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현대제철 주가 ‘껑충’...일시적 vs 바닥 탈출4거래일 새 15% 상승, 신중론 제기…유증 우려 속 저평가 탈피 여부 관건
이호준 기자공개 2025-06-09 13:12:4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30일 14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현대제철은 오랫동안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저평가 기업으로 꼽혀왔습니다. 특히 성과급을 둘러싼 노조 파업과 첫 직장 폐쇄, 비상경영 선포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가는 2만원대 초반에서 52주 최저가를 수차례 경신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현대제철 주가는 2만8000원대까지 반등했습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건설에 포스코가 외부 투자자로 참여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지 한 달 만입니다. 당시 주가(2만2350원)와 비교하면 약 28% 상승했고, 최근 4거래일 동안에도 약 15% 올랐습니다.
‘본격적인 반등의 시작인가’라는 기대가 나올 만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90억원으로 두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544억원에 달했습니다.
건설 경기 침체 등 주요 수요 산업의 부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시장은 이번 상승에 대해 신중한 기대와 함께 성급한 낙관을 경계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최근의 현대제철 주가 상승이 반등의 신호인지 판단하려면, 우선 악재가 바닥을 찍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 수년간 현대제철을 둘러싼 뚜렷한 긍정 신호는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내부 변수는 정리된 상황입니다. 당진 냉연공장 1·2라인은 올해 초 노사 갈등으로 약 27만톤의 생산 차질을 겪었고 직장 폐쇄 당시에는 20만~21만톤 규모의 판매 손실도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노사 갈등은 마무리됐고 추가 피해 가능성도 사라지면서 최소 50만톤의 판매 회복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무엇보다 업황 측면에서 '바닥 통과 신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철강 수출이 3% 감소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세 배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중국 반덤핑 및 상계관세 제소가 늘고 중국 내수 부진도 지속되면서 중국 철강 생산 감소도 불가피해졌습니다.

이는 중국 철강업계가 감산 흐름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감산 정책을 본격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도 완화될 수 있습니다.
물론 국내 철강 수요는 여전히 부진합니다. 1분기까지 종합건설사 9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정도로 봉형강류 수요가 위축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중국발 공급과잉 해소 조짐이 이어진다면 현대제철로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Market View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수 증권사는 ‘바닥 통과’를 전제로 보고서를 써 왔습니다. 특히 1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는 점진적 회복을 기대하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이야기 중인 건 최근의 주가 급등입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업황이 더 악화되긴 어렵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기대감만으로 단기 급등을 설명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미국 루이지애나 투자에 대한 세부 내용입니다.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약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계획입니다. 포스코가 외부 투자자로 참여한다는 점이 주목받지만 아직 지분 구조나 파트너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현대제철이 과도한 지분을 부담하는 구조라면, 재무 부담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 년 동안의 분할 납입 방식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현금 유출과 차입 부담, 그리고 이익 불확실성까지 모두 감수해야 합니다.
특히 자금 조달 계획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을 경우 유상증자 가능성도 계속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유증 이슈와 부진한 실적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전망을 성급히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현대제철의 PBR은 주가 급등 이후에도 0.20배에 불과합니다. 철강주는 경기 민감성과 ESG 문제 탓에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됩니다. 구조적 변화나 실적 반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상승은 뚜렷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시장은 신중한 시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Keyman & Comments
현대제철의 키맨은 단연 서강현 대표이사 사장입니다. 서 사장은 현대차 CFO를 지낸 재무 전문가로, 지난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장기 배당 정책 등을 금년 내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나 하반기 실적 부진을 이유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이번 주가 상승 역시 가볍게 넘기진 않을 것입니다. 현대차 시절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을 이끈 만큼 현대제철에서도 주주 정책이나 주가에 대한 무관심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최근 주가 흐름에 반영된 시장 기대를 보며 다시 판단을 가다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벨은 관련 입장을 확인하고자 회사 IR 측에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평가와 전망 등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 철강 감산에 따른 과잉공급 해소와 후판 잠정관세 부과 결정으로 주가가 점차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2분기에는 1분기 일회성 이슈가 해소되고 계절적 성수기가 도래해 하반기부터는 점진적 회복 흐름인 상저하고 시황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추가로 시장의 시각을 깊게 들어봤습니다. 현대제철을 오래 분석해온 한 애널리스트는 “요즘 주가를 끌어올리는 건 연기금이다. 연기금은 대체로 근거 없이 매수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신호를 봤다는 뜻일 수 있다. 일단 건설 경기 회복이나 중국의 감산 기조가 그 뚜렷한 요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다른 애널리스트는 “미국 투자와 친환경 사업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분야가 여전히 많다”며 “현대제철은 조 단위 에비타를 내세워 재무 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하지만 구체적인 자금 계획이 나오기 전까진 유상증자 가능성이나 재무 리스크가 주가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확실한 추세 전환은 아직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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