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글로벌전략 점검]한 장 남은 해외카드…롯데카드, 베트남 '올인' 이유는②인도네시아·중국 접고 유일하게 베팅…MBK파트너스 엑시트 전략 핵심자산
김보겸 기자공개 2025-06-02 11:37:00
[편집자주]
국내 카드사들에겐 글로벌이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포화된 내수시장을 넘어서기 위해 수익원 다각화 돌파구로 해외 진출이 절실해졌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불확실성은 아시아 저개발국 금융시장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쿠데타 같은 정치리스크와 지진 등 자연재해도 영업을 위협하고 있다.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시점, 카드사들 해외사업 현주소와 미래 전략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9일 07시45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카드의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 중 남은 나라는 베트남 한 곳이다. 과거 롯데그룹 계열사로서 추진했던 글로벌 멤버십 전략은 대부분 철수 혹은 매각되며 정리됐다. 지금은 금융업 본업에 기반한 베트남 법인만이 살아남았다.롯데그룹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뀐 뒤 롯데카드의 글로벌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멤버십에서 금융 본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결과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이 출범했다. 베트남 진출 6년 만에 급격한 외형 성장과 흑자 전환까지 이뤄내며 MBK파트너스 기업가치 제고 전략 속 베트남 법인이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 '멤버십 시너지→금융업 본업' 전환
롯데카드의 해외 진출은 원래 금융업 자체보다는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의 현지 멤버십 시너지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룹 차원에서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지에 멤버십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법인들을 설립했다.

2013년 인도네시아 롯데멤버스 출범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중국 롯데멤버스 차이나를 설립했다. 2015년에는 롯데멤버스 베트남이 출범했다. 이들 법인은 현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과 연계해 로열티 프로그램 통합 및 운영에 주력했다. 자체 수익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수년간 적자를 지속했다. 결국 2019년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서 해당 사업들은 전면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중국 법인은 롯데그룹의 중국 철수 기조와 맞물려 2019년 말 청산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법인은 롯데그룹 산하에 남은 롯데멤버스에 지분을 매각했다. 롯데멤버스 역시 2022년 인도네시아 법인을 청산했으며 베트남 법인도 청산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동남아권에서도 롯데그룹 계열사가 축소 및 철수 흐름을 이어간 영향이다.
전환점은 2018년이었다. 롯데카드는 베트남 현지 금융사인 '테크콤 파이낸스(Techcom Finance)'를 인수해 본격적인 금융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2019년 MBK파트너스 인수 이전 시점이었지만 롯데그룹에서의 매각이 확정된 상태였던 만큼 중장기 전략 재설계가 시작된 것이다.
인수 이후 롯데카드는 해당 법인을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으로 리브랜딩하고 개인신용대출 중심의 사업에 착수했다. 2019년에는 신용카드 사업도 시작했다. 이후 롯데그룹 제휴카드와 법인카드 및 캐시카드, 선구매 후결제(BNPL) 상품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본격적인 카드사 모델을 구축했다.
◇롯데카드 지원 힘입어 자산 500배 성장…수익성 확보까지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출범 후 가파른 외형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 14억원 수준이던 총자산은 2019년 893억원으로 64배 증가했다. 2020년 1100억원을 거쳐 2023년에는 2707억원으로 늘었다. 작년에는 6800억원을 기록했다. 6년 만에 50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더불어 2024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에서 성과를 냈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롯데카드의 지속적인 출자와 지급보증이 있다. 통상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 자회사 차입을 돕기 위해 지급보증을 제공하는데 롯데카드의 지원규모는 특히 두드러진다.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5차례 유상증자에 나서며 1562억원 규모를 출자했다. 특히 작년 5월에는 연간 최대 수준인 937억원 규모 추가출자를 통해 증자에 나섰다. 올 3월 이사회에서도 지급보증 1176억원 증액과 411억원 출자를 결정했다. 지급보증 누계액은 4850억원에 달한다.
지급보증을 통해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저금리 차입이 가능해졌다. 이는 사업 확장과 리스크관리의 기반이 됐다.
◇MBK파트너스 가치제고 전략 속 '핵심 자산' 베트남 법인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한 지 6년차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 카드업 전반이 포화상태에 다다랐고 국내 시장 중심의 사업구조로는 기업가치 제고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MBK파트너스의 엑시트 전략에서도 핵심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금융업 전반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베트남 금융시장의 성장성이 인수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베트남은 카드 보급률이 낮고 소비자금융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빠르게 정비되고 있어 성장여지가 큰 시장으로 꼽힌다. 또한 외국계 금융사 진입도 상대적으로 유연해 후속 투자 유치 혹은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화 가능성도 있다.
현재 롯데카드는 새로운 해외 진출보다는 베트남 집중 전략을 이어가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경쟁 카드사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다변화를 추구하는 반면 롯데카드는 선택과 집중을 택한 셈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앞으로도 우량자산을 확대해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본사의 지급보증 없이도 자체 차입이 가능한 회사로 자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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