업은 전관 선호

미국의 경우 전직 관료보다 기업 경영 경험이 있는 경영인 출신이나 관련 전문직(회계사, 법률가 등)을 이사회에서 더 선호한다. 이는 이사회의 주요 역할이 전략 수립, 경영 감독, 리스크 관리 등으로, 실질적인 비즈니스 경험과 업계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이 더 적합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직 관료 출신 이사의 비중은 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 글로벌 리더십 컨설팅 회사인 스펜서 스튜어트(Spencer Stuart)의 이사회 지수(Board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S&P 500 기업 이사회에 새로 합류한 이사의 33%가 현직 또는 은퇴한 기업 임원이며 현직 또는 은퇴한 CEO는 23%였다. 신규 이사의 절반 이상이 기업인 출신인 셈이다.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사는 56%에 이른다. 일부 보고서에서 학계 출신이 8%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에 비춰볼 때 전직 관료 출신의 비중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근 들어 규제가 엄격한 일부 산업에서는 전직 관료를 이사회에 영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회사 콘페리(Korn Ferry)는 민간 부문 경험과 정부 고위직 경험을 모두 갖춘 인사가 이사회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전직 관료 출신의 임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아직 일부 기업에 국한된다.

유럽은 미국보다 전직 관료의 이사회 진출이 활발한 편이다.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 결과를 찾기는 어려웠지만 금융기업의 경우 전직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EY가 발표한 ‘2024 유럽 금융서비스 이사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MSCI 유럽 금융 지수에 포함된 기업 이사회의 80%에 공무원이나 정부 임명직 출신 인사가 포함돼 있었으며 전체 이사 중 15%가 해당 경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의회 또는 장관 경험이 있는 이사는 2%, 중앙은행 경험이 있는 이사는 3% 정도였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었다. 스위스 금융기업의 33%, 프랑스는 30%가 장관 또는 국회의원 출신 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독일(14%), 이탈리아(13%), 영국(11%)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일본·대만 상장사, 전직 관료 사외이사 비중 한자릿수

일본은 한국에 비해 전직 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이 낮은 편이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 상장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정부 출신 이사는 전체 이사 중 평균 3.21%에 불과했다. 일본에서는 전관예우를 '아마쿠다리(하늘에서 내려온 사람)'라고 부르지만 실제 기업 운영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대만의 경우 같은기간 상장사 이사회 내 정치적 배경 인사 비율은 평균 7.3%로 일본보다 높았다. 특히 정부 소유지분이 높은 기업(공기업, 정부지분기업)일수록 전직 관료·정치인 이사 임명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theBoard가 국내 자산규모 상위 20대 기업집단의 상장 계열사에 재직 중인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 166개 상장사에 등재된 사외이사 614명 가운데 전직 관료는 217명으로 나타났다. 각 기업집단의 전직 관료 비중 평균치는 39%로 집계됐다. CJ그룹이 전직 관료 비중이 71%로 가장 높았고 카카오그룹은 11%로 가장 낮았다.


국내 거버넌스 전문가는 “기업도 다양한 직군의 사외이사를 모시고 싶다며 요청해오지만 아직까지는 사외이사 풀(pool)이 제한적이다”며 “전직 관료를 선호하는 데는 문화적 측면도 있지만 법적으로 2곳의 사외이사만 맡을 수밖에 없는 등의 법적·제도적 한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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