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기관전용펀드 열전]NH·한국·KB 전략 상이…자체 딜 발굴 vs 자사 IB 주선⑤증권사별로 투자 전략 각양각색…중장기적 IB 협업 관건
이지은 기자공개 2025-06-09 08:18:36
[편집자주]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증권사들은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 부동산 사모펀드를 조성 및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대되며 새로운 수익원이 절실해진 증권사들에겐 단비로 여겨진다. 기관전용 부동산 1호 펀드가 각사별로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이 더딘 증권사들도 눈에 띈다. 더벨이 출자자(LP)와 접촉점을 넓히며 펀드 조성에 나선 이들의 현황을 짚어보고 향후 과제와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9일 15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들이 기관전용 부동산 사모펀드(PEF)를 만드는 배경에는, 운용사(GP)로서 수수료 수익을 올려 침체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분위기를 타개할 대안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을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다만 각 증권사들이 1호 펀드를 통해 투자한 대상들을 살펴보면, 자사 기업금융(IB) 부서가 주선한 부동산 딜에 투자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 뿐만 아니라, 자사 IB 부서가 보유한 부동산 딜의 부실을 일부 완화하는 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을 바탕으로 조성된 PEF인 만큼 독립된 법인으로서 투자에 나선 것이기 때문에 자사 IB 부문이 주선한 딜이더라도 투자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딜 소싱을 위해서라도 부동산 PEF 운용을 담당하는 부서와 IB 부서 간 협업이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략 상이…자사 IB가 주선한 딜 or 자체적 발굴한 딜
기관전용 부동산 PEF 1호를 조성한 증권사들이 해당 펀드를 통해 담은 자산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먼저 NH투자증권은 1호 펀드를 바탕으로 서울 종로구 관수동 107번지 일대(이하 관수동 일대)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된다. 약 4만㎡(제곱미터)의 일반 상업 지역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해당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 IB 부서에서 주선한 딜은 아니고 부동산 PE부문에서 자체적으로 발굴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PEF 조성 및 운용에 관여하는 부서가 직접 딜을 발굴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PEF를 통해 IB 부서에서 주선했던 딜에 대출을 해주거나 리파이낸싱에 참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증권의 1호 부동산 PEF는 '대출형'이며 투자대상 자산은 선·중·후순위 대출자산이다. 목표 수익률 또한 9% 안팎으로 설정됐다.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펀드를 바탕으로 지난 3월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개발 프로젝트 PF 후순위 대출에 자금을 집행했다. 금융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실상 한국투자증권의 IB 부서에서 주선했던 딜에 PEF를 통해서도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란 평가다.
해당 사업지는 2021년 설립된 시행사 블루리본디벨롭먼트가 부지를 매입, 개발에 착수한 곳이다. 블루리본디벨롭먼트 주주로는 롯데건설(25%), 한국투자증권(19%)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브릿지론 만기가 도래, 본 PF 전환이 늦어져 부실화됐고 이후 캡스톤자산운용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조성한 PF정상화 펀드 자금이 투입되며 다시금 되살아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증권 또한 1호 펀드 자금을 모두 소진한 상태로 2호 펀드 조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KB증권 내부적으로 소싱한 딜을 바탕으로 소진에 속도를 냈던 것으로 알려진다.

◇"수익자는 기관투자자"…향후 IB부서와 협업도 '관건'
일각에선 자사 IB 부서에서 주선했던 딜에 PEF를 통해 다시금 투자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PEF 조성에 있어 운용사(GP)로 이름을 올린 증권사보다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비중이 훨씬 높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계열사 지분이 투입된 것과 무관하게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바탕으로 운용이 되는 펀드로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진성매각 논란이 제기되기는 어려운 사안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주선이나 매입을 증권사 내 IB 부문이 했다고 하더라도 PEF 운용에 관여하는 부서와는 차이니즈월(Chinese Wall)이 존재하기 때문에 계정도 절연돼 있어 문제가 없다"며 "기관투자자 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IB 부서와 PEF 부서간 차이니즈 월이 존재하는 만큼 딜 소싱에 있어 협업이 과제로 떠오를 것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GP 역할을 하는 PEF 부서에서는 양질의 딜을 펀드 자산으로 담는 것이 중요하지만 IB 부서 입장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딜의 회수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는 PEF 부서에 소개하는 것을 꺼려할 수 있어서다. 타 부서간 협업 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수수료 분배 문제 또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관계자들은 기관전용 부동산 PEF를 두고,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꼭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평가를 내놓을 정도로 역할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며 "기관들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자산을 담아야하는데 IB 부서에서 기존에 주선한 좋은 딜을 소개해주는 것에 있어서 달가워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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