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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딜 이후를 설계하는 투자자, 이재원 어펄마캐피탈 전무2018년 합류 후 작년 전무 승진, 화성코스메틱·세아 등 밸류업

임효정 기자공개 2025-06-09 08:03:4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2일 08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로 끝나는 투자는 없다. 이재원 어펄마캐피탈 전무는 '딜 이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진짜 투자 성과가 결정된다고 믿는다. 매크로와 시장의 사이클이 불확실한 시기에도 그는 포트폴리오 기업이 견고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디테일한 구조와 방향을 함께 그려왔다. 현재 관리 중인 화성코스메틱과 세아FSI·세아에삽은 모두 매각을 앞둔 단계로 첫 엑시트를 향한 전환점에 서 있다.

딜의 시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다음 장을 준비하는 일'에 쓰는 그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 산업의 흐름과 경영진의 역량, 밸류에이션의 여지를 균형감 있게 읽어내고 내부 실행력까지 촘촘히 챙기는 스타일이다. '성장하는 시장에 올라타되 그 안에서 진짜 기회를 만든다'는 그의 접근법은 어펄마캐피탈의 색채를 더욱 다채롭게 확장시키고 있다.

◇성장스토리: 다양한 무대에서 단단해진 투자 감각
이재원 어펄마캐피탈 전무
처음부터 사모투자 운용사를 목표로 한 건 아니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그는 N-CEO라는 동아리에서 비즈니스의 사회적 가치와 리더십을 고민했다. 숫자 너머의 사람과 구조를 읽어야 한다는 통찰은 그 시절부터 자라나 있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존재하느냐'를 먼저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의 커리어는 맥쿼리증권에서 시작됐다. 이후 모간스탠리 PI, 액티엄PE, 골드만삭스 IBD까지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양쪽 무대를 두루 거치며 투자자의 감각을 다듬었다. 각기 다른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시야를 만들어갔다. 이 전무는 “IB는 분석적 훈련을, PE는 실질적 실행력을 키워준 경험이었다"며 "덕분에 어느 한쪽에만 기댄 시선이 아니라 복합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회고했다.

어펄마캐피탈에 합류한 시점은 2018년이다. 그는 이곳에서 숫자 이면의 사람과 과정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단순히 리스크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리스크를 함께 감내하며 성장해가는 경험이었다. C레벨을 이끄는 동시에 그들의 손발이 되는 이중적 역할은 그에게 강한 울림을 줬다. 평가자의 위치를 넘어 현장의 일원으로 기업을 밸류업시키는 과정은 매 순간이 보람이었다.

대학 시절 N-CEO 동아리에서 키운 경영자의 꿈은 지금 포트폴리오사 C레벨과 나란히 일하는 현실 속에서 조용히 실현되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딜 이후를 설계하는 일이 단순한 전략이 아닌 책임과 믿음을 담는 작업임을 몸으로 체득했다. 어펄마캐피탈에 합류한 이후 그는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갔고 지난해 전무로 승진했다. 자주 조직을 옮겨야 했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하우스와 함께 오래 걷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하우스가 성장하는 흐름 속에서 그도 같이 성장해왔다.

◇투자 철학 및 스타일: 현장에서 방향을 설정하는 사람

이재원 전무의 투자 철학은 명료하다. '투자와 관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성공적인 엑시트는 종합예술이다'는 말로 요약된다. 단순히 좋은 가격에 사고파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기업의 성장을 함께 그려가는 감각, 그리고 이를 시장에 어떻게 보여줄지를 함께 설계하는 능력이 진짜 실력이라는 믿음이다.

이 전무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미래를 늘 설계도처럼 떠올린다. 다음 투자자가 이 기업을 어떻게 볼지를 상상하며 그에 맞는 모습으로 포트폴리오 기업을 정돈한다. 실제 그는 C레벨뿐 아니라 팀장, 과장, 대리급 등 실무진까지 자주 만나며 현장의 결을 읽는다. 조직의 긴장을 풀고 실행력을 회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짜 밸류업이라는 그의 철학은 결국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숫자에만 기대는 전략은 지양한다. 업사이드 포텐셜이 크더라도 스스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만 베팅에 나선다. 무리한 밸류에이션 경쟁보다는 자신이 진짜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에게 투자란 엑셀 파일 안의 숫자가 아닌 그 너머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작업이다.

이 전무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 사람에 가깝다. 그는 현장을 걷고 사람을 만나며 그 안에서 전략의 방향을 구체화해간다.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현실에 가까운 형태로 반복하면서 그는 늘 포트폴리오의 다음 장면을 그리고 있다.


◇트랙레코드1: 시장과 기업을 잇는 감각, 화성코스메틱 리빌딩

이 전무가 어펄마캐피탈에 합류한 직후 처음으로 맡은 딜은 화성코스메틱(옛 화성화학)의 인수였다. 당시 제한적 경쟁입찰 딜에서 어펄마캐피탈보다 규모가 큰 몇몇 외국계 PE와 경쟁을 벌였다. 제시한 가격은 낮았지만 오히려 어펄마캐피탈이 인수에 성공한 사례였다. 거래의 승패를 가른 건 숫자가 아닌 공감, 그리고 이 회사를 정말 잘 아는 사람이라는 신뢰였다.

