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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배당가능이익 마른 한화생명, 10억불 영구채 '콜옵션'사실상 5년짜리 임시자본, 기본자본비율 규제시 보완자본 산입

최은수 기자공개 2025-06-04 08:03:48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9일 13시22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의 10억달러(한화 약 1조36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은 보험업계 사상 최대 의 영구채 발행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만 한화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겉으로 나타난 것과 달리 자본의 질적 제고에 얼마나 기여할 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화생명 이사회가 증권 발행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5년 콜옵션을 명시한 게 일례다. 콜옵션은 발행할 신종자본증권의 기본자본 성격을 지우고 '보완자본 성격'을 드러내는 핵심 지표다. 애초에 한화생명은 배당가능이익이 부족해 기본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를 발행하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 명시한 보험업계 첫 10억달러 신종자본증권

한화생명이 이사회에서 의결한 해외신종자본증권 발행안을 살펴보면 최대 10억달러 규모에 만기는 30년을 책정했다. 한화생명은 안정적으로 재무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 3월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두 달 만에 다시 대규모 조달을 택했다.


통상 30년 만기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정받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생명은 해당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조 단위 자본확충을 성사하게 된다. 더불어 이번 조달과 앞서 6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조달을 마친 점을 고려하면 한화생명은 영구채를 활용, 지급여력을 2조원가량 끌어올리게 될 전망이다.

한화생명의 앞서 두 차례의 자본조달을 통해 K-ICS비율이 산술적으로 약 15%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말 163.7%(지급여력 21조3317억원, 지급여력기준 13조276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자본확충 후엔 170% 후반대를 가리키게 된다. 완전한 안정권으론 볼 수 없지만 감독당국이 제시하는 K-ICS비율 적정선(권고기준 150%)은 크게 넘어선다.

다만 최근 당국의 방침이 앞서 K-ICS 규제를 기본자본비율 기준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한화생명은 이번 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의 질(質)은 끌어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채권 만기가 30년인 점만 보면 표면상으론 자본성이 강해 보이지만 '콜옵션'이 따라붙으며 보완자본으로만 인정받게 되기 때문이다.

통상 보험사 가용자본은 손실흡수성이 높은 기본자본과 기타 손실흡수성이 낮은 보완자본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5년 이후 상각이 시작되는 후순위증권은 보완자본으로 구분되며 만기가 긴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이라 하더라도 발행 과정에서 '콜옵션'을 명시할 경우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콜옵션은 조기상환권을 의미한다. 액면상 적시된 만기일 이전에 미리 상환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상환이 전제되면 부채 성격이 강해진다. 마침 한화생명이 책정한 콜옵션 기간은 5년, 사실상 일반적인 후순위채와 같이 기능한다.

통상 콜옵션을 설정할 경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해당시기에 조기 상환이 이뤄지는 게 관례다. 물론 채권자와의 협의 등 여지가 있어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순 없다. 다만 시장 관례와 여러 편의상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상환을 선택한다. 한화생명이 금리를 30년물이 아닌 5년물(미국 국채)선에서 잡은 것도 상환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기본자본 증대 효과는 무위로…부족했던 '배당가능이익' 탓

한화생명이 기본자본을 늘리는 영구채를 발행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영구채 발행을 위해 준용하는 미국 초장기국채 금리 추이가 높아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한화생명의 배당가능이익이 충분치 않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보험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기본자본 즉 완전한 자본으로 인정받으려면 배당요건을 명시해야 한다. 이는 감독당국의 규제에 따라 보험사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인수계약서에 배당요건(상법상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이 명시된 경우에만 기본자본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최근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준비금 적립 부담이 크게 늘면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험사의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자본총계)에서 △자본금 △ 신종자본증권 △비상위험준비금 △대손준비금 △해약환급준비금 △미실현이익의 합산치를 제외해 산출한다.

이 가운데 미실현이익은 최선추정부채(BEL) 등을 고려해 보험사에서 자율적으로 정해 산출한다. 때문에 한화생명이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한 정확한 배당가능이익 규모나 여력을 알 수는 없다.

다만 한화생명이 10억달러의 신종자본증권을 기본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 적어도 한화 1000억원을 배당(이자)여력으로 쌓아뒀어야 했다. 이는 4% 초반을 오고가는 미국 5년물 금리에다 가산금리를 더해 보수적으로 6% 후반대 금리를 책정한다 가정했을 때 추산치다. 2023년 한화생명이 단행한 결산배당(1127억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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