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ROE 경쟁사 압도…20년 보유 자기주식 '소각' 합성고무 수요 증가로 홀로 적자 면해…주주환원율 40% 명시
정명섭 기자공개 2025-06-04 16:33:51
이 기사는 2025년 05월 30일 16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은 근래 석유화학업계의 장기 불황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화학사다. 핵심 사업인 합성고무 부문의 견조한 시황 덕에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재무건전성 등은 업계에서 준수한 편에 속한다.주주환원책도 확대하는 추세다. 금호석유화학은 자기주식 매입·소각, 배당성향 확대 등을 담은 밸류업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회사의 개인 최대주주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있다. 덕분에 금호석유화학은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 종목'에 신규 편입될 수 있었다는 평이다.
◇피어그룹 대비 높은 ROE...합성고무 수요 덕에 불황 속 '실적 선방'
금호석유화학은 근래 경쟁 화학사 대비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해왔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금호석유화학의 평균 ROE는 21.24%다. 같은 기간 피어그룹(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대한유화)의 평균 ROE(4%)를 크게 상회한다.
작년 말 금호석유화학의 ROE는 5.9%로 이전 수준보다 낮아졌으나, 같은 기간 피어그룹의 ROE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양호하다는 평가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728억원, 영업이익률은 3.81%다.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은 23.59% 줄고 영업이익률은 1.83%포인트 감소했지만 주요 화학기업들이 같은 기간 적자를 내면서 되레 돋보였다.

근간에는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 수요 증가가 있다. 합성고무 제품은 타이어와 신발, 장갑 등에 쓰이는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BR), 부타디엔 고무(BR), NB라텍스 등을 말한다. 금호석유화학 전체 매출의 57.6%(202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천연고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대체재이자 보완재인 합성고무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전방 산업인 타이어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타이어용 합성고무 제품인 BR과 SBR의 판매량이 늘어 금호석유화학은 업황 둔화 국면에도 수익성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부진했던 니트릴 장갑의 경우 유통기한 경과에 따른 교체 시기가 도래하면서 원재료인 NB라텍스 판매가 늘어난 점도 주효했다.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시장점유율은 약 25%로 글로벌 1위다.
미국 정부가 작년부터 중국산 수술·의료용 장갑에 관세를 높인 점도 금호석유화학 입장에선 호재였다. 미국에서 중국산 장갑의 빈자리를 말레이시아산 장갑이 채우고 있는데 금호석유화학 NB라텍스 수출의 80%가 말레이시아향이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 생산공장 가동률은 2023년 한때 30%까지 떨어졌지만 작년에 90%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들어서도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4.4% 증가한 1조9082억원, 영업이익은 53.4% 증가한 1206억원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026년까지 ROE 7%, 2030년까지 ROE 10% 이상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매출 목표는 2030년까지 매년 6%씩 성장이다.
◇20년 장기보유 자기주식 매각 개시...주주환원율 40% 명문화
금호석유화학이 근래 주주환원책을 강화한 점도 밸류업 지수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작년 초에 자기주식의 절반인 262만4417주(약 3800억원 규모)를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소각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호석유화학이 2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자기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나선 건 당시 처음이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와 별개로 올해 별도 당기순이익 10~15%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소각에 나선다. 2021년에 발표한 자기주식 정책(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5~10%) 대비 수치가 5%포인트 올랐다.
금호석유화학은 배당성향은 기존 20~25%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최근 3년간(2021~2023년) 배당성향 평균은 26.2%였다. 이 또한 주요 석유화학사들이 배당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행보로 평가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소각 등으로 별도 당기순이익의 40% 이상(최대치 기준)이 주주환원에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주주환원책은 2026년까지 유효하다.
금호석유화학이 주주환원율 40%를 명문화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2021년 주주환원율 43.7%, 2022년 42.5%, 2023년 41.7%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목표치는 아니지만 주주환원 수준을 이전보다 후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주주환원책 강화 이면에는 박 전 상무의 '조카의 난'이 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4년간 정기주주총회마다 금호석유화학에 사내이사·사외이사 추천, 배당정책 확대, 자기주식 소각 등을 제안해왔다. 박 전 상무는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라고 강조했지만 회사는 경영권 다툼 의도가 있다고 봤다.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박찬구 회장과는 삼촌-조카 사이다. 박 전 상무가 주주제안에 처음 나선 시기는 2021년 초다. 당시 박 전 상무는 박 회장과 묶인 지분 공동 보유 및 특수관계를 해소했다. 이후 본인을 사내이사로 추천하고 배당을 확대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박 회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놓고 다툰 '형제의 난'이 벌어진 지 약 10년 만에 조카의 난이 벌어진 셈이다.
발단은 2020년 5월 정기인사였다. 당시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사장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지만 박 전 상무는 승진 명단에서 제외됐다.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 입장에선 불편한 결과였다. 박 전 상무는 2002년 박정구 회장의 별세로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후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오너일가 중 지분(9.51%)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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