실제로 그는 과거 화성코스메틱의 경쟁사 생산라인에 방문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시장에 대한 이해와 화장품 산업 전반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오너와의 신뢰 형성으로 이어졌다. 누군가는 인수 가격을 조율했지만 그는 대화를 쌓았다. 어떤 누구보다 회사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그에게서 책임감과 애정이 동시에 묻어났다.

인수 이후 화성코스메틱은 변화를 맞이했다. 당시 화성코스메틱은 글로벌 아이브로우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진 기업으로, 에스티로더, 아나스타샤 등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한 니치 마켓 강자였다. 하지만 색조 그 중에서도 아이브로우 중심의 반쪽짜리 제조사라는 점은 한계였다. 이후 나우코스 인수를 통해 제품군을 스킨케어까지 확장했고 밸류체인 상에서 용기와 원료 영역까지 일원화했다. 뿐만 아니라 로레알, 로드스킨, 메이크업바이마리오, 패트릭타 등 글로벌 고객들을 유치하고 국내외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코로나 팬데믹은 예상 밖의 변수였지만 그는 본질적인 체력을 키우는 뚝심 있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EBITDA 마진을 일부 포기하면서도 거래선을 지키고 물동량을 복구하는 데 집중한 결과, 위기를 기회로 바꿔냈다. 이 같은 전략적 판단은 화성코스메틱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았다. 올해 화성코스메틱과 나우코스를 합산한 예상 매출은 1825억원, EBITDA는 350억원 수준이다. 그가 이 딜을 통해 보여준 건 숫자 이상의 스토리였다.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이었다.

◇트랙레코드 2: 세아FSI·세아에삽, 전략의 청사진을 입체화한 첫 작품

이 전무가 세아FSI와 세아에삽 딜을 회고하며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신기하다'였다. 그가 처음부터 구상한 그림이 거의 흔들림 없이 현실로 구현됐기 때문이다. 고객사 네트워크, 글로벌 확장, 리스크 요인까지 모두 사전에 시뮬레이션했던 방향대로 움직였다. 첫 카브아웃 딜이었기에 감회도 남달랐다. 그는 이 거래를 "엑셀 시트에서 출발한 전략이 현장에서 살아 움직인 경험"이라 표현했다. 전략적 밸류업의 교과서 같은 경험이었다는 의미에서다.

핵심은 시장 예측에 있었다. 삼성·LG·현대차 등 대기업 고객이 진출하는 해외 시장, 특히 동남아와 멕시코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설계했다. 현재 세아FSI는 그 예상대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생산 네트워크에 맞춰 성장 중이다. 유럽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섰다. 예측은 항상 맞을 수 없지만 이 딜만큼은 정석대로 흘러간 사례였다.

숫자도 이를 증명한다. 세아FSI와 세아에삽은 작년 합산 매출 6583억원, EBITDA 51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각각 7000억원, 600억원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단기간에 성장을 이뤄낸 데는 현장과 전략을 함께 짚어온 이 전무의 운영 개입이 큰 역할을 했다.

두 포트폴리오는 현재 매각 절차가 한창이다. 인수 당시부터 엑시트를 염두에 둔 구조 설계, 그리고 수년간의 체계적인 성장 관리가 어우러진 결과다. 이 전무에게 이 딜은 단순한 트랙레코드가 아니다. 전략의 청사진을 현실로 구현하고 그 전 과정을 지켜본 첫 번째 완성형 프로젝트에 가깝다.

◇향후 계획: 성장성이 큰 시장에서 색을 더하다

이 전무는 모든 투자 판단의 기준점을 ‘성장하는 시장’에 둔다. 다양한 산업에 기회를 두지만 결국 크는 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 가장 강력한 리스크 헷지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그는 늘 예민하게 산업의 결을 탐색 중이다. 최근 그가 주시하고 있는 섹터는 헬스케어다. 아직 국내 PE가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단기적 목표는 명확하다. 화성코스메틱과 세아FSI·세아에삽의 성공적인 엑시트를 목표로 한다. 이미 매각 절차에 들어간 두 포트폴리오는 그가 어펄마캐피탈에서 직접 주도해 성장시켜온 상징적인 자산이다. 엑시트가 마무리되면 이 전무의 투자 커리어에 첫 번째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심민현 어펄마캐피탈 대표는 이 전무에 대해 "업무상 이슈가 발생했을 때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그 고민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묵묵함을 지닌 강철같은 면을 지녔다"며 "그 고민으로 쌓아올린 포트폴리오의 성과들이 곧 열매를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어펄마캐피탈이라는 플랫폼에 새로운 색을 입히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지금까지의 강점을 넘어 헬스케어 등 미래 성장 섹터에 대한 투자 역량을 입체화하려는 시도다. 트렌드를 쫓기보다 트렌드를 만든다는 생각, 이 전무는 지금도 다음 페이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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